▲ 영화 '반도'의 배우 이정현. 제공|NEW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제작 영화사레드피터)의 이정현(40)은 강렬하고 강인하다. 20년 전 부채를 들고 무대를 압도하던 테크노 여전사는 2020년의 아포칼립스 블록버스터 '반도'에서 좀비와 싸우는 액션 여전사가 됐다.

1153만 관객을 모았으며, 전세계에 K좀비란 브랜드를 알린 기념비적 흥행작 '부산행' 이후 4년. 이정현은 좀비와 함께 폐허가 되어버린 이 땅의 이야기 '반도'에서 생존자 민정 역을 맡았다. 몸집만한 장총을 들고서 가족을 지키는 어머니이자 강인한 어머니로 극의 후반부를 책임지다시피 한다.

코로나19로 주저앉다시피 한 극장가에 첫 선을 보인 '반도'가 35만명이란 기록적 스코어를 기록한 다음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현은 하얀 빛이 났다. 때와 기름에 절은 채 에너지를 뿜어내던 '반도' 속과는 딴판이었다.

'꽃잎'(1996)의 소녀로 데뷔하던 시절부터 이름났던 끼 많은 그녀의 다양한 얼굴을 새삼 실감했다.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를 자유로이 오가는 그녀는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도시락부터 손님상까지를 뚝딱뚝딱 차려내는 살림꾼이자, '와' 시절 부채를 트렁크에 상비하는 '탑골' 레이디 가가이기도 하다! '반도'를 보는 관객은 그녀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것이다.

▲ 영화 '반도'의 배우 이정현. 제공|NEW
-'반도'가 개봉일 35만명을 동원하며 2020년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기뻤다. 이 시국에 많이 보러 와 주시고. 극장가도 어려운데 조금이나마 활력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워낙 걱정이 많아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코로나19가 계속 있고 해서 관객들이 찾아오실까 걱정을 많이 했다. 개봉을 해도 되는 건가 생각도 했는데 많이 와주실 줄 몰랐다. 관객께 감사드린다."

-'부산행'이란 성공한 영화의 속편에서 주역을 맡았다. 어떻게 캐스팅됐나.

"왜 저였는지는 하나도 설명 안 해 주셨다. 어느날 갑자기 문자가 왔다. 어떻게 지내시냐고. 잘 지낸다 했더니 '저랑도 영화 하셔야죠' 하시기에 물론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 너무너무 좋았다. 일단 연상호 감독님에게 연락 왔다는 게 기뻤다. 애니메이션 하실 때부터 너무나 팬이었다. 일단 너무 좋았고, '부산행'도 좋아하는 영화여서 무조건 다 너무 좋았다. 이런 캐릭터도 쉬운 일은 아닌데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고 선택해 주셔서 감사했다."

-'반도'는 어땠나. 여전사 민정의 어떤 점이 끌렸나.

"'반도'는 재미있는 오락영화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4DX 보신 관객 분들 반응이 좋다고 들었는데, 기회가 되면 4DX관 관람을 많이 하시면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는 시나리오부터 재미있게 읽었다. 민정은 강인한 엄마고, 그 전투력이 모성애로부터 나오기에 납득이 됐다."

-옛 이정현을 아는 세대라면 이정현의 여전사를 떠올리는 게 어렵지는 않다.

강동원과는 워낙 포지션이 달랐다. 동원씨는 정말 잘하더라. 액션이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해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액션스쿨에도 갔다. 어떤 걸 시키냐 물어봐서 총 들고 땅 구르기부터 몇 달을 해서 만발의 준비를 하고 현장에 갔다. 그런데 단순한 동작을 시키셨다. 단순한 걸 붙이셨는데 동작이 강하게 보이더라. 컷 계산 능력도 뛰어나시고, 액션도 길게 가다가 배우들이 많이 다치더라. 감독님은 10초가 필요하면 10초만 쓰신다. 그걸 그대로 다 붙인다. 그런데도 동작이 연결돼 너무 신기했다. 감독님 덕분에 액션을 편하게 찍었고, 너무나 안전했다. 그리고 너무 좋았다. 촬영장 분위기도 항상 좋았다.

-옛 이정현을 아는 관객이라면 이정현의 여전사가 그렇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액션이 해보고 싶기는 했다. 저 아니라도 배우들이 다들 해보고 싶어하는 장르다. 그냥 그렇게 큰 어려움 없이 연기했다. 감독님이랑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어도, 연기 재현을 직접 해주신다. 그냥 그런 것도 참고도 하고 별다른 것 없이. 이 장면입니다 하면 저도 딱 알아듣고 연기하고. 서로 너무나 수월하게 촬영했다. 강동원씨와는 워낙 포지션이 달랐는데, 동원씨는 정말 잘 하더라. 저는 액션이 처음이라 시키지도 않았는데 액션스쿨에 가서 보통 어떤 거 시키냐고 물어보고 총 들고 땅 구르기부터 연습하고 만발의 준비를 하고 현장에 갔다. 그런데 단순한 동작을 시키시더라. 그런데 그걸 붙였는데도 동작이 다 강하게 보인다. 감독님은 컷 계산 능력도 뛰어나서 10초가 필요하면 10초만 찍어 쓰신다. 그런데도 다 연결됐다. 덕분에 액션을 편하게 또 안전하게 찍었다. 촬영장 분위기도 항상 좋았다."

-그외에 준비한 게 있다면?

"이번 캐릭터 같은 경우 시나리오에 표현이 워낙 잘 돼 있었다. 머리 스타일도 약간 '떡진' 긴머리 스타일을 생각했는데 바로 다들 한번에 오케이를 했다. 의상 피팅할 때도 한번에 마음에 맞았다. 혹시나 싶어 민정이 입는 톤 옷을 몇개 가지고 갔는데 훨씬 느낌 좋은 옷들이 잔뜩 있었다. 프리프로덕션 준비를 많이 하셨구나, 그 생각을 했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돼 마음도 편한 현장이었다."

▲ 영화 '반도'의 배우 이정현. 제공|NEW
-결혼 후 첫 작품이라 남다를 것도 같다. 모성애 연기도 펼쳤다.

"결혼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리미트'라는 영화를 한창 촬영하고 있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집중력이 더 생긴 것 같다. 남편이 집에 잘 있어주고 우리 강아지와 함께 있으니까 뭔가 마음이 편하더라. 든든한 동반자가 있는 것 같다. 제가 잘 될 때나 못 될 때나 제 편이 있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다. 그게 좋다.

제가 딸 다섯 막내다. 언니마다 둘씩 조카들이 여덟이나 있다. 너무 예뻐한다. 엄마보다는 덜하겠지만 제 자식처럼 예쁘다. 우유도 주고 기저귀도 많이 갈아줬다. 이 아이들이 나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도 생활을 공개했다. 요리실력도 화제다.

"'편스토랑'이 '반도' 막바지 촬영할 때 제의가 들어왔다. 예능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 촬영장에서 감독님과 항상 만나 상의를 했다. '반도' 개봉하는데 예능 나오면 싫어하실 수도 있으니까. 말 끝내기도 전에 '당장 하시라'고 하더라. 요리로 제가 스트레스를 푸는 걸 아신다. '그게 정현씨 취미고 요즘에는 예능이 안 좋지 않'다며 해봤으면 좋갰다고 하시더라. 바로 그날 결정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놀라더라. 그것 때문에 또 주부 팬님들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많이 감사하다."

-요즘 '탑골' 레이디 가가로 화제다. 과거 '테크노 여전사'가 액션 여전사가 된 셈이라 더 재밌다.

"그때는 가수였고 너무 많이 꾸며졌다. 지금보다 20살이나 어렸다. 갑자기 작년부터, 탑골 가요가 뜨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신기했다. 어린 팬들도 팬클럽 가입하고 그런 걸 보니 신기하고 감사하다. 옛날 걸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하지만 다른 기대는 많이 하지 않는다. 안 하려고 한다. 항상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지' 좋게 상상하고 계획하면 그렇게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기대를 하면 실망감이 크다. 20대 때는 특히 힘들었고. 나이 들면서 '마음을 내려놓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런 게 생겼다. '좋은 일 생기면 2배로 감사해야지' 하니 더 편안한 것 같다. 나이들며 그럴 수 있어 더 좋다."

-가수가 20년 전이라지만 촬영 전에 '와'의 부채춤 시연까지 했다고 들었다.

"노래방에 다 갔다. 감독님이 힙합을 좋아해서 열창을 하시고, 저는 다들 '와'를 불러달라고 해서 했다. 동원씨도 많이 했다. 마이크를 안 놓더라. 저는 부채는 항상 트렁크에 놓고 다닌다. 필요하면 언제라도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서."

-강동원과 처음 만나 작업했다.

"첫인상이 너무 멋있다. '저게 사람일까' 할 정도로 너무 좋은 비율에, 그래서 강동원 강동원 하는구나 했다. 실제 이야기를 해보니까 너무 착하고 예의가 바르다. 영화밖에 생각을 안하는 것 같고 연애도 안하시는 것 같고…. 여성 팬들이 이래서 좋아하나. 단점을 못본 것 같다. 단점이 있다면 쑥스러워서 어떤 때는 말을 잘 못하는 것? 어떨 때는 되게 개구쟁이 같고 톱스타 이런 의식도 없다.

▲ 영화 '반도'의 배우 이정현. 제공|NEW
-이레 이예원 등 어린 배우와 호흡은?

"전체 리딩한 뒤 촬영 전부터 엄마엄마 하며 따라다니더라. 보통이 아니구나 했다. 연기도 잘하고 감성도 풍부하고. '아역들 맞아요' 하며 놀라고 감탄했다. 정말 친딸들 같았다고 할까. 이레나 예원이 같은 딸 낳으면 너무 좋겠다 할 정도로 좋았다. 예원이 엄마가 저보다 2살 어리다. 제 팬이셔서 노래도 많이 들려주셨다고 했다."

-본인도 '꽃잎'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다. 정신나간 연기를 해야 했는데, 첫 촬영 때 연기 못한다고 감독님이 촬영을 접었다. 장선우 감독님 진짜 무서웠다. 내가 저런 걸 뽑았냐 하시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버스 타고 혼자 전라도 내려가서 집집마다 배회하고 다니다가 제작부 언니들이 데려가서 촬영 하고 그랬다. 막내딸이고 하니까 부모님이 좀 더 보호하려고 하시고 했는데, 부모님 오시면 의지할까봐 못 오시게 했다. 자잘한 상처도 많아서 마음 아파하실 것도 같고. 어두운 역할이어서 지금 이레나 예원이처럼 밝고 천진난만하게 촬영장 다니지는 못했다. 필름 카메라라 NG 한 번 나면 난리가 났고. 25년 전 얘기다."

-데뷔작 '꽃잎'도 그렇고 이번 '반도'는 물론 예쁜 것과 거리가 먼 캐릭터들을 해왔다.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바람은 없나

"전혀 없다. 20대 배우였으면 그런 생각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캐릭터를 하기로 결정하면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분장하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신이 났다. '리미트'도 경찰 아줌마다. 주근깨에 점도 그리고 나온다. 캐릭터에 충실하고 그것이 표현됐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변하지 않은 것은 시나리오를 보고 좋으면 한다. 또 감독님의 전작이 좋으면 한다. 독립영화 시나리오도 계속 받는다. 아직 마음에 드는 작품을 딱 못 만난 것 같다. 블록버스터도 찍어야 독립영화를 할 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꾸준히 같이 병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이번주 '집사부일체'에 나온다. 박찬욱 감독이 '한국의 레이디가가'라며 원조가 이쪽이라고 소개했다.

"레이디 가가 팬인데, 제가 원조라고 해주셔서. 너무 좋고 영광이다.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해주신다고 하셨다. 제가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을 때 박 감독님이 '파란만장'을 주셨다. 그 이후에 '범죄소년''명량'을 찍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노개런티 독립영화라 회가가 저 몰래 못한다고 했는데 박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구해서 주셔서 출연했다. 결혼식 때 축사도 해주셨다.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다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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