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반도' 제작자 이동하 영화사 레드피터 대표.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K좀비의 탄생을 알린 기념비적 1000만 영화 '부산행' 이후 4년, 오래 기다른 후속작 '반도'가 개봉했다. '부산행'과 '염력' 이후 다시 연상호 감독과 함께한 영화사 레드피터의 이동하 대표는 그 주역이자 모든 과정을 함께 한 든든한 동반자다. K좀비 블록버스터를 지휘하는 동시에 김윤석 감독의 '미성년', 이종언 감독의 '생일'까지 다채로운 작품들로 의미를 찾아 온 제작자이기도 하다.

순제작비만 160억원이 든 '반도'는 그런 이동하 대표가 지휘해 선보인 가장 큰 규모의 영화다. 한국은 물론 세계를 휩쓴 히트작의 후속편이라지만, 마동석 좀비도 나오고 김의성 좀비도 나오는 '부산행2'가 아니라 '반도'라고 하는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을 만난다는 건 어쩌면 보증된 흥행카드를 버린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좀비가 아닌 바이러스가 극장가를 휩쓸어버린 2020년의 여름, 걱정 속에서도 우직하게 개봉을 준비해 '반도'가 예정대로 7월의 관객과 만난 것도 대단한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드디어 '반도'가 관객과 만나고서야 제작자 이동하 대표를 만났다. '반도'가 개봉 첫날 35만명을 동원하고 대만, 싱가포르에서도 강력한 출발을 알린 터였지만 이 대표는 담담해 보였다. 최선을 다 해 '할 만큼 다 한'이의 평온이 담긴 얼굴이랄까. 이동하 대표는 그저 "좋은 콘텐츠를 극장에서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영화 '반도' 스틸. 제공|NEW
-'반도'가 드디어 개봉했다. 첫 날 35만 관객이 들었다.

"의미있는 스코어다. 관객에게 감사드린다. 대만과 싱가포르 등에서도 분위기가 좋다. '싱가포르'는 거리두기를 하는데도 '부산행' 만큼 나왔고, 거리두기가 없는 대만은 '부산행'보다 잘될 분위기가 있다."

-'부산행'도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흔든 히트작인데, 코로나19 와중이라 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부산행'은 정신없었다. 칸부터 개봉까지. 돌아보니 좋은 스코어, 좋은 해외소식이 이어졌고 정신없이 갔다. '반도'는 개봉을 결정하기도 고민들이 많이 있었다. 관객들이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을까 하는. 여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방역도 그렇고 개인 방역도 그렇고 수준과 의식이 있으시다보니까 가능한 일이다. 관객 수를 떠나 감사하기도 하다. 저희 영화 계기로 좋은 영화들이 안전하게 개봉했으면 좋겠다. 이런 극장 상황이 처음이다."

-코로나19로 관객이 줄고 거리두기를 하고 좌석 띄어앉기를 하는 와중이라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개봉 전날 NEW 장경익 대표와 통화하며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할 건 다 했다.' 콘텐츠도 열심히 준비했고, 홍보마케팅에 배우들도 열심히 했고, 극장들도 방역에 특수관까지…. 하지만 관객들이 어떻게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한번 더 경험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경험해보지 못할 상황 한복판이다보니까. 할 건 다 했고, 궁금하다. 어떻게 반응하실지. 같이하는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처음 맞이하다보니까 안전하게 잘 즐기시는 일만 남았다. 더딜 수도 있고 오래 봐야 할 것도 같다."

-'부산행' 이후 4년 만에 '반도'가 나왔다. 2016년 '부산행' 개봉 이후부터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부산행' 이후 후속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이야기해주셨다. 해외에서는 이후 이야기를 써서 보내주신 분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디어만 좀 있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이렇게 가면 좋을까? 드라마 영화 여러가지 조합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연 감독이 제시한 이야기들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길을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영화는 여러 프로세스가 있지만 정말 콘티 작업을 하면서 시각화하는 작업을 꼼꼼히 오랜 시간 거치면서 나름대로는 확신이 드는 형태로 진행됐다."

▲ 영화 '반도' 스틸. 제공|NEW
-'반도'는 어떻게 시작됐나.

"좀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 '반도' 이야기가 나온 건 2017년 초반 2018년 후반부터였던 것 같다. 그해 겨울 즈음 연상호 감독이 구두로 이야기를 던졌는데 한번 해볼만하다 했다. RC카를 가지고 좀비를 몰고다니는 이야기, 소녀가 카체이싱 하는 이야기. 그 두 부분에서 시작했다. 그런 캐릭터라면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를 구체화하하는 과정에서 각 인물 캐릭터나 세계관이 구현됐다. 자연스럽게 '부산행' 이후 아포칼립스로 발전해갔다. 그 아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그렇게 앞뒤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던 것 같다. 비물마다 설정이 있는데, '부산행' 이후라 저희는 그런 것이 필요없다. 이미 설명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진행했다. 2018년 초 시나리오화 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부산행'의 속편이라면 응당 '부산행2'를 생각했을 것 같다. 마동석 좀비도 나오고, 김의성 좀비도 나오고. 실제로 뒤를 있는 이야기도 개발했지만 선택하지 않았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승부한다는 건 모험이었을 텐데.

"'부산행2'를 만들자는 버전도 있었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하지만 '반도'가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하든 '부산행'과 비교할텐데, 계속 생각하게 된다. 관객이 '부산행'을 생각하며 기대하게 되니까. '염력' 경우 '부산행' 감독이 초능력을 가져왔는데 괴리가 상당했다. 그 괴리를 어떻게 좁히며 자체 매력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가 숙제다. 답을 구하는 과정이었고 완전히 다른 매력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게끔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부산행으로 크게 성공을 했고 작가적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염력'이란 영화는 저희는 좋아하고 의미있다 하지만 상업영화 틀 안에서는 상처도 받았다. 다시 좀비 영화를 한다고 오리지널 각본을 썼는데 여러가지로 부담되는 상황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완전히 차별화된 세계관을 가지고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투자배급사가 '부산행'과 끈들을 가져가고 싶어할 수 있는데 저희는 인정해 주셨다. 일련의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결정들을 해주고 해준 사람들이 모이니까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저에게도 힘이 되는 결정이었다."

-그리고 강동원이 탑승했다.

"순서대로 먼저 동원씨에게 책을 줬다. 쇼케이스 때도 언급했지만, 굉장히 성공한 영화의 속편에 동원씨가 하겠다고 결정할 때 고민이 많았을 텐데 용기내고 힘을 실어 주셨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라고 할까. 만들어간 이야기에 힘이 생긴 것 같다."

-순제작비 90억 안팎이었던 '부산행'에 비해서 제작비가 두배 가까이 늘었다. 레드피터의 다른 영화와 비해서도 대규모다.

"순제작비는 160억원이다. '미성년'이 27억, '생일'이 41억이다. 저희가 쓴 가장 큰 규모 예산이다. 쓰여져야 하고 필요한 부분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게 저희의 기본 일이기도 하다. 예산의 규모 때문에 인원이 더 많고 신경쓸 게 더 많아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예산에 짓눌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산행'에 비해 2~3회 정도 회차도 줄었다. 프리 프로덕션을 꼼꼼히 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했던 것이 주효했다. 이런 영화일수록 불안해서 많이 찍고 소스로 쓰고 채우려고 하는데, 그런 것이 거의 없었다."

-연상호 감독은 현장 편집본과 완성본이 거의 차이가 없이, 구상한 대로 정확하게 찍어낸다고 이름이 높다. '부산행'이 15분 내외였다 했는데 이번에는?

"이번엔 현장 편집본과 완성본의 차이가 10분도 안된다. 누군가 편집본을 보고 혹시 늘리라고 했다면 소스가 없었을 거다. 다들 연감독의 시선을 아니까 배우들도 금방 적응하고 했다."

▲ 영화 '반도' 스틸. 제공|NEW
-세트와 CG를 섞어가며 만든 아포칼립스의 비주얼이 일단 시선을 붙든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이 미술에 쓰이기도 했다.

"예산보다는 어디까지 구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랜드마크를 어떻게 보여줄까. 지역이 어디여야 할까. 기술적으로 구현이 실제로 가능할까…. 외부에서 할지, 실내로 할지, 어디를 실사로 할지, 기술은 어느 정도 따라올지를 따지며 6개월간 프리 프로덕션을 꼼꼼하게 했다. 그러면서 예산이 나왔는데, 처음 예상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규모였다. 투자사에서도 흔쾌히 동참했다. 상상력이 구현 가능한가 먼저 따지고, 그 다음에 모든 스태프가 공유하면서 순서를 잡아가고 구성하고 디테일을 만들어갔다. 계획하고 구성하고 촬영 스케줄을 만들고 하는 게 쉽지 않다. 촬영이면 촬영 연출이면 연출 제작이면 제작 미술이면 미술 모두 그것을 잘 해주셔서 원하는 방향대로 갈 수 있었다.

CG는 없는 장면이 없다 할 정도로 배경이든 좀비든 다 들어가 있다. 좀비런, 631부대 내부는 세트 중심이다. 홍콩 장면은 로케이션 중심. 나머지는 실사와 CG가 섞여 있다. 인물이나 자동차는 실사로 찍더라도 배경은 CG 비중이 크다. 그렇더라도 영화적 리얼리티 확보할 수 있느냐를 두고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다."

-영화의 대부분이 밤이었는데. CG 등에서는 수월할 수 있지만 보는 관객을 생각하면 부담스러운 비주얼이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설정이기도 했다. 좀비가 빛에 민감하다는 설정이 있기 때문에 인물이 낮에 움직이기가 어려워서. 물론 어두운 화면에 대한 관객의 피로감이 있을 수 있다. 촬영감독, 감독과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무리 밤 설정이지만 어느 정도 밝기를 허용할까 범위가 중요했다. 해외에서 촬영 사례도 살피고 레퍼런스도 고민했다. 마지막 DI 때도 어떤 극장에서는 몇몇 장면이 어둡게 나와서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반면 덕분에 움직임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었다. 동선 위주로 가면서 액티비티의 역동성이 더 살았던 것 같다. 감독의 특기인 콘트라스트도 잘 살아난 것도 같고."

▲ 영화 '반도' 제작자 이동하 영화사 레드피터 대표. ⓒ스포티비뉴스
-'부산행'과 '반도'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프로젝트도 있나.

"지금 고민하는 게 있다. 감독은 '지옥' 프로젝트도 있고 개봉도 하고 바쁜데, 올해 초부터 틈틈이 고민하고 있다. '반도'와 '부산행' 사이에서 '부산행'에 조금 가까운, '반도' 전 2년 전 이야기를 한번 짜보고 있다. 영화 형태가 될지 4부작 정도 드라마가 될지 볼륨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다. 플랫폼은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구상 단계다. 어떻게 민정의 가족이 만들어졌고, 준이 황중사 서대위 631부대는 왜 이렇게 됐는지 아이디어를 구성하고 있는 중이다."

-'부산행'의 평가가 반명교사처럼 반영된 게 있다면?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그렇다고 '부산행'이 잘 됐다고 해서 가져오려고 하지도 않았다. '부산행'의 장단점에 크게 기대지 않았다. '반도' 자체의 유니크한 부분을 보면서 갔다. 그렇게 구축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반도' 캐릭터 인물 인물이 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저는 좀 더 변별력 갖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부산행' 김의성이 전형성의 극단을 보여준 악역이라면 '반도' 구교환의 서대위, 김민재의 황중사는 완전히 다른 악역 느낌이다.

"저는 서대위 황중사 너무 잘 해줘서, 황중사는 첫 촬영할 때 '민재 대박나겠다' 그런 느낌이었다. 서대위는 마지막 장면까지 인상적이었다. 의성 선배의 역할과는 분명 다르고 김민재 구교환 배우의 출중한 능력, 해석 연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이라 해석할 수 있는 배역일수도 있는데 각자 색깔 분명히 하며 합칠 수 없는 인물로 잘해준 것 같다."

-참, 우리편 나쁜 편은 비주얼과 청결상태로 구분하기로 한 것인가.

"아, 그 생각은 못했다. 그 삶 자체가 거칠고 내던져진 사람이니까 자연스러웠던 모양이다."

-극중 등장하는 SSG와 모하비는 PPL인지.

"PPL이 맞다. 차량과 트럭이 나오기 때문에 PPL로 진행했다. 모하비 쪽은 차량 지원을 받았다. 외국 브랜드를 고민한 적도 있다. 처음부터 SUV를 원했고, 그 정도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는 차라야 했다. 차도 망가져야 하고 여러 조건이 있었는데 현대차가 흔쾌히 오케이 했다. SSG 경우 트럭에 들어가는데 녹아들어갈 디자인과 사이즈가 동의가 돼야 했다. 너무 눈에 띄개 나오는 걸 원하면 수용할 수 없지 않나. 범위 내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제 시작이다. '반도'에 대한 바람과 목표가 있다면.

"전세계가 동시에 예전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몇몇 나라들처럼, 방역이 이뤄지는 나라 위주라도 좋은 콘텐츠를 극장에서 보게 돼서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저희를 계기로 조금 더 확장이 돼서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성년'과 '생일', '부산행'과 '반도'를 오가는 제작사 레드피터의 다음 계획은?

"올해는 '반도' 이후 시나리오를 준비할 것 같다. 저도 앞으로 어디를 오갈지 모르겠다. 화두를 던지고 관객이 재미있어하겠다 하는 게 있으면 크든 작든 하게 되지 않을까."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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