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교환. 제공ㅣ나무엑터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 '반도'를 관람한 관객들이라면 낯설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서대위'라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서대위'의 과거에 갖는 궁금증과 맞물려 영화 밖에서의 배우 '구교환'에 대해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개봉한 '반도'(감독 연상호)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구교환은 이번 작품에서 죽음의 땅에서 미쳐버린 631부대를 이끄는 지휘관 서대위 역을 맡았다. 낯선 배우가 독특한 톤앤매너를 가진 서대위를 특유의 날카롭고 나른한 톤으로 연기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반도'가 개봉 후 1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구교환은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에 대해 놀랍고 신기한 마음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잘 봤다'는 응원 메시지로 하루하루 치솟고 있는 인지도를 실감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배우 겸 감독으로 영화팬들 사이에서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꼽히는 구교환은 '반도'를 통해 대작 상업 블록버스터로 대중에 처음 얼굴을 알리게 됐다. 상업영화와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둘 것만 같은 인상이지만 정작 구교환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분리해서 생각하진 않는다. 배우로서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결국 영화는 관객을 만나면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부산행'을 극장에서 보면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같은 세계관을 가진 다음 작품에 함께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 구교환. 제공ㅣ나무엑터스

'반도'의 서대위는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좀비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인 631부대를 이끄는 수장이다. 민간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나섰지만 결국 모두가 인간성을 잃고 미쳐버린 채 생을 연명하는 모습으로 충격을 안긴다. 서대위는 등장인물 중 단적으로 나누면 악역이지만, 그의 변화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악역으로만 치부할수는 없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구교환에게도 서대위의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냥 궁금했다. 이 사람의 4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지만 그거에 대해 굳이 정의하려고 하진 않았다. 다만 순간순간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상상해본 적은 있다. 서대위는 첫 등장부터 이미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많이 붕괴된 상황이다. 그 사람이 4년 전 처음 민간인을 구조할 때의 모습을 상상했다. 누군가의 가족이고, 그때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옳지 못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이 인물을 열렬히 지지하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구교환은 개봉 이후 '서대위는 치명적이고 섹시하다'는 관객 반응에 대해 민망한 듯 "서대위를 섹시하게 생각하면 위험한데?"라며 웃음을 터트리며 "영화에서 굉장히 위험한 인물이 아닌가. 그래서 한 농담이다"라고 덧붙이며 '관객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라는 존중의 태도를 보였다.

"영화를 만들 때는 제 것이지만 극장에 걸리는 순간 관객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 분들의 평가나 보시는 대로 주인이 되는 거다. 저는 극장에 영화가 걸릴 때가 제일 설렌다."

▲ 구교환. 제공ㅣ나무엑터스

인상깊은 서대위 캐릭터를 위해 구교환이 가장 신경을 쓴 신은 역시 첫 등장 신이었다. 구교환은 "현장에서의 서대위는 사무실에 있다. 내근직이다"라고 농담을 던지며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첫 등장 신이었던 거 같다"고 운을 뗐다.

"서대위의 사무실 풍경과 시작할 때의 행위들이 인상적이었다. 이 사람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순 없지만 굉장히 불안하고 붕괴된 상태의 인물이다. 서대위의 톤 앤 매너를 잡는 것을 고민했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첫 촬영에, 서대위가 첫 등장이어서 더욱 그랬다. 첫 만남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렇다. 다른 작품에서 제가 캐릭터를 '만났다'고 표현했는데, 서대위도 '만난 것'이다. 만나서 너무 무서웠다.(웃음)"

'반도'를 보고나면 서대위에게는 여러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 중 하나는 무력으로 대원들 위에 군림하는 황중사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인 서대위는 어떻게 이들의 수장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영화에선 여백으로 남겨둔 이런 설정들에 대해 구교환은 하나의 '대사' 혹은 여러 프로덕션 과정을 접하며 힌트를 얻고 상황을 유추해나가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프로덕션에서 서대위 의상을 준비해주시는 걸 보고 영감을 얻기도 했다. 거기에도 어떤 힌트들이 있어서 많이 얻었었다. 보시면 뭔가 인간다워지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이 상황을 부정하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거 같았다. 저는 시나리오와 장면에도 힌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트럭을 놓치고 난 후 김이병을 대하는 반응이 있다. 아마 그런 성질의 것들이 서대위에게 많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게 저에게는 아주 큰 힌트였다. 지휘관 위치에 있는 서대위에게는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는 어떤 강력한 에너지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구교환. 제공ㅣ나무엑터스

구교환은 '반도'를 시작으로 올 추석 시장 개봉을 앞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 촬영을 마쳤다. 더불어 넷플릭스 신작 'D.P 개의 날'도 "긍정적으로 잘 검토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조만간 한국 영화의 새로운 '필수요소'로 날아오를 조짐을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아직은 유명해진 것을 잘 모르겠다. 이 시기가 지난 후에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앞으로 영화 뿐만 아니라 모든 매체를 가리지 않고 활동 영역을 열어두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매체를 분리하진 않는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여도 궁금한 인물이고 호기심이 있으면 출연 의사가 있다. 애초에 연기 시작할때의 마음이었다."

끝으로 구교환은 "배우로서 '반도'로 얻은 것은 모든 영화들과 같다. 좋은 영화 동료들을 만난 것이다.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다. 관객수에 대한 체감은 하지 못했다.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었지 결과물을 생각하고 접근하진 않았다"고 밝혔지만, 인터뷰 말미 "곧 300만 돌파 축하 멘트도 직접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웃음 지었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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