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아워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블루아워'는 해뜰녘과 해질녘의 여명이 남은 시간대를 의미한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모호한 순간의 느낌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

'블루아워'(감독 하코타 유코)는 완벽하게 지친 CF감독 스나다(카호)가 고향으로 오라는 엄마의 전화에 자유로운 친구 기요우라(심은경)와 함께 떠나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관람 전 메인 포스터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인상은 두 친구의 유쾌한 힐링 로드무비를 예감하게 하지만, 막상 본편은 전혀 다른 방식의 힐링을 추구한다. 나를 괴롭히는 감추고 싶은 고민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한다.

스나다는 일에 지친 CF감독으로, 남편이 있지만 그와는 룸메이트 그 이상이 아닌 서먹한 관계다. 심지어 동료이자 유부남인 남자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고, 그 남자와도 딱히 절절하거나 특별한 로맨스는 아닌 듯 하다. 시니컬함이 뚝뚝 묻어나는 캐릭터다.

▲ 심은경(왼쪽), 카호. 출처ㅣ블루아워 스틸.

막무가내로 여행을 떠나자는 기요우라의 제안에 떠밀리듯 응한 스나다는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보이고 싶지 않은 가족들의 민낯을 보이게 된다.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진 것 같은 가족들의 모습, 도망치듯 나온 술집에서 마주한 불쾌한 농담들 사이에서 '당장 여길 뜨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고향에서의 여정은 느릿하게 흘러가고, 스나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켜켜이 쌓여 해소되지 않은 묵은 고민과 상처는 스나다가 요양병원에 있는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비로소 해소되는 듯 하다. 그 가운데 이상할 정도로 밝기만 한 기요우라는 스나다에게 소소한 웃음을 주며 그에게 스민 우울감을 조금씩 털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 여정은 누군가에게는 내면까지 말씀하게 씻어내주는 진한 힐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상쾌한 버디무비를 기대하고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에게는 호불호가 느껴질 수도 있다. 첫 인상과 실제 성격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작품이기에 관객들마다 전혀 다른 감상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 관객들에게는 일본 특유의 감성이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

장면들이 갖는 의미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명확함보다는 '블루아워'의 의미처럼 나른하고 모호한 이 영화 자체의 느낌에 마음을 열고 관람하는 쪽을 추천한다.

7월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2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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