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강철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본 적 없는 속편이다.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제작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은 러닝타임이 흘러갈수록 흥미진진하다. 선명한 현실 인식이 거침없는 상상력을 만나 장르영화의 쾌감으로 나아간다.

1편 '강철비'가 쿠데타로 부상당한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넘어오며 시작된다면, 2편 '강철비2:정상회담'에선 평화협정 체결을 코앞에 두고 북 쿠데타로 남북미 정상이 잠수함에 갇혀버린다. 상황도, 설정도, 캐릭터도 다른 두 영화는 한반도를 무대로 한 과감한 시뮬레이션이란 콘셉트를 공유할 뿐이지만 여지없는 하나의 시리즈다.

1000만 데뷔작 '변호인'에 이은 남북한 판타지 '강철비'로 한반도에 도사린 핵의 위력과 위협을 실감나게 풀어냈던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2:정상회담'을 통해 그 반경을 동북아와 미국까지 확대한다. 그리고 오래 품어왔던 질문을 던진다. 상대의 눈을 마주치고 던지는 묵직한 돌직구다.

'강철비2'는 대략 세 단계로 구성된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유일하게 남은 냉전의 최전선 한반도와 이를 둘러싼 주변국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첫번째다. 북한 최고지도자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의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을 앞둔 시점. 당사자도, 주변국도 각기 셈법이 다른 가운데,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는 직접 사인할 곳도 없는 평화협정을 위해 분투한다. 현실을 닮은 세상 일이 빠른 대화로 이어지는 국제정치 1교시에 신경이 곤두선다.

그런데 북한 원산에서 열린 회담 도중 북 호위총국장(곽도원)이 주도한 쿠데타가 벌어진다. 남북미 세 정상은 볼모로 잡혀 북한 핵잠수함 함장실에 갇힌다. 네가 뱉은 공기로 내가 숨쉬어야 할 밀폐된 단칸방에 꼼짝없이 갇혀서야 그들은 외교적 격식과 수사를 걷어내고 속내를 토해놓는다. 블랙코미디의 시간이다. '강철비2'의 본격 재미도 이제부터다. 방구석 말싸움 한마디 한마디가 한반도 운명을 들었다 놨다, 동북아 지형도를 구겼다 폈다 하는 스케일이 일단 역대급. 이와중에 이래도 되나 싶지만, 캐릭터 확실한 끝장 소동이 시트콤 안 부럽다.

그리고 대망의 3단계에 접어들면 액션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멀리는 '크림슨 타이드'와 '붉은 10월'을 연상시키고 가까이는 '울프콜'을 잇는 정통 잠수함 대전이 펼쳐진다. 절로 숨을 참게 되는 몰입도와 긴장감이 압권이다.

남들이 결정했던 한반도의 운명에 탄식하는 이 영화는 단순한 상업영화를 넘어선다. 선명하고 또 단호하다. 그만큼 관객이 저마다 지니고 있을 전제와 남북미 관계에 대한 인식에 따라 반응이 엇갈릴 만하다. 그럼에도 힘있고 완성도있는 속편임엔 분명하다. 이를 대중영화로 즐길 수 있는 데는 배우들의 공이 크다. 한숨쉬는 정우성, 후진없는 곽도원은 실망감을 주지 않는다. 유연석은 첫 등장부터 입을 떡 벌리게 되며 신정근은 히든카드다. 앵거스 맥페이든은 작정을 했다.

개봉 7월 29일.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1분33초. 쿠키영상이 있다.

▲ 영화 '강철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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