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득점하는 레반도프스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이틀이 지났지만 충격은 여전하다.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6점 차 패배. 실점만 따지자면 무려 8골. 바이에른 뮌헨(독일)은 어떻게 바르셀로나에 '역사적 패배'를 안겼을까.

뮌헨은 15일(한국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열린 2019-2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전에서 바르셀로나를 8-2로 완파했다. 바르셀로나를 완벽히 압도한 뮌헨은 이번 시즌 4팀만 살아남은 UCL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자리 잡았다.

결과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단순히 결과 이상의 것들이 더 인상적이라 그렇다. 점유율에선 뮌헨이 51%, 바르셀로나가 49%로 엇비슷했지만, 질적 측면에선 차이가 컸다. 바르셀로나가 겨우 7개의 슈팅을 기록하는 동안, 뮌헨은 26개의 슈팅을 시도해 그 절반인 13개를 골대 안쪽으로 보냈다. '완패'라는 평가는 결코 과하지 않았던 이유다.



◆ 전방 압박: 주도권 다툼에서 이기는 법

뮌헨은 한지 플릭 감독 체제에서 주도적인 축구를 펼친다. 바르셀로나를 맞아서도 주도권을 쥐려고 했다. 그 방법은 전방 압박이었다.

활동량부터 압도했다. 뮌헨은 107.6km를 뛰면서 98.3km를 뛴 바르셀로나를 활동량부터 압도했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제공하는 '액션존' 통계에 따르면 경기의 36%가 바르셀로나의 진영에서 이뤄졌다. 중원에서 43%, 뮌헨 진영에선 불과 21%만 경기가 진행됐다. 점유율은 엇비슷했으나 뮌헨은 위험 지역에 많이 머무르지 않고, 바르셀로나를 압박하며 공세적인 경기를 치렀다.

전방 압박은 뮌헨이 전반전 기록한 2골의 시발점이 됐다. 전반 22분 이반 페리시치의 슈팅은 중원에서 세르쥬 그나브리가 넬송 세메두의 패스를 끊으면서 시작됐다. 31분 토마스 뮐러의 득점 이전에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세메두와 몸싸움을 불사한 덕분에 크로스 공격이 가능했다.

뮌헨은 수비적으로 물러났다가도 바르셀로나가 백패스를 하는 순간 수비진의 주도로 라인 전체를 끌어올리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수비 뒤 공간을 허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를 압박하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몇 차례 뮌헨의 수비 뒤를 노려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전방 압박은 뮌헨이 낸 해답이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물러서면, 메시가 위협적인 공격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뮌헨은 위험 지역에서 바르셀로나를 전체적으로 밀어내는 형태를 취하면서 공격의 중심 메시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했다.

▲ 득점한 뮐러(가운데 아래)가 그나브리를 업고 득점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원터치 또는 원터치+원터치: 수비를 헤집는 법

전방 압박으로 확보한 주도권을 골로 바꾸는 것이 과제. 뮌헨은 간결한 터치와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을 어렵지 않게 흔들었다. 폭발적인 드리블이 없어도, 거친 몸싸움을 벌이지 않아도, 공을 빠르게 이동시키고 선수들이 공간을 찾아가면 공격 속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했다.

전반 4분 만에 터진 뮐러의 선제골은 그래서 의미가 컸다. 왼쪽 측면에서 페리시치의 크로스는 뒤에서 따라들어오던 뮐러에게 연결이 됐다. 뮐러는 이 크로스를 잡지 않고 앞에 있는 레반도프스키에게 연결했다.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은 이 원터치패스 한 번에 모두 시선을 빼앗겼다.

뮐러는 움직임 한 번으로 자신을 수비하던 조르디 알바를 떼어냈다. 측면으로 움직이는 척하다가, 중앙으로 이동한 것. 그리고 이 앞엔 레반도프스키의 원터치 전환 패스가 나왔다. 뮐러는 무려 6명이나 있었던 페널티박스 안에서 슈팅할 공간을 확보하고 득점했다. 원터치 패스, 그리고 원터치 패스가 이어지면서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이 무너졌다.

27분에 터진 그나브리의 골도 그림 같았다. 이번엔 원터치패스 한 번에 가능했다. FC바르셀로나의 수비진과 미드필더 사이에서 움직이던 고레츠카는 티아고 알칸타라의 패스가 자신에게 향하는 순간, 자신의 앞에서 움직이는 그나브리를 포착했다. 이어 중앙수비수 클레망 렁글레의 뒤를 노려 원터치패스를 돌려줬다. 순발력이 좋은 그나브리는 번개처럼 공간으로 침투해 마무리했다.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 적중했다.

▲ 고개를 떨군 메시

◆ 압도적인 45분: 경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법

불과 45분 만에 4골을 넣었다.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바탕으로 결과까지 만들었다. 뮌헨은 간결한 패스 전개로 2골을 기록했다. 여기에 전방 압박에서 시작된 2골이 더해졌다. 다비드 알라바의 자책골이 있었지만, 경기를 뮌헨이 압도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전반전 경기 내용부터 압도한 효과는 바르셀로나의 무기력한 후반전으로 이어진다. 하프타임 때 드레싱룸에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앉아 있던 메시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주장 역량의 부족이란 비판도 있지만, 메시가 느꼈던 경기력 차이의 반영으로 볼 수도 있다.

완벽하게 쐐기를 박은 것은 후반 18분 요슈아 킴미히의 득점이다. 루이스 수아레스의 만회 골로 4-2가 된 상황에서, 알폰소 데이비스가 환상적인 개인 돌파로 측면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다시 3골 차이가 된 뒤 바르셀로나는 버틸 힘이 없었다. 후반 막판에 터진 레반도프스키 추가 골, 필리페 쿠치뉴의 2골은 사실상 '보너스'와 다를 바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라리가에서 종종 상대를 완파하는 경기를 치른다. 가까이는 2015-16 시즌 데포르티보를 8-0으로 이긴 적도 있다. 바르셀로나는 압도적인 경기 내용으로 결과까지 낸 경우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의 상황에 놓였다. 뮌헨의 압도적인 경기력 앞에 결국 바르셀로나의 투지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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