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최세창, 채지선, 박종기, 양찬열 ⓒ 한희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우리 팀 컬러가 그래요. 선배들이 좋은 문화를 물려준 것 같아서 감사해요."

박철우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화수분 야구의 명맥을 이어 줄 미래들과 함께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생활하고 있다. 갓 입단한 신인들과 20대 젊은 선수들이 치열하게 흘리는 땀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다. 박 감독은 "여기서 같이 지내니까 나까지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 2군 감독이라는 자리를 맡았을 때 책임감은 꽤 컸다. 이천은 두산 화수분 야구의 젖줄이기 때문. 박 감독은 "앞선 감독님들께서 다 잘해오셨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꼈다. 기대에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워낙 좋은 기량을 다들 갖추고 있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대단하다. 욕심도 많고, 오전 훈련 전에 '얼리 워크(early work)'부터 오후 훈련 후 '엑스트라(extra)'까지 자발적으로 하는 선수들이 많다. 우리 팀 컬러가 그렇다. 선배들이 좋은 문화를 물려준 것 같아서 감사하다.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믿음이 간다"고 이야기했다. 

2군은 장기적인 육성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1군에 빈자리가 생겼을 때는 '1분 대기조'가 돼야 한다. 올해는 1군 선발진에서 이용찬(팔꿈치 수술)과 크리스 플렉센(왼발 골절)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불펜에서 이형범, 함덕주 등이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면서 어느 해보다 많은 영건들이 기회를 얻었다. 시즌 초반에는 즉시 전력감이 부족해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직구를 던질 수 있는 이승진과 홍건희를 트레이드로 보강하긴 했지만, 그사이 기존 젊은 투수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채지선과 김민규는 현재 1군 불펜에서 중용되고 있다. 2020년 2차 3라운드 신인 최세창은 16일 잠실 kt전에 데뷔해 멜 로하스 주니어-강백호-유한준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상대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쳐 눈도장을 찍었다. 시속 140km 후반대 묵직한 직구가 위력적이었다. 6월에는 박종기가 대체 선발투수로 큰 힘을 보탰고, 2020년 2차 4라운드 신인 조제영도 씩씩하게 공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현재 대체 선발로 나서고 있는 이승진은 트레이드 후 2군 코치진과 훈련하면서 구속과 밸런스 등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젊은 투수들은 자기 몫을 다 해주고 있다고 본다. 어떻게 더 잘할 수 있겠나. 필승조는 팀마다 기대치가 있다. 나가면 80%는 막아준다는 기대치가 있다. 그 정도까지 확실한 카드는 아니지만,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으니까 좋다고 본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박 감독은 "2군의 목표는 1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서포트를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코치들이 준비를 잘해서 어려운 점이 있을 때 조금이나 힘이 된 것 같다. 좋은 결과들이 보여서 2군 코치들은 다 기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군으로 올려보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볼 때는 부모 된 마음으로 보게 된다. 박 감독은 "사람인지라 1군 경기에 투입되면 자식 보는 마음이랑 똑같다. 노심초사하고, 잘하면 환호도 하고. 안 될 때는 안타깝다. 다 잘됐으면 하는데, 안 되는 점이 있어서 다시 내려오면 그때는 수정할 점들을 확인해서 같이 고쳐 나간다. 다시 올려보내서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게 우리 몫"이라고 강조했다. 

▲ 박철우 두산 베어스 2군 감독 ⓒ 이천, 스포티비뉴스
모든 선수의 활약이 다 기뻤지만, 6월에 1군이 어려울 때 큰 보탬이 된 박종기와 신인 외야수 양찬열을 따로 언급했다. 박종기는 이용찬이 빠진 상황에서 마운드 붕괴를 막았고, 양찬열 역시 발등 부상으로 이탈한 정수빈을 대신해 공수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눈도장을 찍었다. 

박 감독은 "다 기뻤다. 신인은 잠깐이었지만 (양)찬열이의 활약이 반가웠다. 어렵다면 어려운 시기에 힘이 돼서 기쁨이 됐다. 투수는 (박)종기가 가서 조금이나마 힘이 돼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줘서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꾸준히 1군에서 활약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양찬열과 박종기는 현재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흔히 '1군의 맛'을 보면 목표 의식이 더욱 또렷해진다고 하지만, 2군행을 통보 받자마자는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박 감독과 2군 코치들은 더욱 분주해진다. 

박 감독은 "계속 1군에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안 좋은 점, 미흡한 점이 있으면 내려와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다시 확인하고 보강해서 올라가야 한다. 기술적인 것은 코치님들이 하고, 나는 멘탈을 신경 쓰려 한다. 면담도 하고, 어려운 점 있으면 (감독실로) 들어오라고 해서 음료수라도 한잔하면서 들어준다.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이야기만 해주려 하는데, 목표가 1군인데 내려왔으니까 따끔하게 말할 때는 해준다. 부족한 게 있으니까 채워서 다음 기회가 됐을 때 올라가서 실수가 안 나오는 선수가 되자고 한다"고 밝혔다. 

구단은 1군과 2군의 선순환에 만족하고 있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올해 2군 선수들 가운데 1군 분위기를 익힌 선수가 많다는 게 긍정적이다. 김태형 감독이 올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 내야 부상자들이 많았을 때는 이유찬과 권민석 등이 잘해줬다. 잠깐이라도 보탬이 된 선수들도 있었고, 경기에 나서지못해도 벤치와 라커룸에서 1군 선수들을 보고 배우는 것도 크다고 생각한다. 1군의 분위기를 잊지 않기 위해 2군으로 돌아온 선수들은 더 열심히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 2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대가로 신인 드래프트해서 매번 후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고 있다. 스카우트팀이 꼼꼼히 숨은 진주를 물색해도 "1순위 지명과 10순위 지명은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꾸준했다. 2군 코치진, 그리고 선수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두산의 미래들은 잘 크고 있고, 또 한번 화수분을 기대하게 한다.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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