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고 3학년 좌완투수 김진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보통 전력이 아니네요. 에이스가 빠져도 저 정도면….”

강릉고가 다시 한 번 우승후보의 저력을 과시했다. 강릉고는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에서 신흥고를 12-2로 누르고 8강행을 끊었다. 5회 콜드게임 승리. 타선은 장단 14안타를 몰아쳤고, 마운드는 최지민(1이닝 무실점)~임경진(2이닝 무실점)~조경민(1이닝 2실점)~엄지민(1이닝 무실점)이 차례로 지켰다.

폭염 경보 속에서 예정보다 일찍 경기를 마친 강릉고는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9일 오전 9시30분 같은 곳에서 경남고와 준결승행을 놓고 다투게 됐다.

강릉고의 현재 전력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강릉고는 타자일순만 2차례를 기록하면서 신흥고 마운드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1회 타자일순으로 4점을 뽑은 뒤 2회 3점을 추가했고, 4회 다시 타자일순을 앞세워 4점을 낸 후 5회 쐐기 2점을 박았다.

강릉고의 위력적인 타선은 역설적으로 신흥고 투수진의 기록으로 잘 드러났다. 이날 신흥고 마운드가 5이닝을 버티는 사이 투입된 선수는 모두 5명. 그런데 두 번째로 나온 이재준만 3.1이닝을 버텼을 뿐, 나머지 투수 4명은 1이닝도 책임지지 못했다. 그만큼 강릉고 타선 자체가 쉬어갈 곳이 없다는 뜻이었다.

▲ 대통령배에서도 손쉽게 8강으로 오른 강릉고. ⓒ한희재 기자
타선 못지않은 튼튼한 마운드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강릉고는 3학년 김진욱이 벤치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에이스의 공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1~2학년 투수들이 릴레이 호투를 펼친 덕분이다.

강릉고는 선발로 나온 2학년 최지민이 1이닝 무실점으로 스타트를 순조롭게 끊었다. 그리고 강릉고가 2회까지 7-0으로 크게 앞서자 최재호 감독은 최지민을 내리고 2학년 임경진과 1학년 조경민, 2학년 엄지민을 차례로 올렸다. 이들 가운데 아직 경험이 적은 조경민만 1이닝 3안타 2실점으로 흔들렸을 뿐, 나머지는 모두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경기 후 만난 최재호 감독은 “저학년 투수를 활용하면서 다음 경기를 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전을 세 차례 연속 갔는데 모두 준우승만 했다. 이번에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 강릉고 최재호 감독. ⓒ한희재 기자
최 감독의 각오가 더욱 절실하게 들리는 이유는 역시 강릉고의 준우승 징크스 때문이다. 강릉고는 지난해 청룡기와 봉황대기에서 모두 준우승으로 머물렀다. 이어 올해 6월 열린 황금사자기에서도 김해고와 결승전에서 3-4로 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전국대회 정상 문턱에서 잇따라 미끄러진 강릉고는 이번 대통령배를 더욱 철저하게 준비했다. 황금사자기 이후 두 달간 주말리그와 훈련을 병행하며 다시 우승의 꿈을 다졌다. 일단 현재 흐름은 나쁘지 않다. 김진욱이라는 에이스를 충분히 아끼면서 상위 토너먼트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김진욱은 6-0 승리를 거뒀던 순천효천고와 32강전에서 56구만을 던졌고,  16강전에선 온전히 휴식을 취했다. 강릉고의 마운드가 더욱 단단해진 셈이다.

이날 강릉고의 12-2 승리를 지켜본 현장 스카우트들과 경쟁 학교 사령탑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에이스가 빠져도 마운드의 높이가 상당한데 타선 역시 쉬어갈 곳이 없다. 정말 이번에는 우승을 하기 위해 작정하고 나온 느낌이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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