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꿈치 부상에 이어 타격 부진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야구 팬들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이도류(투타겸업)’로 화제를 모았던 오타니 쇼헤이(26·LA 에인절스)가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팔꿈치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하차한 것에 이어, 방망이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

“진정한 투타겸업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원대했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둘 중 하나라도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올 시즌 초반 성적은 최악이다. 오타니는 투수로는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37.80이라는 믿기 어려운 성적을 남겼다. 최근에는 타격에 전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20일(한국시간)까지 시즌 18경기에서 타율 0.183에 머물고 있다.

투타겸업 도전이라는 화제와 함께 2018년 MLB 무대에 데뷔한 오타니는 첫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타격에서는 104경기에서 타율 0.285, OPS(출루율+장타율) 0.925를 기록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10경기 등판에 그쳤으나 마운드에서도 4승2패 평균자책점 3.31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팔꿈치 재활이 마무리되는 2020년은 본격적으로 달려볼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게 망가졌다.

2경기 등판 후 팔꿈치에 문제가 생겨 마운드에서는 조기 하차했다. 올해 등판은 쉽지 않다. 마음을 잡고 타석에 전념하니 성적은 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일시적이었다. 최근 11타석에서 연속 무안타를 기록하며 타율이 0.183까지 떨어졌다. 

오타니의 투타겸업을 지지하던 일본 언론의 분위기도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팔꿈치 부상 후 투타겸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지더니, 최근 타격 부진까지 겹치자 점차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20일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20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오타니는 패스트볼과 변화구 모두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무안타 행진이 길어졌다. ‘스포츠 호치’ 또한 “13일 이후 6경기에서 22타수 2안타로 타율이 0.091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제레미 리드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는 “좋은 선수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그래서 자신에게 더 엄격하기 마련”이라면서 “162경기 체제라면 몰라도 올해는 60경기 체제다. 불필요하게 부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두둔했다. 하지만 리드 코치의 말대로 올해는 60경기 체제라 한 번 침체가 길어지면 만회할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에인절스는 벌써 25경기를 치렀다.

오타니는 2018년 조정득점생산력(wRC+)에서 151을 기록했고, 타자에만 전념한 지난해에도 123으로 훌륭한 수준이었다. 2년간 리그 평균보다 30% 이상의 득점 생산력을 제공했다는 뜻이다. 그냥 지명타자로 써도 될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wRC+는 81에 불과하다. 마운드에서 공도 못 던지는데, 타격 생산력까지 평균 이하면 쓸 이유가 없어진다. 오타니가 기로에 섰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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