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최용제가 끝내기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이승진은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천에서 온 용병들이 뒤숭숭한 팀 분위기를 바꿨다. 

두산 베어스 투수 이승진(25)과 포수 최용제(29) 배터리는 21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1-0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이승진은 6이닝 2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롯데 타선을 잠재웠고, 최용제는 0-0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 기회에서 우전 적시타로 값진 1점을 뽑으며 경기를 끝냈다. 최용제의 생애 첫 끝내기 안타였다. 

경기 전 팀 분위기는 어두웠다. 1군 선수 2명이 지난달 중순 숙소를 이탈해 음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전환하기 전이지만, 당시 KBO리그는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KBO와 구단 모두 리그 중단으로 이어질 감염을 막기 위해 선수단은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하길 권고한 상태였다.

두산은 "구단은 7월 말 이 사실을 인지했고, 선수들에게 내규를 적용해 300만 원씩 징계를 내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죄송하다. 선수단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다. 다시 한번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구단 징계 건이 아니더라도 이미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다. 20일과 21일 이틀 사이 부상자만 4명이 나왔다. 3루수 허경민(종아리), 2루수 오재원(허리), 포수 정상호(왼 손목), 장승현(왼 발목)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1루수 오재일은 부상자 명단에 오르진 않았지만, 손목이 좋지 않아 이틀 모두 벤치를 지켰다. 

▲ 21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1-0 승리에 기여한 이승진(왼쪽)-최용제 배터리 ⓒ 곽혜미 기자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순간, 내일이 보장되지 않은 간절한 선수들이 일을 냈다. 이승진은 지난달 중순 왼발 골절로 이탈한 크리스 플렉센의 대체 선발로 1군에서 기회를 잡았다. 플렉센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언제 다시 1군 선발로 나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에 "팀에 마이너스는 안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간절히 등판을 준비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4일 잠실 삼성전은 3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지만, 이후 2경기는 달랐다. 15일 잠실 kt전은 5이닝 1실점(비자책점) 호투를 펼쳤고, 이날은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한 경기 최다 이닝, 투구 수(98구)를 달성했고,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승진은 최고 구속 149~150km까지 나오는 직구를 앞세워 타자들과 싸워나가고 있다.

최용제는 급작스럽게 주전 포수 임무를 맡았다. 정상호, 장승현에 2군에서 재정비하고 있는 박세혁까지 포수 3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면서 최용제가 1군 최고참 포수가 됐다. 최용제는 21일 경기 전까지 1군 15경기 경험이 전부였다. 

팀의 위기가 최용제에게는 기회였다. 이승진에 이어 박치국(1⅓이닝)-채지선(1⅓이닝)-홍건희(⅓이닝)의 무실점 투구를 이끌었고, 끝내기 안타까지 치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이 순간을 기다리며 2군에서 간절하게 땀을 흘렸기에 이룬 성과였다. 

최용제는 "야구하면서 가장 기쁜 날이다. 2군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박철우 2군 감독님부터 공필성 코치님, 조경택 코치님까지 준비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박)세혁이 형이 곧 올 테니까 팀이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인성 배터리 코치는 최용제에게 "투수가 던지기 좋게 타깃을 잘 잡아줬다"고 칭찬했고, 최용제는 "투수들이 요구한 대로 잘 던져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공을 돌렸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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