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토는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24명 중 평균자책점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K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핀도(26)는 올 시즌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9등이라는 순위를 제쳐두고, SK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핀토는 22일까지 19경기에 나가 100⅔이닝을 던졌다. 이닝소화력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닌데 문제는 세부 내용이다. 실책 등 동료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한 경기가 분명히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안타율은 0.324,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93에 이른다. 이는 4승10패 평균자책점 6.17이라는 낙제점으로 이어진다. 규정이닝을 채운 24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 최하위다. 이쯤되면 외부 요인은 핑계다.

SK는 일단 핀토가 살아야 남은 시즌을 그래도 버텨볼 수 있다. 팔꿈치 부상으로 퇴출된 닉 킹엄의 대체로 ‘타자’인 타일러 화이트를 뽑았기 때문이다. 팀의 유일한 외국인 투수인 핀토가 나가는 경기의 승률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SK도 동분서주다. 그중 하나가 바로 ‘포크볼 프로젝트’다.

핀토는 최고 150㎞대 중반까지 나오는 포심패스트볼, 최고 150㎞대 초반의 투심패스트볼, 그리고 130㎞대 중·후반의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다. 체인지업이나 커브도 던질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구사 비율과 완성도도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구질이 부족했다. 계약 당시부터 코칭스태프 내에서 “빠른 포크볼이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의견이 많았던 이유다. 

최근 SK는 핀토를 설득해 포크볼을 던지게 하고 있다.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22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서클 체인지업이든 포크볼이든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핀토가 고전하는 것은 그게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감독대행은 결과보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그것을 안 하면 핀토는 쉽지 않다”고 단언했다.

포크볼을 연마한 뒤 첫 등판이었던 16일 KIA전에서는 선수가 머뭇거렸다. 고개를 흔들었다. 결과는 4이닝 8실점. 다시 한 번 한계만 확인했다. 그런 핀토는 22일 두산전에서는 초반에 포크볼을 던졌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1회 박건우를 포크볼로 삼진 처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확신이 없었다. 이날 포크볼 구사는 5구에 머물렀다. 막판으로 갈수록 다시 슬라이더에 의존했고, 결국 4회 3실점하며 이날 경기를 그르쳤다. 2사 후 실점이 뼈아팠다.

▲ SK는 핀토가 포크볼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선수는 아직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박 감독대행은 경기 전 “하고 안 하고는 핀토가 결정한다”고 했다. 핀토도 던지기는 던졌지만 포크볼에 대해 마음을 활짝 연 것은 아니었다. 완성도도 아주 높지는 않았다. 포크볼은 스트라이크존에서 날카롭게 떨어져야 가장 큰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핀토의 포크볼은 상당수가 높은 곳에서 가운데로 떨어졌다. 구사력과 심리 모두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150㎞가 넘는 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포크볼은 좋은 짝이 된다. 옆으로 휘는 움직임을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는 선수라면 더 그렇다. 성공 사례가 있다. 앙헬 산체스(31·요미우리)다. 강속구 투수였던 산체스 또한 첫 시즌이었던 2018년 변화구가 난타당하며 애를 먹었다. 그때 여름부터 매달린 게 포크볼이었다. 성공적이었다. 산체스는 2019년 포크볼 구사 비율을 17.3%까지 높이면서 승승장구한다. 오히려 주무기였던 슬라이더보다 더 애지중지하는 전가의 보도가 됐다.

산체스의 사례를 기억하는 SK도 포크볼에서 핀토의 마지막 가능성을 엿본다. 핀토의 문제는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불안한 제구, 주자가 있을 때 예민한 성격, 그리고 2S 상황에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결정구다. 2S 상황에서 핀토의 피안타율은 0.310, 1B2S 상황에서는 0.377에 이른다. 유리한 카운트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볼이 몰려 풀카운트에 가면 피안타타 볼넷을 합쳐 60% 이상의 확률로 피출루다. 대량 실점 공식이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라도 피출루를 낮출 수 있다면 핀토는 나름대로 매력을 갖춘 투수다. 그것이 포크볼이든, 혹은 다른 방법이든 자신의 장점을 살려야 성적도 좋아진다. 만약 포크볼 장착 등 뭔가의 변화가 남은 경기 동안 완벽하게 먹힌다면 실낱같은 재계약 확률도 올라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서의 경력은 이것으로 끝날지 모른다. 핀토에게 기회는 몇 경기 남아있지 않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