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의 MLB 첫 승에 크게 기여한 토미 에드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점수가 절실했을 때,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을 도운 것은 ‘현수’라는 이름 또한 가슴 속에 새기고 있는 한 선수였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토미 에드먼(25·세인트루이스)이 김광현의 첫 승 도우미로 나섰다.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간)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3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3-0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김광현에게는 메이저리그(MLB) 첫 승이라는 값진 꼬리표가 붙었다.

김광현도 잘 던졌지만, 야구는 홀로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다. 동료들의 지원도 컸다. 베테랑 포수 야디어 몰리나는 김광현이 낯선 상대 타자들의 심리를 철저하게 이용해 좋은 리드를 했다. 또한 야수들도 철통같은 수비로 김광현을 도왔다. 사실 속도가 빠른 타구들이 제법 있었음에도 세인트루이스 야수들은 어렵지 않게 이 공들을 처리하며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공·수 전반적으로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는 단연 이날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토미 에드먼이었다. 에드먼은 내야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에 이어 0-0으로 맞선 3회 1사 2,3루에서는 좌익수 방면으로 빠져 나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 하나의 안타로 균형이 무너졌고, 세인트루이스는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득점 지원을 받은 김광현의 심리에도 영향을 줬음은 물론이다.

에드먼은 미국인이지만 한국인의 피가 섞여 있는 한국계 선수라고도 분류할 수 있다.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외가 식구들도 모두 한국인이다. 이 때문에 에드먼은 자신의 뿌리가 한국에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당장 미들네임도 한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이름인 ‘현수’다. 에드먼은 스프링트레이닝 당시 집에서 토미와 현수라는 이름을 자유롭게 쓴다고 밝혔다. 

이를 숨기고자 하는 이들도 있는데, 에드먼은 그런 것들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긴다. 프로필에도 항상 ‘현수’라는 미들네임을 꼭 붙인다. 스프링트레이닝 당시에도 한국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한 선수였다. 물론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자란 관계로 한국어가 유창하지는 않지만, 인사 정도는 할 줄 알고 문화적 거부감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한국에 대해 관심도 많다.

에드먼은 경기 후 김광현의 빠른 템포, 그리고 뛰어난 투구가 오히려 야수들을 도왔다며 김광현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자신이 뭔가 김광현에게 도움이 됐다는 것에 만족스러워하면서도 동료의 첫 승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얼굴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MLB 2년차인 에드먼은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장래가 밝은 선수다. 앞으로도 김광현을 돕는 도우미로 자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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