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숱한 전력 이탈 요소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강호의 저력과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상위권에서 버티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야구 관계자들은 흔히 “한국시리즈 우승은 신이 점지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두산은 근래 들어 신의 저울질을 가장 많이 거친 팀이다. 최근 5년간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중 세 차례는 신의 선택을 받았다.

2010년 이후 10번의 시즌에서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시즌은 단 두 번. 어쩌면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보다, 꾸준하게 상위권에 있다는 점에서 명문의 향기를 강하게 풍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고비가 찾아왔다. 언젠가는 올 고비고, 이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부상자가 너무 많다. 시즌 전 구상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가장 대체가 쉽지 않은 선발진 구상이 부상으로 꼬였다. 시작부터 선발진의 한 축이었던 이용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 또한 부상으로 이탈해 7월 16일 이후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최근에는 함덕주 이현승 이형범 등 핵심 불펜 투수들도 줄줄이 부상자 명단에 오른 기억이 있다. 요즘 두산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들은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나이를 먹어 신체적 능력이 감소하는 베테랑들도 부상의 늪을 피해가기 쉽지 않다. 올 시즌만 해도 오재일 오재원 허경민 김재호 박세혁 김재환이라는 핵심 및 주전급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다녀왔다. 요약하면 두산은 올 시즌 정상적이지 못한 전력으로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 23일 현재 두산의 순위는 4위. 근래 성적을 생각하면 다소 어색한 순위다. 그럼에도 무너지지는 않고 있다. 4위이기는 하지만 90경기에서 50승38패2무(.568)로 선두 NC와 3.5경기, 3위 LG와는 반 경기 차이다. 8월 들어 부상자 속출에 과부하가 걸린 불펜, 다소간 풀이 죽은 타선까지 여러 악재가 겹쳤지만 그래도 10승7패2무(.588)로 버티며 선두권에서 좀처럼 멀어지지 않고 있다. 저력이라고 할 만하다.

22일과 23일 인천에서 열린 SK와 2연전에서도 두산의 저력이 잘 드러났다. 22일은 대체 선발 김민규를 내고도 8-1로 이겼고, 23일에는 역시 부상 여파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선발 최원준이 잘 던지며 8-1로 이기며 3연승으로 한숨을 돌렸다. 앞서 21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이승진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0 승리의 발판을 놨다. 시즌 전 선발로 생각하지 않았던 세 선수가 나란히 출격해 3연승을 만든 것이다.

더 떨어지지 않기 위해 고비에서 과감하게 총동원령을 내린 김태형 두산 감독의 승부수가 결과적으로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가운데 이제 부상자들의 복귀를 기다리는 두산이다. 여기서 처지지 않았기에 위를 노려볼 수 있는 위치까지는 사수했다. 한편으로 그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이 1군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경험을 쌓고 있다는 것 또한 미래를 봤을 때 도움이 될 만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젊은 투수들은 잘 던지고 있다. 다만 타선이 잘 터지지 않아 빡빡한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경기와 시즌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잘 아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기에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당장 박세혁이 복귀를 앞두고 있고, 플렉센도 9월 복귀가 가능하다. 죽지 않는 두산의 시즌 마지막 성적표가 흥미롭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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