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영하(왼쪽)와 함덕주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시즌 도중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의 보직을 맞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9일 선발투수 이영하를 마무리 투수로, 현재 2군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는 마무리 투수 함덕주를 선발투수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본인들이 원해서다. 

김 감독이 2015년 부임한 뒤로 시즌 도중 마무리 투수가 바뀐 적은 많지만,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의 보직 맞교환은 이례적이다. 선수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보직 교체 역시 이례적이다. 

이영하는 2018년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데뷔 첫 10승을 챙겼다. 김 감독은 지난해 스프링캠프부터 이영하를 선발투수로 낙점하며 두산의 미래를 위한 에이스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영하는 17승, 163⅓이닝,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냈다. 덕분에 올해 연봉도 지난해 1억 원에서 170% 인상된 2억7000만 원까지 뛰어올랐다. 팀내 최고 인상률이자 인상액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이영하는 19경기에서 3승8패, 106이닝, 평균자책점 5.52에 그쳤다. 성적이 나지 않으니 마운드 위에서 부담이 커지고, 패전을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바꾸고 싶다고 요청한 배경이다. 

이영하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겠지만, 두산 선발진은 여유가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 6월 이용찬(팔꿈치 수술), 지난달 크리스 플렉센(왼발 골절)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최원준, 이승진, 박종기, 조제영, 김민규 등이 대체 선발투수로 투입된 상황이었다. 라울 알칸타라-유희관-이영하만큼은 자리를 지켜야 했으나, 이영하는 끝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내려놨다.  

함덕주는 이영하와 반대로 선발 보직을 원했다. 2017년 선발투수로 9승을 챙겼지만, 좌완 불펜이 필요한 팀 사정상 2018년부터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고, 마무리 보직까지 꿰찼다. 2018년 27세이브로 두산 좌완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는 16세이브를 챙겼으나 후반기에는 이형범에게 마무리 보직을 내줬다. 올해는 이형범이 시즌 초반 흔들릴 때 함덕주가 다시 마무리 보직을 이어받아 10세이브를 챙겼다. 팀이 필요할 때 뒷문을 잘 닫아주긴 했지만, 함덕주는 꾸준히 마무리 상황이 버겁다며 선발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 감독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함덕주가 자리를 비웠을 때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홍건희가 생각보다는 세이브 상황을 막아주지 못했고, 박치국, 채지선, 이현승 등 필승조에 부하가 걸리고 있었다. 이영하는 입단 때부터 세이브 투수를 꿈꾸기도 했고, 시속 150km짜리 공을 던질 수 있는 이점도 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문제는 함덕주가 선발로 어느 정도 이닝을 끌어줄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쉽게 계산이 서지 않는다. 2017년 이후 함덕주는 꾸준히 불펜으로만 뛰었고, 비시즌부터 선발로 몸을 만드는 것과 불펜으로 몸을 만드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이닝과 투구 수에 아직은 물음표가 붙는다. 

김 감독은 그래도 보직을 바꾸고 싶다는 함덕주와 이영하의 손을 들어줬다. 이제 결과를 내는 것은 두 선수의 몫이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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