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대행의 임무를 마치고 수석코치 보직으로 돌아가는 박경완 코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감독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감독대행 자리에 올랐던 박경완(48) SK 수석코치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평가는 여러 갈래로 갈리는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지나간 일이다. 어쩌면 박 코치의 진짜 임무는 지금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 

6월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더블헤더 1경기 도중 갑자기 쓰러진 염경엽 SK 감독은 1일 인천 LG전부터 다시 지휘봉을 잡는다. 두 달 정도의 시간 동안 기력은 충분히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고, 8월 말 받은 마지막 검진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염 감독의 임기는 2021년까지이며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이 임기를 모두 채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염 감독이 병상에 있는 동안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이가 바로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끈 박경완 코치였다. 준비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레 더블헤더 2경기부터 팀을 이끈 박 코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코치의 대행 기간 동안 SK는 20승32패1무(.385)를 기록했고, 7월에는 승률 0.417, 8월에는 승률 0.348을 기록했다. 이는 감독대행이 되기 전 팀의 승률보다는 소폭 나은 것이다.

당초 염 감독의 틀 안에서 움직이겠다고 했던 박 코치는 부재의 시기가 길어지자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야구관을 선보였다. 돌아올 감독이 있는 대행으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였다. 사실 이 야구관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렸다. 이전에 팀에서 볼 수 없었던 끈기가 분명 생겼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경기 초반부터 작전·번트, 그리고 이닝을 잘게 쪼개는 투수 운영 등 적극적인 경기 개입을 선보인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SK 팬들의 여론도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트레이 힐만 감독 시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억하는 SK팬들은 더 그랬다. 하재훈의 이탈로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하고,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필승조를 과감하게 투입하는 투수 운영 또한 결과적으로 궁극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단지 갑작스러운 사태에 준비가 덜 된 부분이 있었다. 대행 막바지 시기,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박 코치는 “선수들의 작전수행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내 잘못이 가장 크다”고 인정했다.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수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만신창이가 된 팀에서 선택할 만한 옵션이 많지 않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대행의 운신폭 한계는 예외가 아니었다. 

또한 부진한 주축 선수들을 제외하고, 그간 기회를 잘 얻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에게 조금씩 문을 열어주며 팀 분위기를 바꾸려 애쓴 것도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는다. 패배 의식을 완전히 지웠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이 부분을 고치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던 것도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차기 감독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 코치는, 이처럼 두 가지 대비되는 평가를 뒤로 한 채 한 차례 리허설을 끝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자신의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임무가 남아있다. 바로 염 감독을 보좌해 2021년 도약의 기틀을 만드는 것이다. 2020년 SK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팀 부진에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내 리더십이 당황하며 쓸려 내려갔다는 점도 비중이 제법 컸다. 박 코치 또한 대행이 될 당시 “염 감독님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수석코치의 책임이 가볍지 않고 이제 두 번의 실수는 없어야 한다.

KBO리그에서 감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도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게 수석코치의 몫이다. 감독과 선수단의 가교라는 상식적인 문구를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지만 실제 그 몫이 가장 중요한 것이 수석코치다. 감독이라는 자리를 53경기 경험한 박 코치가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일 수 있을지도 지도자로서의 성장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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