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주전은 아니었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 주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김성현(왼쪽)과 최항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의 고질병으로 지적된 키스톤 콤비에 변화 바람을 불어넣었다. 염경엽 SK 감독은 정현을 개막 주전 유격수로, 김창평을 주전 2루수로 낙점했다.

지난 몇 년간 SK의 중앙 내야는 수많은 선수들이 테스트를 거쳤다. 특히 2루가 그랬고, 유격수 포지션에는 외국인 선수를 쓴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선수도 확실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기대를 모았던 강승호는 음주운전사고 여파로 이탈했고, 프리에이전트(FA) 영입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었던 부분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고육지책이 ‘새로운 선수의 활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SK로서는 애석하게 새로운 선수가 바람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정현과 김창평 모두 눈도장을 받을 만한 활약은 없었다. 김창평은 부상을 당해 재활군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 사이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두 선수가 결국은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3일 수원 kt전도 마찬가지였다. 유격수 김성현(33)과 2루수 최항(26)이다. 익숙한 이름의 구관들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김성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몸을 키웠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지적됐던 선수였기에, 일단 더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집중한 것이다. 플로리다 캠프 당시 코칭스태프는 가장 몸이 좋아진 선수 중 하나로 김성현을 뽑는 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였다. 훈련도 열심히 했다. 주전 자리를 뺏겼지만 내색하지 않고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며 묵묵하게 헌신했다. 

그리고 결국은 유격수 자리에 돌아왔다. 활약도 좋다. 김성현은 8월 이후 23경기에서 타율 0.353, OPS(출루율+장타율) 0.871을 기록하며 팀 하위타선의 핵심 몫을 하고 있다. 8월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유격수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타격 성적이다. 여기에 실책은 2개뿐이었다. 어려운 수비에서의 장점도 유지함은 물론 안정감까지 붙었다.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며 팀이 필요한 곳을 채우고 있다.

역시 지난해 타격이 부진했던 최항은 시즌 중반까지도 타격이 돌아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김성현과 달리 2군까지도 경험했다. 그때 최항은 2군 경기에 나서는 것이 아닌, 타격 매커니즘을 바로잡는 훈련을 선택했다. 최대한 빨리 2군 경기에 나가 1군 콜업을 위한 실적을 쌓는 게 일반적인 선택이지만, 최항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뜯어고치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그런 최항도 8월 이후 19경기에서 타율 0.333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6월까지 타율이 0.156에 불과했음을 생각하면 확실한 오름세가 맞다. 가진 타격 재능에 비해 장타가 덜 나온다는 점은 아쉽지만, 방망이 중심에 계속 맞아나간다면 언젠가는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다. 수비도 특급은 아니지만 이제는 무난하게 수행할 정도까지는 올라왔다. 

물론 타 팀의 특급 중앙 내야수들의 활약과 견주면 부족한 게 있는 건 사실이다. SK로서는 어쩌면 새 바람의 유쾌한 강타가 팀에는 이득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전 자리를 잃은 두 선수의 절치부심과 노력까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나름 치열하게 고민했고, 최근 활약은 팀 내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남은 46경기 동안 이들에 대한 도전과 응전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그것도 2021년을 향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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