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오취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방송인 샘 오취리가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대한외국인'에서 결국 하차한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의 '관짝소년단' 블랙페이스를 지적한 일로 논란이 된지 꼭 한 달 만이다.

발단은 지난달 6일. 샘 오취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의정부고 졸업사진과 함께 인종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 속 의정부고 학생들은 흑인 분장을 하고 관을 들고 있다. '관짝소년단'이라 불리며 밈(온라인에서 파급력을 갖는 유행 콘텐츠)에 등극한, 관을 들고 신나게 춤을 추는 아프리카 장례식장 모습을 패러디한 것.

의정부고 졸업사진은 매년 유쾌하고도 독특한 코스프레로 화제가 되곤 하지만, 샘 오취리는 얼굴의 검게 칠한 학생들의 흑인 분장에 주목했다. 흑인 흉내를 내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는 '블랙페이스'는 인종차별적인 행동으로 여겨져 널리 금기시된다.

샘 해밍턴은 이 점을 지적하며 "참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 웃기지 않다.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제발 하지 말아달라"며 "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알겠는데 굳이 얼굴에 색칠까지 해야될까? 한국에서 이런 행동들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 번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곧 논란이 됐다. 샘 오취리의 지적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 "단순한 패러디일 뿐"이라는 반박도 이어졌다. '관짝소년단' 원본 영상에 등장하는 당사자인 벤자민 아이두가 유사한 패러디물에 '고맙다'고 호응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여기에 샘 오취리의 과거 행적, 과거 SNS 게시물까지 재소환돼 샘 오취리를 비난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2015년 JTBC '비정상회담'에서 스페인의 '얼굴 찌푸리기 대회'를 소개하면서 패널들이 얼굴을 최대한 못생기게 만들며 웃음을 안겼을 당시, 샘 오취리가 양손으로 눈을 찢는 포즈을 두고 제작진이 '컴백 나나 좀비?'라는 자막을 달았다. 당시엔 별 문제가 없이 방송됐던 해당 장면을 두고 '동양인 비하', '블랙페이스 지적은 내로남불'이라는 반응이 인 것.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지적했하면서 썼던 영어 해시태그 등도 문제삼는 이들이 나왔다. 케이팝 비하인드를 가리키는 'teakpop'라는 해시태그를 써서 해외 케이팝 팬들을 인종차별 비난에 끌어들이려 했다는 것이다.

논란 속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던 샘 오취리는 계정을 공개하고 7일 사과문을 게재했다. 샘 오취리는 "제가 올린 사진과 글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 죄송하다.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제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고 학생들의 허락 없이 사진을 올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샘 오취리는 또 "한국 K팝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건 줄 몰랐다. 알았으면 이 해시태그를 전혀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오래 사랑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번 일들은 좀 경솔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 배운 샘 오취리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14일 '대한외국인' 녹화에 참석하는 출근길에 '대한민국'이라고 크게 적힌 티셔츠를 착용하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등 사과의 뜻을 재차 표현하기도 했다.

▲ 샘 오취리(왼쪽)와 박은혜. 출처ㅣ샘 오취리 SNS, ⓒ곽혜미 기자
그런데 이번엔 뜻밖의 성희롱 논란이 샘 오취리의 발목을 잡았다. 과거 SNS 일부 대목이 문제가 됐다. 샘 오취리가 지난해 3월 오렌지색 의상을 맞춰 입은 듯한 박은혜와 촬영한 사진을 SNS에 게재하며 "Orange is the new black. 누나 우리가 오렌지 카라멜"이라는 글을 썼는데, 여기에 달린 성희롱성 발언에 샘 오취리가 'preach'라고 댓글을 단 일이 논란이 된 것. 'preach'는 '설교하다, 설파하다'라는 뜻이지만 '동의, 인정' 등의 뜻도 담고 있다고 전해졌기 때문이다.

샘 오취리는 이번에는 해명하지 않고 SNS를 비공개로 전환한 데 이어 이를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이틀 뒤에는 MBC 에브리원 '대한외국인' 녹화에 불참했다. 샘 오취리는 11일 녹화에도 불참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그에 앞서 7일 제작진에 직접 연락해 하차 의사를 전달했다. 자신과 관련해 출연 프로그램까지 논란에 휘말리자 부담을 느끼고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1991년생으로 가나 출신인 샘 오취리는 2014년 '비정상회담'에 고정 출연하며 유창한 한국어와 유쾌한 입담으로 인기를 모았고, 이후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활동해 왔다.

7일 '대한외국인' 관계자는 "이에 앞서 샘 오취리가 녹화에 참여한 100회까지만 등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샘 오취리의 녹화분은 별도 편집 없이 그대로 전파를 탈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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