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박용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은퇴 경기는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그만한 ‘급’이 되는 선수들이 많지 않고, “시즌이 끝나고 은퇴하겠다”는 확고한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경우도 생각보다 없어서다.

그런데 올해 KBO리그에는 이를 두고 관심을 모을 선수가 있다. 바로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 1위에 빛나는 박용택(41·LG)이 그 주인공이다. 박용택은 일찌감치 올 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스스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명예롭게 은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은퇴 투어는 무산됐지만, KIA는 8일 마지막 광주 원정에 임하는 박용택을 위해 고별 행사를 열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기 전 맷 윌리엄스 감독과 주장인 양현종이 꽃다발을 증정했고,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나와 잊지 못할 기념사진도 찍었다. 고척돔과 대구 경기는 이미 끝난 관계로 어쩔 수 없지만, 향후 마지막 원정길에서 타 팀들도 비슷한 대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은퇴식과 은퇴 경기는 또 다르다. 은퇴식이야 사정이 있으면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도 언제든지 열 수 있다. 그러나 은퇴 경기는 때를 놓치면 못 한다. 류중일 LG 감독도 두 이벤트가 갖는 의미가 다르다고 말하면서 “팬들 앞에서 하면 참 좋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상당 기간이 무관중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수도권 등 몇몇 지역은 방역 3단계에 버금가는 ‘2.5단계’ 조치를 시행 중이다. 2단계만 되어도 프로야구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한다. 1단계로 떨어져야 관중이 들어올 수 있는데 지금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10개 구단 관계자 모두 “올해 다시 관중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공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류 감독은 9일 사견을 전제로, “내년 개막전에 팬들 앞에서 한 타석 정도를 소화하는 등, 억지로 은퇴 경기를 만들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은 이에 대해 아직 결정한 것이 없지만, 어쨌든 올해 끝내는 게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다. 희망은 여전히 품고 있다. 시즌 막판이나 포스트시즌에 관중이 들어온다면, 팬들 앞에서 마지막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택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갈 확률도 높다는 게 류 감독의 생각이다.

류 감독은 “대타 1순위이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지명타자로 들어갈 수도 있다”면서 박용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그때 가서 결정할 문제지만 28인 엔트리에 들어가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 시즌 성적(62경기 타율 0.317)도 그만한 가치는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큰 경기에서 베테랑의 경험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사태가 빠르게 안정이 된다면, 마지막 축제인 포스트시즌에는 소수 관중이 입장한 상황에서 경기를 벌일 수도 있다. 포스트시즌은 빨라도 10월 말에나 시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아직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만약 극적으로 관중 입장이 허락되고, LG가 현재 순위대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박용택이 건강하다면 팬들이 이 레전드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볼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