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타격 부진에도 불구하고 내년 중심 전력으로 인정받은 고종욱. 8월 이후로는 타격이 살아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는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진 8월 중순 이후 시즌의 출구 전략을 논의했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머리를 맞대 남은 시즌을 구상했다. 2020년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2021년을 위해’ 2020년 남은 일정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2021년에 어떤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 재건에 나설지, 그리고 군 입대 등 2021년 이후의 선수단 정비에 대해서도 논의를 거쳤다. 그간 자주 바뀌었던 SK의 선발 라인업이 8월 말부터 안정을 찾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는, 2021년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과 기량 정상화, 팀 전술 정비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부상으로 빠진 한동민 최항을 포함, 최근 SK 선발 라인업에서 꾸준히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은 ‘선택’을 받았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포수 이재원과 외야수 고종욱도 그런 선수들이다. 두 선수는 확고부동한 팀의 주전으로 출발했으나 시작부터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이 꼬였다. 그리고 성적이 마음대로 회복되지 않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SK는 두 선수를 내년 주축으로 생각하고 조정할 기회를 주고 있다.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다.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두 선수를 내년 핵심 전력으로 포함시킨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역설한다. 박 감독대행은 “이재원은 안방에서 팀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선수다. 우리 팀에서 처음부터 시작한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고, 작년까지 잘해준 선수”라면서 “우리 팀의 주전 포수가 되어야 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당장도 중요하지만 앞날도 중요하다. 이재원이 안방에서 투수와 야수를 이끌어줄 때 팀이 가장 잘 돌아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타율 0.323과 159안타를 친 고종욱은 팀에서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발이 빠르기 때문이다. 박 감독대행은 “팀이 시즌 초·중반까지 굉장히 힘들었던 건, 뛸 사람이 없고 오로지 쳐서만 점수를 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돌아보면서 “오태곤 최지훈 고종욱은 기본적으로 뛸 수 있는 과정을 만들고 싶다. 다리가 빠른 선수들이 있으면 타자들에게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 고종욱은 뒤에 쓰기보다는 앞쪽에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꾸준하게 선발 출장시키는 이유를 밝혔다.

두 선수의 타격감도 시즌 초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다. 고종욱은 8월 이후 32경기에서 타율 0.295를 기록 중이다. 몰아치기 등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이 조금씩 다시 나온다. 이재원은 도루저지율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타율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8월 이후 8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4사구 16개를 골라내 선구안 측면은 많이 살아났다. 타이밍만 맞으면 안타도 더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확대 엔트리에서 출전 시간을 기다리는 선수들도 많고, 어떤 선수는 지금 당장의 감이 두 선수보다 나은 경우가 있다. 꼭 두 선수뿐만 아니라 현재 중용되는 다른 야수 및 투수들에게도 공히 해당되는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들의 내년 준비를 위해 ‘희생’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박 감독대행 또한 “이런 선수들이 살아나야 마무리가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안에서의 불평·불만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박 감독대행은 “그런 건 두렵지 않다. 불평·불만보다는 우리 팀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누구나 다 주전을 하고 싶겠지만, 팀을 살리는 게 먼저”라고 했다. 결국 오늘도 선발 라인업 및 투수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릴, 선택받은 자들은 그만한 책임감을 가지고 나머지 30경기에 나서야 한다. 적어도 자신들을 위해 뒤로 빠진 동료들에게 부끄러운 경기력을 보여서는 안 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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