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 포스터. 제공ㅣFNC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K팝 세계관을 그저 '덕후' 자극하는 단순한 장치로 보면 큰코다친다. K팝 세계관은 아이돌 멤버들의 캐릭터, 앨범 전체적인 콘셉트, 음악관, 퍼포먼스, 스타일링 등 모든 것을 관통한다. 팔 뻗는 동작 하나, 입고 나온 체크 셔츠 하나, 모두가 허투루 구성된 것이 없다. 앨범에 박힌 폰트 하나도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K팝 아이돌에게 세계관은 이제 필수 불가결이다.

하지만 다소 창의적이고 초현실적인 세계관 스토리텔링이 대중에게는 어렵다는 평이 잦았다. 팬들은 숨겨진 세계관 장치들을 찾는 재미를 즐기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이 세계관을 대중들이 알아채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팝 세계관 특유의 허구적 설정이 유치하다는 코웃음도 빈번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다면 이러한 생각들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K팝 세계관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짚어주는 영화가 나왔기 때문이다. K팝 아이돌의 세계관을 잘 이해하고 싶다면, 영화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연출, 극본 창 감독, 제작 FNC스토리, 창 픽쳐스)이 답이다.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은 10월 데뷔 예정인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 신인 보이그룹 피원하모니의 음악적 세계관을 장편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피원하모니 멤버들이 직접 출연,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세계관과 캐릭터를 영화로 먼저 선보이게 됐다. 

이 영화는 과거, 현재, 미래로 흩어진 피원하모니 멤버들이 분노와 폭력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뭉친다는 설정이다. 피원하모니 멤버들은 '선택받은 아이들'로, 각자 특별한 능력을 갖췄다. 사냥 실력자 테오, 천재 엔지니어 종섭, 면역력을 가진 생존자 소울, 사물을 움직이고 파괴할 수 있는 지웅,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기호, 신체 재생 능력자 인탁. 다른 차원에 흩어진 이들은 힘을 합쳐 희망의 별을 찾아간다.

▲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 스틸. 제공ㅣFNC엔터테인먼트

이 같은 스토리를 짧은 영상물이나 이미지, 텍스트 등으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웠을 터. 영화를 보면 볼수록, 피원하모니가 왜 세계관 전달 매개로 영화를 선택했는지 끄덕이게 된다. 데뷔 무대가 아닌 스크린을 통해 피원하모니의 세계관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겠다는 FNC의 의지도 이해간다. 이런 점에서 확실히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은 흥미롭다.

공교롭게도 바이러스 창궐로 폐허가 된 설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현재 상황과 유사, 눈길을 끈다. 마치 피원하모니 멤버들이 코로나19로 어지러운 가요계를 구원해 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에 피원하모니 멤버들이 극 중 역할 이름과 동일, 세계관에 대한 몰입감도 더했다. 그래서 긴 러닝타임을 마치면, 데뷔도 안 한 신인 멤버들 이름을 자연스럽게 외울 수 있다는 '이득'도 있다.

영화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피원하모니 음악도 색다른 재미로 전망된다. 영화 초반 마네킹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스위트 메모리즈', 지웅과 기호의 추격 장면에서 등장하는 '어떡하라고', 왕따를 당하는 소녀의 서러움을 표현한 '어론'은 피원하모니 멤버들이 부른 곡으로, 피원하모니는 데뷔곡보다 OST로 먼저 음악을 선보이게 됐다. 해당 OST 곡들로 피원하모니 음악적 역량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것. 특히 영화 마지막에 짤막하게 나오는 피원하모니 티저 영상은 이들의 가요계 데뷔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덤'이기도 하다.

FNC 소속 연예인들의 의리도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이다. 정진영, 설현, 유재석, 정해인, 정용화 등 FNC 간판스타들이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에 출연, 후배 피원하모니를 위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들은 탄탄하게 다져진 연기력 내공을 발휘,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이들의 깜짝 등장도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피원하모니 테오, 종섭, 인탁, 지웅, 소울, 기호(왼쪽부터). 제공ㅣFNC엔터테인먼트

물론 영화로서 완성도나 촘촘한 스토리텔링을 기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미래-과거-현재로 전환되는 갑작스러운 전개나, 정진영-정해인-유재석-정용화가 동일 인물이라는 설정, 누나(설현)의 죽음 이후 어린 누나의 등장 등 몇몇 내용이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이번 영화를 위해 처음 연기를 배웠다는 멤버들의 농익지 않은 연기력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 K팝과 K무비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K팝 최초로 영화로 세계관을 담게 된 피원하모니. 이들이 영화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에서 전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가요계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를 모은다. 또한 이번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 K팝과 영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무엇보다 다음 사항에 해당한다면 몇몇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피원하모니에게 '입덕'했거나 '입덕'하고 싶은 이, K팝 아이돌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고 싶은 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영화 '떡밥'들은 향후 연결되는 세계관 스토리라고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을 지닌 이. 이들에게는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