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팬들에게 2021년 희망을 줘야 한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는 8월부터 본격적인 2021년 대비 운영에 들어갔다. 어떤 선수를 내년에 써야 할 것인지 논의 끝에 기본적인 뼈대를 만들었고, 여러 선수들을 실험하며 살을 붙이는 과정이다.

이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이 커진 만큼,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 접수된 팬들의 질문을 선별해 두 차례에 걸쳐 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1부에 이어 다시 말하지만 이는 기자의 시각일 뿐, 구단의 공식적인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글 성격상 경어체는 생략함은 양해해주시길.

내년 2루, 유격수 운영에 대한 기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SK_R****)

기존 자원들을 육성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단의 생각은, 분명 이론적으로 옳은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도 이제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구단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센터라인 보강 논의 자체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팀 타격의 현실상 외국인 타자는 거포 유형이 필요하다. 외국인 중앙 내야수 영입의 가능성은 떨어진다. 트레이드는 수없이 시도했지만 확실한 자원을 얻기는 힘들었다. 계속 시도할 것은 확실시되나 큰 기대는 걸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FA 영입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만약 FA 영입이 없다면 기존 자원들을 재정비하는 방법밖에 없다. 도돌이표다. 2루에서는 최항 김창평이 경쟁할 것이고, 유격수 자리에는 박성한 정현 등이 경쟁할 것이다. 오태곤의 중앙 내야수 기용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차세대 유격수로 뽑히는 김성민은 조금 더 수비를 다듬어서 올리는 게 낫다고 본다. 강승호도 내년에는 가세가 가능하지만, 실전 감각이 부족해 2022년을 겨냥한 포석에 가깝다. 김성현은 팀에 아직 필요한 선수임을 입증하긴 했으나 FA 변수는 있다.

올해 타구단 FA선수들이 많이 나오는데, 혹시 SK가 어떤 선수를 영입 시도할지 궁금합니다!(@29KI****)
올해 이후 혹은 내년 이후 FA 영입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안 살 건 알지만 그래도...(@Luna****)
FA에 SK가 필요한 자원들이 많은데 SK는 FA를 살까요? 즐거운 명절되세요^^(@WskA****)

SK가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영입에 소극적이라는 말은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2년에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중앙 내야수는 계속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18년 시즌이 끝난 뒤 한 내야수에 관심이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강승호를 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구상 단계에서 접었다. 

지난해에도 한 내야수의 영입을 진지하게 고려했다. 구단 잔고를 탈탈 털어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계산하고, 보상금과 보상선수 관련까지 모두 정리했을 정도였다. 다만 해당 선수가 그 ‘예산’보다 더 높은 금액에 계약을 했을 뿐이다. 만약 그 금액에 레이스가 붙어 더 높은 금액에 계약을 했다면 보상 규모까지 포함해 '오버페이' 논란에 휩싸였을 것으로 확신한다. 2018년도, 2019년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합리성’ 때문에 계속해서 선수를 놓치고 있다는 것인데, 매년 같은 딜레마 속에서 올해는 조금 달라지지 않아야 하나 생각한다. 어쨌든 같은 문제를 계속해서 풀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다른 방법론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FA시장은 투수 쪽에 현실적으로 가능하거나 매력이 있는 자원들이 많지 않다. 결국 야수인데 분명 어떤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는 움직임은 읽힌다. “팀이 필요한 상황에서 S급 선수가 나오면 잡는다”는 매뉴얼상 FA 원칙도 분명 희미해졌다. 이는 구단의 시장 운신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코로나19 사태에 구단들의 재정이 어렵다는 건 변수다. SK도 팀 연봉 자체를 10~20% 정도 줄여야 한다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FA 시장에서도 제한적으로나마 ‘쓸 팀은 쓴다’는 이야기가 야구계에는 파다하다.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선수라면 예년 시장가보다 가격이 조금 내려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빡빡한 예산 속에 FA 영입이 쉽지 않다는 것은 팬들도 인정을 해줘야 한다. 어느 팀이나 그렇듯 구단 자체 예산으로는 절대 불가고, 모기업 지원을 받아야하는데 시국이 시국이다. 다만 단순한 전력 이외의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SK는 올해 성적이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대로 FA 시장을 지나친다는 건 팬들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이대로 운영해도 올 팬들은 오겠지”라는 생각을 해서는 곤란하다. 

팬들은 희망을 먹기 위해 경기장에 온다. 최하위권 경쟁을 벌이는 팀에 입장료를 쓸 팬들은 별로 없다. 관중 수 감소는 입장수익 및 차후 광고 수입 급감으로 이어진다. FA 예산보다 더 큰 금액을 손해볼 수도 있다. 원래 최하위권 팀들은 오프시즌에 시끄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른바 '설레발'이라고 하더라도 엔터테인먼트한 요소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 팬들이 당해 아픔을 빨리 잊는다.

기자님 예상으로는 다음 시즌 주장은 누가 맡을 것 같은지 그리고 예상 후보들(?)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NO29****)

▲ 만약 주장이 바뀐다면, 투수 쪽에서는 박종훈이 하나의 잠재적 후보자가 될 수 있다 ⓒ한희재 기자
최정의 리더십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지만, 올해 처진 팀 분위기를 완벽하게 제어했다고도 보기 어렵다. 주장이 바뀐다면, 능력 문제를 떠나 결국 어떤 분위기 전환을 위한 하나의 불가피한 방책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사실 어느 팀이나 주장감을 트럭으로 쌓아두고 있는 건 아니다. 주장이 될 만한 선수는 능력이나 연차 등을 종합했을 때 소수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SK의 풀도 사실 그렇게 넓지는 않다.

이른바 1981년·1982년생들이 오랜 기간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SK다. 1987년생들까지 그 사이 선수들의 수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 뒤를 이었던 것이 이재원이라는 것은, 결국 구단의 종합적인 판단에서 이재원이 가장 그 자리에 어울렸던 선수라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개인적으로도 공감한다. 다만 개인 성적과 여론 등 여러 부분에서 다시 맡기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최정의 유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만약 최정이 주장직을 내려놓는다면 연차상 다음 차례는 한동민이 될 것이고, 발상을 바꿔 투수까지 본다면 오히려 박종훈이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봐온 두 선수는 모두 책임감이 있는 선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후배들을 이끌어 갈 만한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믿는다. 이젠 시기적으로도 이 정도 나이대의 선수들의 전면에 나서야 그 다음 세대로 바턴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다.

내년에 박종훈, 문승원 선수 제외하고 선발진 어떻게 꾸릴지 궁금합니다. 만약 용병투수 2명 계약하게 되면 누가 5선발 맡게 될지 궁금하네요(@lisi****)

가장 시급한 게 선발진 안정화다. 선발이 잘 던지면 시즌이 얼마나 수월한지(2019년), 선발이 못 던지면 투수 교체를 놓고 얼마나 갑론을박을 벌여야 하는지(2020년) SK팬들은 2년 사이에 다 터득했다. 외국인 2명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 2명에 박종훈 문승원이라면 기본적인 뼈대는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박종훈 문승원은 시즌 성적에 있어 어느 정도 범위 사이에서의 계산이 서는 선수들이다.

5선발은 올해 꾸준히 기회를 준 이건욱이 우선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2021년을 위해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보수적으로 계산했을 때 이건욱이 풀타임을 순탄하게 치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에 맞춰 조영우 오원석 등이 대기할 것이고, 더 많은 선발투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퓨처스팀(2군)의 가장 큰 문제는 선발투수를 넉넉하게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고 1군에서 급히 당겨쓰다보니 마운드 운영에 정말 큰 애를 먹었다. 다만 정동윤 최민준이 제대해 이제는 수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수술 상태에서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정수민도 좋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채호도 퓨처스팀의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일단 가장 큰 고비는 넘겼다고 본다. 물론 외국인 선수를 잘 뽑는다는 가정 하에다. 2년 연속 올해처럼이라면 불펜투수들의 어깨는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다.

염경엽 감독과 관련해서 구단의 입장정리가 궁금합니다. 시즌이 막바지로 가고 있는데 어느 정도 입장정리가 되어 있어야 내년시즌을 준비하는데 수월할거라고 생각해서요(@wyve****)

사실 8월 복귀 당시 많은 구단 관계자들이 복귀를 만류했다. 염경엽 감독도 책임감 때문에 복귀를 서둘렀겠지만, 결과적으로 ‘건강 리스크’가 다시 한 번 드러난 최악의 수가 됐다. 올 시즌 팀의 추락에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이라고 본다. 여러 가지 ‘썰’이 떠도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염경엽 체제 붕괴의 ‘결정적인’ 조짐은 볼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건강은 회복 단계로 알려졌다. 마무리 캠프부터 팀을 이끌지, 아니면 건강 회복에 전념하며 이것을 건너뛰고 스프링캠프에 복귀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기자 개인적으로도 질문대로 구단의 공식적인 정리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년이 3년 계약의 마지막이다. 한국시리즈 진출 혹은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할 만한 뭔가의 성과, 즉 올해 아픔을 잊게 할 만한 뭔가가 없다면 어차피 재계약은 어렵다. 건강 문제가 아니라면 임기를 보장해줄 것으로 예상한다.

▲ 이재원은 팀의 주전포수와 팀의 리더로서의 기대치를 채워야 한다 ⓒ한희재 기자

팀 내 최고 연봉인 이재원 선수의 극심한 부진에 대해 구단은 내년에 대한 대비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포수 육성 및 1군 활용 계획, 이재원 선수의 부진과 미래에 대한 대책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Luna****)

여러모로 꼬인 시즌이었고, 팀의 위치에서 볼 때 용납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불의의 부상을 당한 뒤, 어려운 팀 사정 탓에 완벽하게 않은 상황에서 1군에 올라간 점은 있다. 그러나 이건 시즌 중반까지만 해당되는 면죄부다. 지금은 아니다. 구단이 내년 주전 포수로 점찍고 꾸준한 출전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이재원도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올 시즌이 끝나면 전체적인 부분을 원점부터 재검토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내년 주전 포수로 이재원이 유력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구단은 전체적인 그릇이 가장 큰 선수가 이재원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간 쌓은 경력 또한 앞선다. 활약 기대치가 가장 큰 선수라는 의미다. 게다가 클럽하우스의 리더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도 더그아웃에서 가장 목청이 큰 선수가 이재원이다. 염경엽 감독과 박경완 감독대행이 “SK는 이재원이 주전을 차지해야 잘 돌아갈 수 있는 팀”이라고 입을 모으는 건 이유가 있다. 

사실 지금 SK가 가장 머리가 아픈 포지션 중 하나가 포수다. 이재원 이흥련 이현석이 1군 주전 및 백업을 하면, 2군에 남는 포수가 현원회와 1군에서 내려올 포수 하나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포수 자원들을 부랴부랴 신고 선수로 영입했고 2차 1라운드에서 조형우를 뽑았다. 그래도 1군에서 누구 하나 부상을 당하면 2군까지 덩달아 영향을 받는 구조다. 전경원이 내년 제대하지만 현원회 조형우도 군에 갈 시기가 온다. 이재원부터 바로 서야 팀 포수진이 버틸 수 있다.

이번에 1차 지명된 김건우 선수는 고교 때 많이 던졌던데 구단 계획상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 건지 바로 기회를 줄 건지도 궁금합니다(@numb****)

신인을 곧바로 쓰는 팀이 아니라는 인상이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물론 조금 더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준비가 됐을 때 1군에 올린다는 기본적인 방침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드래프트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1차 지명 풀도 넓지 않다보니 1군에서 쓸 만한 즉시 전력감 신인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원인이다. 예를 들어 SK가 소형준을 뽑았다면 올해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최지훈도 스프링캠프 때부터 “올해 1군에서 쓰겠다”는 공언을 받은 선수였다. 

구단도 기본적인 몸 관리는 하겠지만 현재 몸 상태에 큰 문제는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결국 김건우가 가지고 있는 내년 시점의 기량이 1군 진입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SK는 왼손 선발감이 부족하다. 가능성을 보여주고 1군 성적이 난다면 굳이 아껴둘 이유는 없어 보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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