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폼 변경 이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kt 문상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문상철(29·kt)은 올 시즌 1군 주축 멤버에서 밀려난 뒤 많은 생각을 했다. 문상철은 2일 수원 LG전이 끝난 뒤 “군대에 가기 전에도 1군에서 2년을 했고, 전역하고도 1년 반을 했다. 그런데 나아지고 그런 게 없었다”고 떠올렸다.

데뷔 당시부터 기대치 하나는 으뜸이었다. 고려대 시절 대학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다. 2014년 kt의 특별지명(11순위)으로 입단했다. 모든 관계자들은 문상철이 팀의 중심타자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계속 의심만 쌓였다. 1군에서 성과가 미비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 당시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두며 화려하게 전역 신고를 했지만, 지난해 33경기에서 타율 2할에 머물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문상철의 장타력에 주목해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던 이강철 kt 감독의 구상도 1년이 지난 다음 끝내 무너지는 듯했다. 외야에는 배정대가 튀어나왔고, 대신 강백호가 내야로 들어오면서 문상철의 입지가 확 줄었다. 문상철로서는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기였다. 이대로 흘러가면 그냥 2군 선수였다.

문상철은 영상을 보며 보완점을 찾았다. 문제는 분명했다. 문상철은 “발을 먼저 딛고 쳐야 하는데, 영상을 보면 손이랑 발이 한 번에 떨어졌다. 하체의 안정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발을 미리 딛고 치는 연습을 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칠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괜찮다 싶었다. 문상철은 “타격코치님께 여쭤봤는데 흔쾌히 오케이 해주셨다. 그렇게 바꾸게 됐다”고 지난 과거를 설명했다.

kt의 우타자들은 발을 딛고 치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래서 물어볼 곳이 없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대표적으로 발을 딛고 치는 타자인 김태균(38·한화)에게 조언을 구해 완성한 폼이 지금의 타격폼이다. 문상철은 “길지는 않았는데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운동하는 방법이나 타이밍 잡는 방법, 체크 포인트를 가르쳐주셨다. 그걸 알고 영상을 보니까 이해가 수월했다”고 고마워했다.

시즌 중 타격폼을 바꾸는 모험. 게다가 올해 나이가 벌써 서른이었다. 잘못하면 2군에서도 출전 기회를 잃고 완전히 팀의 전력 바깥으로 밀려날 수도 있었다. 문상철은 절박하게 매달렸다. 두 달 정도 타격폼 적응에 애를 썼다. 성과가 나왔다. 하체가 안정되고 공을 끝까지 보게 되니 예전처럼 성급한 타격이 줄어들었다. 설사 안타를 못 치더라도 끈질긴 모습이 자주 나온다. 힘은 원래 좋으니 타이밍이 조금 뒤에서 맞아도 공이 담장을 넘어간다.

문상철은 1군에 다시 돌아온 9월 9일 이후 16경기에서 무려 0.429의 타율을 기록했다. 표본이 42타수니 단순히 하루 이틀 반짝한 것은 아닌 셈이다. 또 이 기간 홈런을 5방이나 때렸다. 출루율은 0.489, 장타율은 0.857로 둘의 합인 OPS는 1.346에 이른다. 결정적인 순간 홈런이나 적시타를 때리며 팀 승리에 공헌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제 문상철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라인업을 짜는, 어쩌면 즐거운 고민을 한다. 5월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2일 수원 LG전에서는 외야수도 소화했다. 전문 내야수로 컸던 문상철에게 낯선 영역이다. 문상철도 “감독님께서 연습을 하라고 하셔서 6월부터 (외야 수비 연습을) 계속 했다. 연습과 경기는 또 다르다. 어려운 타구도 와봐야 하는데 오늘은 운 좋게 평범한 플라이밖에 안 왔다”고 웃었다. 하지만 여기서 성공하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동기부여가 남다르다.

어쩌면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기다. 신도 나고, 기분도 낼 법하지만 문상철은 고개를 젓는다. 그는 스스로를 “야구를 잘해본 적이 없는 선수”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시즌 끝까지 그 생각만 가지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의 바뀐 타격폼을 보고 혹자는 ‘수원 김태균’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활약이 이어진다면, 수원 김태균보다는 새로운 문상철의 탄생이라고 정의할 시기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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