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뀐 투구폼에도 잘 적응하며 kt 선발진을 이끌고 있는 배제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배제성(24·kt)은 189㎝의 큰 키에서 나오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각이 일품이다. 키가 큰 데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은 편이다.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은 아니지만, 각 하나만으로도 상대에게는 위압감이 된다. 몸쪽으로 제대로 박히면 타자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런데 배제성의 투구폼이 9월 중순부터 변했다. 자신이 던질 수 있는 릴리스포인트의 정점까지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이제는 올라가다 중간쯤에서 나온다. 팔 스윙은 여전히 빠른 편이지만, 보는 사람들로서는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팔이 내려왔다. 그것도 시즌 중에 갑자기 폼이 바뀌었다.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다.

이강철 kt 감독도 투구폼이 바뀌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 감독은 3일 수원 LG전(더블헤더)을 앞두고 “팔이 작년보다는 안 올라간다. 자연스럽게 떨어졌다”고 했다. 사실 폼을 바꾸기 전부터 공을 누르는 힘이 조금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배제성이다. 결국 모든 것을 종합해 가장 유리한 쪽으로 변화를 시도한 셈이다.

확실한 건 부상은 아니다. 이 감독은 “아픈 건 아니다. 아프다면 안 쓴다. 선수 생명을 걸게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큰 부상으로 번지기 전의 타협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올 시즌 뒤 조정의 방법을 이미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배제성의 투구폼은 시즌 뒤 뭔가의 변화가 또 생길 가능성이 있다.

선발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지난해 적지 않게 던졌다. 배제성의 지난해 투구 이닝은 131⅔이닝이었다. 2018년은 1군(4이닝)과 2군(63⅔이닝)을 합쳐 소화이닝은 67⅔이닝, 2017년은 합계 47이닝이었다. 지난해 이닝이 확 늘어난 건 맞다. 올 시즌을 앞두고 몸을 천천히 만들도록 하는 등 관리에 신경을 썼지만 피로도는 속이지 못했다. 구속이 떨어졌다. 지난해 배제성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3.3㎞였지만, 올해는 140㎞ 남짓이다.

2일 수원 LG전에서도 배제성은 최고 142㎞를 던졌으나 패스트볼은 대다수가 130㎞대 후반이었다. 팬들이 볼 때는 짠한 폼이고, 또 짠한 구속이다. 그러나 배제성은 단 한 번도 불만 없이 묵묵하게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현재 팀 상황에서 kt는 배제성이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다. 배제성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10승을 거두며 한층 성장한 에이스 마인드는 배제성의 머릿속에서 ‘포기’라는 단어를 지웠다.

갑자기 투구폼이 바뀌고, 갑자기 구속이 떨어지면 성적도 저하되는 게 당연한 수순. 그러나 배제성은 잘 버티고 있다. 9월 19일 SK전에서 5⅓이닝 무실점, 9월 26일 LG전에서 4⅓이닝 1실점, 그리고 2일 LG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이 감독은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2일 승리는 배제성이 만들었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투구폼을 가지고 있는데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도 건재하다. 이 감독은 “패스트볼을 많이 쓰는 등 패턴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떨어진 구속으로도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 평균자책점은 지난해(3.76)보다 소폭 오른 수치(4.14)라는 건 배제성의 기초 체력을 상징하다. 또 8승을 거뒀다. 체계적인 휴식과 훈련을 통해 원래 모습을 찾아간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성적도 기대할 만하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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