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상 수상을 사실상 확정한 소형준은 내친 김에 국내 선수 최다승까지 노린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소형준(19·kt)은 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더블헤더 2경기를 마치고 “정조대왕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르니, 작년 생각도 나고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이 유니폼과 소형준은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kt의 서드 유니폼격인 정조대왕 유니폼은, 소형준이 팬들 앞에서 가장 먼저 착용했던 유니폼이기도 했다. 소형준은 2019년 9월 28일 수원 NC전 당시 마련된 신인선수 인사 행사에서 kt 팬들과 처음 만났다. 모든 것이 낯설고, 1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 앞에 서는 것이 긴장되기도 했을 터. 그래서 그런지 소형준은 “팬 여러분께 인사를 올리는 자리에서 선물받았던 유니폼”이라고 기억을 정확하게 더듬고 있었다.

비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루에 팬들은 없었지만, 소형준은 이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나선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3일 LG와 더블헤더 2경기에 선발 등판한 소형준은 6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시즌 11번째 승리를 거뒀다.

최근 상승세가 무서운 소형준이다. 보통 신인은 시즌 뒤로 갈수록 성적이 처지기 마련이다. 체력도 체력이고, 상대 팀의 분석도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상당수가 ‘용두사미’ 시즌이다. 그런데 소형준은 완전히 다르다. 최근 12경기, 즉 7월 이후 모든 등판에서 ‘5이닝 이상 소화, 3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2.38이다. 6월 말까지 6.65였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4.11까지 떨어졌다. 괜히 대형 신인이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시즌 11번째 승리는 구단 역사에도 남을 만한 일이었다. 아직 구단 역사가 짧은 kt의 최초 국내 선수 10승 투수는 지난해 배제성(10승)이었다. 소형준은 이를 뛰어넘어 kt 국내 선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썼다. 이제 승리를 하면 할수록 구단 기록이 경신된다. 소형준은 “정말 영광”이라면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소형준이 달성할 수 있는 시즌 목표를 바깥에서 대략적으로 살피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소형준 스스로가 항상 강조하듯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이는 매우 유력해졌다. kt는 시즌 21경기를 남긴 현 시점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6위 KIA와 경기차는 5경기다. 최종 순위야 더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 자체는 높아졌다.

두 번째는 신인상이다. 몇몇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결국 소형준이 뿌리치는 그림이다. “이미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선발로만 11승을 거뒀고, 평균자책점도 안정적이다. 규정이닝 소화는 어려워 보이나 현재 소화 이닝 자체로도 리그 국내 선수 중 13위다. 신인 중에서는 당연히 독보적이다. 그냥 지금 트로피에 이름을 새겨 제작을 끝내고 ‘배송 대기’로 남겨둬도 될 정도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세 번째는 국내 선수 최다승이다. 그간 KBO리그를 대표하던 에이스들이 떠나거나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빠지면서 올해 토종 최다승 판도가 대단히 치열해졌다. 여기서 소형준이 치고 나간다. 11승은 3일 현재 토종 선수로는 리그 최다승이다. 최원준(두산), 박종훈(SK)이 10승으로 공동 2위. 임찬규(LG), 구창모(NC), 양현종(KIA), 최채흥(삼성)이 9승으로 그 다음이다. 

소형준은 등판 간격 관리를 받고 있다. 시즌은 완주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소화 이닝은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대개 5~6일 휴식 후 등판이다. 이 때문에 소형준은 다른 선수들보다는 잔여 경기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이상 한 번 노려볼 만한 사정거리에는 들어왔다. 순수 신인이 데뷔 첫 해 국내 선수 최다승을 달성한 건, 2006년 류현진이 마지막이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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