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위 저하로 우려를 낳고 있는 타일러 윌슨(왼쪽)과 차우찬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구속은 떨어져도 큰 문제없이 던지는 듯했던 타일러 윌슨(31·LG)은 갑자기 더그아웃을 향해 뭔가의 신호를 보냈다. 표정은 굳어 있었다.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윌슨은 4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팀이 5-1로 앞선 3회 2사 1,2루 상황에서 갑작스레 강판됐다. 팔꿈치 쪽에 통증이 있었다. LG 관계자는 “우측 팔꿈치 후방 충돌 증후군으로 인한 통증으로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윌슨은 5일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류중일 LG 감독도 4일 승리 후 “윌슨이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고 애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윌슨은 2018년 LG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실력이나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태도, 그리고 그라운드 밖에서의 인성까지 모두 에이스였다. 모든 LG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다. 그러나 올해 25경기에서 10승8패 평균자책점 4.42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구속이 뚝 떨어졌다. 처음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가격리 여파인 줄 알았는데 끝내 회복되지 않았다.

윌슨의 최고 장점은 제구력과 커맨드, 그리고 주무기인 커브의 위력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의 구속과 투심패스트볼이 뒷받침될 때 더 빛이 난다. 하지만 올해 윌슨의 패스트볼 구속은 뚝 떨어졌고, 4일 경기에서는 상당수가 130㎞대 후반이었다. 클래스로 버티고 있지만, 결국 구속이 돌아오지 않으면 기복 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류중일 LG 감독 또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작년보다는 구속이 떨어졌다”면서 “변화구도 빨리 도망가야 하는데 안 도망가면 맞게 되어 있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볼 끝이 무뎌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140㎞대 중반이 나올 때는 집어넣어도 파울이 나와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승부를 했는데, 이제는 제구를 하려다보니 볼이 조금 빠지면서 투구 수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5일 검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돌아온다고 해도 내년 재계약은 LG에 딜레마가 될 법하다. 그간 보여준 것은 충분한 윌슨이다. 구속만 돌아오면 1~2년은 충분히 정상권에서 활약할 수 있다. 반대로 올해 한정의 단순한 위력 저하가 아닌, 영구적 구위 저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판단해야 할 LG의 계산도 복잡할 전망이다. 

윌슨만이 아니다. 토종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았던 차우찬(33)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차우찬은 어깨 통증으로 지난 7월 25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당초 한 달 정도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여겼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다. 부상자 상황 공유에 거리낌이 없는 류중일 감독 또한 차우찬의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차우찬 또한 지난해부터 구속 저하 기미가 뚜렷하다. 차우찬은 LG에서의 첫 2년 동안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이 142㎞ 정도였다. 조금 떨어지기는 했어도 나이에 따른 저하 정도로 이해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140㎞ 수준이다. 투수 출신의 한 해설위원은 “예전의 구속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수준보다 확 나아지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 나이 때 한 번 몸에 이상이 생기면, 투수들은 예전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고 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은 차치하더라도 차우찬의 회복, 구위 정상화는 아직까지 확인된 게 없고, 올해 끝까지 확인하지 못할 공산도 있다. 역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영구적 구위 저하의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활용 방안 또한 LG의 고민이 될 수 있다. 토종 및 외국인 에이스의 예상치 못한 난조에 LG의 시즌 막판과 전반적인 마운드 구상이 꼬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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