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박경수(왼쪽)와 롯데 오윤석.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지난 추석 연휴에 흔히 접하기 힘든 기록 두 개가 종합선물세트처럼 터져 나와 한가위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나는 ‘삼중살(三重殺)’로 표현되는 ‘트리플 플레이(triple play)’,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사이클링 히트’로 통용되는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이다.

◆ 트리플 플레이

트리플 플레이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kt 위즈 더블헤더 제2경기에서 만들어졌다.

2회말 kt 공격. 무사 1·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경수는 3루수 앞 땅볼을 쳤다. 원바운드 타구를 잡은 LG 3루수 양석환이 먼저 3루를 밟아 2루주자 강백호를 포스아웃시킨 뒤 2루에 송구해 1루주자 문상철도 포스아웃시켰다. 송구를 받은 2루수 정주현이 곧바로 1루에 송구하면서 타자주자 박경수도 아웃됐다. 한꺼번에 아웃카운트 3개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4호이자 역대 76호 트리플 플레이가 완성됐다. KBO리그는 올해로 출범 39년째를 맞는다. 1년에 2차례 꼴로 기록된 삼중살이 올해는 유난히 많이 나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사이클링 히트

바로 다음날인 4일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사이클링 히트가 터져 나왔다.

롯데 1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한 오윤석은 한화 선발투수 박주홍을 상대로 1회말 2루타, 2회말 단타를 친 뒤 3회말 만루홈런(투수 김종수)을 터뜨렸다. 이어 5회말 3루타(투수 안영명)를 날렸다. 올 시즌 2호이자 KBO 역사상 27번째 사이클링 히트가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갖가지 스토리들이 줄줄이 엮었다. 롯데 선수로는 1987년 정구선, 1996년 김응국에 이어 3번째이며, 단 4타석 만에 사이클링히트를 완성한 것은 역대 7번째 기록. 무엇보다 만루홈런이 포함된 사이클링히트는 사상 최초여서 더욱 눈길을 모았다. 육성선수 출신 오윤석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빛난 날이 됐다.

역대 27번째 사이클링 히트라는 점에서 1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기록이지만 올해는 키움 김혜성(5월 30일 고척 kt전)에 이어 두 차례 나왔다.

◆ 대기록보다는 진기록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한다. 그만큼 다른 스포츠와 달리 수많은 기록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대기록(大記錄)도 있고, 진기록(珍記錄)도 있다.

그렇다면 트리플 플레이와 사이클링 히트는 그 사이 어디쯤에 해당할까.

국어사전을 보면 ‘대기록’은 ‘대단히 세우기 어려운 기록’으로 설명해 놨고, ‘진기록’은 ‘어떤 분야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특이하고 진기한 기록’으로 풀이해 놨다.

어감적으로 보면 대기록은 마일스톤(milestone), 즉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한 위대한 기록을 일컫는다. 이승엽의 한 시즌 최다 56홈런(2003년)이나 장명부의 한 시즌 최다 30승(1983년), 송진우의 통산 최다 210승, 선동열의 한 시즌 최저 평균자책점 0.78(1993년), 최동원의 한 시즌 최다 223탈삼진(1984년), 이종범의 한 시즌 최다 84도루(1994년) 등이 대기록에 해당한다.

진기록은 말 그대로 특이하고 진기한 기록이다. 퍼즐 조각을 모두 맞춰야만 완성되는, 행운까지 곁들여져야 달성되는 스페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대기록과 진기록의 범주를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측면도 있지만, 과거부터 언론에서 이어져 내려온 전통은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트리플 플레이와 사이클링 히트는 대기록보다는 진기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내야 수비가 뛰어난 팀이라고 해서 반드시 트리플 플레이를 만든다는 보장도 없고, 아무리 타격 재능이 뛰어난 타자라고 해도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기록은 개인이나 팀의 역량으로 달성하는 위대한 기록(great record)이지만, 진기록은 특별한 행운을 만나야 이뤄지는 이례적인 기록(exceptional record)이다.

3일 삼중살을 완성한 LG 내야진과 4일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오윤석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날 하늘이 내려준 특별한 행운을 만난 셈이다. 반대로 삼중살타를 친 박경수와 사이클링 히트를 허용한 한화 투수진은 ‘대기록의 희생양’ 혹은 ‘불명예’라기보다는 진기록을 내준 ‘운수 나쁜 날’쯤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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