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택 ⓒ 박성윤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성윤 기자] KBO 리그 최초 2500안타 대기록을 세웠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가 그리던 대기록을 세우는 장면에 한 끗 차이로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LG 트윈스 베테랑 타자 박용택이 KBO 리그 대기록을 세우고도 활짝 웃지 못했다.

"되게 아쉽네…." 경기 후 2500안타 달성 소감 인터뷰에 나선 박용택은 아쉽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는 "내가 꿈꾸던, 이기는 경기에 중요한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야구가 어렵다. 올 시즌 내가 친 공 가운데 가장 빠른 타구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2-1 리드를 9회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9회초 LG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며 2-2가 됐다. 경기 내내 더그아웃에서 출장만 기다리던 박용택은 9회말 방망이를 움직였다.

9회말 1사 1루. 구본혁 타석 때 박용택이 대타로 나섰다. 박용택은 볼카운트 2-0에서 3구를 휘둘러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쳤다. 박용택의 통산 2500안타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KBO 리그 최초 기록이다.

1998년 신인드래프트로 2차 우선 지명으로 LG에 지명을 받고, 2002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프로에 들어온 박용택은 데뷔 시즌부터 108안타를 터뜨리며 '안타 장인'으로 기록을 쌓아가기 시작했고 2500안타 고지까지 도달했다.

박용택은 통산 안타 부문에서 압도적 1위다. 이날 안타로 2500안타가 됐다. 2위는 양준혁으로 2318안타, 3위는 김태균으로 2209안타다. 선수 생활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김태균도 약 300개 안타를 더 쳐야 뒤집을 수 있다. 어려워 보인다. 김태균 이후 현역 최다 안타는 KIA 타이거즈 최형우로 1954안타다. 박용택의 2500안타는 쉽게 경신되지 않을 대기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LG는 경기에서 터진 결정적인 박용택 2루타로 1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후속 타자들은 삼성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고 범타로 물러났다. 박용택이 바라던, 결정적인 순간에 터진 결정적인 안타가 2500안타가 됐지만,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 박용택 ⓒ LG 트윈스
박용택은 "항상 이런 기회가 되면, 잘 칠 수 있게끔, 모든 기운을 집어넣는다. 아까 만큼 기를 많이 넣은 적은 없는 것 같다"며 다시 아쉬움을 말했다.

2500안타까지는 19년의 여정이 있었다. 박용택 머릿속에 있는 가장 기억에 남는 안타는 그의 첫 안타다. 박용택은 "2002년 4월 16일. SK 에르난데스, 그해 탈삼진왕을 상대로 2루타를 쳤다. 아직도 그때 타석에서 공이 어떻게 날아왔고 내가 스윙을 어떻게 했고, 타구가 어떻게 날아갔는지 기억을 하고 있다. 담장을 직접 때리는 2루타였다. 참고로 LG 19이닝 연속 무득점을 깨는 안타였다"며 웃었다.

그는 "2500안타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주위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2497개나 2499개나, 내가 은퇴하는 시점에 최다 안타를 치고 은퇴하는 게 중요하다. 안타 수에는 차이가 없다고 말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2500안타로 나보다는 이병규 타격코치님이 후련하실 것 같다. 이런 기록은 여기까지 왔는데 해야지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무슨 상관있냐고 말을 했다. 주변에서 많은 코치님이 몇 개 남았는지 알려주셨다. 그분들이 이런 기록에 신경을 쓰고 계셨던 것 같다. 신경을 덜어드린 것 같다"며 주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 박용택 ⓒ곽혜미 기자
박용택은 이날 경기 대타 출전으로 2222경기 출장에 성공했다. KBO 리그 최다 경기 출장은 과거 박용택 팀 동료였던, 정성훈의 2223경기다. 2경기만 나서면 최다 경기 출장 기록도 손에 쥐게 된다. 그는 "2500안타보다는 최다 경기 출장이 의미가 큰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며 더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은 최다 경기 출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LG는 패하며 두산 베어스에 4위를 내주고 5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2위 kt 위즈부터, 공동 6위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와 경기 차이는 크지 않다. KBO 리그 역사에 남을 순위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박용택은 후배 선수들이 '즐거운 긴장감'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중요한 경기들만 남았다. 19년째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올해처럼 순위 경쟁에 여러 팀이 엮인 것은 처음 봤다. 조금만 잘하면 위로 갈 수 있지만, 못하면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 선수들, 후배들이 이런 긴장감 있는 상황을 즐거운 긴장감으로 받아들이고 힘내줬으면 좋겠다"며 남은 시즌 동안 모두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남겼다.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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