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NC전 승리 후 선수단고 하이파이브하는 김창현 키움 감독대행(오른쪽 정면)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는 선수단을 사람이 아닌 게임 플레이어로만 취급하는 것일까.

키움은 8일 손혁 전 감독의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손 감독은 7일 NC전에서 패한 뒤 김치현 단장과 면담을 통해 사퇴를 결정했다. 이는 8일 오전 구단에 공식적으로 전해졌고 손 전 감독은 이날 오전 코칭스태프, 베테랑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키움은 약 11개월 만에 2번이나 충격적인 감독 교체를 겪었다. 지난해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계약기간이 끝나 재계약이 유력했던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이때는 심지어 비시즌이라 선수들은 물론 대부분의 구단 직원들이 감독 교체 사실을 알지 못했고 당연히 선수들은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올해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선수들이 너무 야구를 잘하다 보니 키움 구단은 선수단을 프런트가 뭘 해도 상관 없는 비디오 게임 속 플레이어들로 생각하는 걸까.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는 시점에 감독과 결별했다. 코칭스패트와 선수들 모두 구단과 감독의 마찰을 눈치껏 알고는 있었지만 사퇴 소식을 듣고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에서 내세운 감독대행인 김창현 전 QC 코치는 9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동요를 걱정했으나 베테랑 선수들이 자리를 잘 잡고 코치들이 제 역할을 잘 해줬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과연 선수들이 감독의 사퇴에도 아무런 동요가 없었을까. 반대로 구단의 상식 밖 추행들에 애정도 미련도 다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닐까.

이정후는 8일 NC전이 끝난 뒤 손 감독 사퇴에 대해 "흔들리는 시기에 함께 내 부진이 시작된 것 같아서 나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마음이 좋지 않다. 우리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아니면 조금 더 우리가 이겼더라면 생각했다. 나 역시도 아직 프로 생활하면서 (감독 자진 사퇴는) 처음 겪는 일이다. 일단은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이 생각이 크다"고 밝혔다.

경기 후 말을 고르고 정리해 나선 인터뷰에서도 당황스러움이 느껴지는데, 선수들의 동요가 없었다고 포장하는 것에서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키움 구단의 직진 행보가 얽힌다. 지금 이 당황스러운 시기. 다독여도 모자랄 때 선수들을 '감독 사퇴에도 아무 감정 없는 로봇'으로 몰아가며 사태를 빨리 덮는 데만 급급한 구단이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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