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비를 선보이며 팀 내야를 든든하게 지킨 김성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어려운 상황에서의 나온 혼신의 수비가 KIA를 울렸다. 김성현(33)이 재치 있는 수비로 팀의 내야를 지켰다. 이는 결과적으로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구해내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SK는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9-5로 이기고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이날 최하위 한화는 대전에서 키움을 눌렀다. 만약 SK가 졌다면 다시 9·10위 사이의 경기차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SK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기분 좋게 광주를 떠날 수 있었다. 김성현이 숨은 공신이었다. 

경기 초반 최정(1회 솔로홈런)과 로맥(3회 2점 홈런)의 대포로 3-0으로 앞서간 SK였다. 그러나 흐름 자체가 편안한 것은 아니었다. 선발 이건욱은 많은 안타를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매회 볼넷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3-0으로 앞선 3회에도 선두 한승택에게 볼넷, 박찬호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에 몰렸다. 그리고 최원준의 타구도 내야 중앙을 가르는 듯했다. 2루수 김성현이 집중력을 유지하며 공을 잘 잡기는 했는데 포구 과정에서 몸을 던진 관계로 이미 폼은 무너져 있었다. 송구로 이어 가기가 쉽지 않은 양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김성현은 지체 없이 글러브 토스를 시도했다. 다시 일어서 자세를 잡은 뒤 공을 던지면 이미 늦는다는 판단이었고 이는 정확했다. 사실 글러브 토스는 송구 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정확성과 송구의 힘이 떨어진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그렇게 권장할 만한 게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적중했다.

송구가 예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2루 베이스에 들어가 있던 유격수 박성한에게 정확하게 이어졌다. 무사 만루가 될 상황이 1사 1,3루가 된 KIA는 터커가 중견수 뜬공, 최형우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추격 기회를 놓쳤다.

김성현의 호수비는 또 나왔고, 또 비슷한 상황이었다. SK가 4-0으로 앞선 5회였다. KIA는 선두 박찬호의 볼넷, 최원준의 우중간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터커가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섰으나 최형우가 3회 최원준의 타구와 비슷한 코스로 공을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성현이 있었다.

김성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몸을 날려 포구에 성공했고 포구와 거의 동시에 글러브 토스를 해 1루 주자 최원준을 잡았다. 최형우가 조금만 느렸다면 병살까지도 갈 수 있는 호수비였다. 이 과정에서 1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이 아웃카운트 하나는 SK로서 엄청 중요했다. 결국 SK는 박민호가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5회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만약 SK가 경기 초반 실점했다면 중·후반 양상을 생각했을 때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간다는 보장이 없었다. 김성현의 수비 두 개가 마운드를 구해냈다. 김성현은 이날 수비는 물론 타격에서도 3안타를 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오랜 기간 SK 내야를 지켰던 김성현은 올해 개막 주전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여파였다. SK는 정현과 김창평에게 먼저 주전 기회를 줬다. 하지만 두 선수가 부진 및 부상으로 빠진 사이 김성현은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성적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유격수 수비에서 확실히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제대한 박성한이 유격수로 꾸준히 실험됨에 따라 김성현은 2루에서 선발 출장하고 있다. 원래 2루 수비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포지션 변경에도 흔들림 없이 내야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김성현은 자신이 여전히 유틸리티 측면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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