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 시즌 최다인 4개의 끝내기 안타를 보유 중인 2004년 현대 클리프 브룸바(왼쪽)와 2020년 kt 배정대. ⓒ현대 유니콘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막 끝난 1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선 그간 잊고 있던 추억의 이름이 소환됐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 수원구장을 누볐던 클리프 브룸바(46)였다. 왕년의 강타자를 소환한 이는 kt 외야수 배정대(25). 수원을 안방으로 둔 두 주인공의 공통분모는 바로 ‘끝내기’였다.

배정대는 11일 경기에서 4-4로 맞선 10회말 2사 만루 이영하로부터 우중간 끝내기 안타를 뽑아내고 5-4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자신의 4번째 끝내기. 9월에만 3개의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KBO리그 개인 월간 끝내기 안타 최다기록을 세웠던 배정대는 이날 1개를 추가해 단일 시즌 최다기록 타이를 이뤘다.

배정대가 어깨를 나란히 한 이는 바로 브룸바였다. 2003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로 건너온 브룸바는 이듬해 4개의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면서 최다기록을 작성했다. 이후 16년간 깨지지 않던 기록은 마침내 배정대의 손으로 경신 문턱까지 다다랐다.

2004년 브룸바의 안방이 지금의 수원케이티위즈파크였으니 배정대는 같은 곳에서 뜻깊은 기록을 세운 셈이다.

경기 후 만난 배정대는 “요새 끝내기 상황을 자주 맞다 보니 더 차분해질 수 있었다”며 자신의 기분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앞선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나면서 느낀 부분이 있었다. 팔이 조금 안쪽으로 돌며 스윙이 나오길래 이를 포수 앞쪽으로 빼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계속해서 리드오프를 맡았던 배정대는 이날 6번 중견수로 타순이 조금 내려갔다. 체력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강철 감독의 배려였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배정대는 올해 처음으로 주전으로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최근 부진은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백업으로 뛰다가 올해부터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한 배정대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올 시즌은 더블헤더도 많았고, 일정 역시 타이트했다”면서 “내가 이겨내야 한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현명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 kt 배정대가 11일 수원 두산전 직후 웃으면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 고봉준 기자
동료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배정대는 “마지막 타석을 앞두고 멜 로하스 주니어가 ‘나는 너를 항상 믿고 있다. 너도 나의 능력을 알지 않느냐. 너도 자신 있게 하라’고 말하면서 ‘I give you power(내가 너에게 힘을 주겠다)’고 하더라”며 활짝 웃었다.

4번째 끝내기라도 짜릿함은 처음과 비슷하다는 배정대는 이제 서서히 가을야구를 바라보고 있다. 마침 무관중 제한이 풀리면서 팬들과 함께 포스트시즌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배정대는 “가을야구에선 내가 끝내기를 치는 대신 점수를 미리 많이 내서 쉽게 이기고 싶다”고 웃고는 “팬들께서 야구장을 많이 찾아주시면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경기에서 4회 2사 1·3루 찬스를 앞두고 교체되기도 했던 배정대는 끝으로 “이대로 올 시즌을 끝낼 수는 없다. 앞으로 나 자신을 더 채찍질해서 정신 상태를 다잡겠다”고 힘주어 말한 뒤 인터뷰장을 빠져나갔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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