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제대 이후 팀의 주전 유격수로 집중적인 실험을 거치고 있는 박성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박진만 이후 SK의 주전 유격수 자리는 김성현(33)의 차지였다. 구단이 수많은 유격수 자원을 지명해 키워보려 애썼으나 결과적으로 김성현 이상의 유격수는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까지 선발해봤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었다. 

공격은 둘째 치고 수비에서 김성현을 넘을 선수가 없었다. 그 흐름은 2020년까지 이어졌다. 여전히 SK의 유격수 포지션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김성현이고, 젊은 선수들은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잊히곤 했다. 유격수 자리에 도전했다가 2루, 혹은 외야로 간 선수들의 사연을 쓰자면 논문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SK의 슬픈 역사 페이지다.

박성한(22)도 그 ‘수많은’ 유격수 자원 중 하나였다. SK는 2017년 2차 2라운드(전체 16순위)에서 효천고 출신 박성한을 지명했다. 지명 사유는 이전의 ‘수많은’ 유격수 자원 선배들과 비슷했다. 수비력을 갖춘 차세대 유격수로 기대가 된다는 것이다. 당시 구단에서는 “이전 선수들보다 수비는 가장 낫다”고 자신했다. 기회도 왔다. 꾸준히 1군 캠프에 참가했고, 2017년 1군 데뷔에 이어 2018년에는 1군 정착의 찬스도 찾아왔다.

그러나 첫 번째 기회는 잡지 못했다. 2018년 42경기에 나갔으나 타율 0.135에 머물렀다. 경기 막판 잠깐 얼굴을 비치는 게 고작이었다. 방망이에는 힘이 없었고, 수비도 1군과 2군의 격차가 생각보다 컸다. 긴장을 했는지 자신의 기량을 다 보이지 못했다. 그렇게 군 입대를 선택하고 미래를 기약했다. 이대로 흘러가면 앞선 선배들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박성한은 포기하지 않았다. 절실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꾸준히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익혔다. 수비력은 향상됐다기보다는, 믿음을 찾고 제대했다. 군 제대 후 곧바로 1군에 올라왔다. 박경완 SK 감독대행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를 보고 투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즌 끝날 때까지 주전 유격수로 기회를 준다는 생각이다. 내년에 유격수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테스트의 장이다.

박 감독대행은 SK에서 오래 지도자 생활을 했고, 박성한의 신인 시절도 기억하는 지도자다. 박 감독대행은 당시와 비교해 “정신 자세, 집중력이 달라졌다. 마무리캠프도 같이 가보고, 2군에서도 같이 있었는데 그때 운동하는 모습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 그만큼 군대에 다녀와서 정신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고 미소 짓는다. 

김성현처럼 화려한 수비를 하는 선수는 아니다. 아주 파워풀한 수비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간결하다. 박 감독대행은 “1군 등록돼서 대수비, 선발로도 나가봤는데 누구보다도 공을 잡고 던지는 게 빠르다. 강한 건 아닌데 빠른 모습으로 강함을 대처할 수 있겠더라”고 평가했다. 사실 어깨도 약하지 않은 편이다. 2군 시절 “어깨는 김성현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깨 하나만 놓고 보면 팀 내 최고 찬사다.

타격에서도 29경기에서 타율 0.302, 2홈런, 7타점을 기록 중이다.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기본은 수비가 되어야 한다. 그 다음이 타격이다. 다만 상당수 선수들이 “유격수 수비는 아니다”라고 평가를 받고 일찌감치 포지션 전향을 한 것을 생각하면, “유격수 수비가 된다”라는 평가를 받는 박성한은 출발점이 다르다. 여기에 지금 정도의 타격을 유지만 해도 주전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린다.

김성현이 FA 후 남는다고 해도 30대 중반이다. 체력 소모가 많은 유격수 자리에서 한 시즌을 풀로 소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FA 영입이나 급진적인 세대교체가 아니라면, 공존기를 거쳐 박성한 김성민 등 어린 선수들에게 자리가 넘어가는 게 구단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박성한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는 단순한 관전 포인트가 아닌 팀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사실 기회가 세 번, 네 번 찾아오지 않는다는 건 선배들의 사례를 본 박성한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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