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 제공ㅣ리틀빅픽처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자신도 모르는 편견에 잠식된 두 사람이 선행을 벌인다. 한 사람은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이다'라는 강한 믿음을 꺾지 않은 채 남을 돕고, 또 다른 사람은 진실보단 '포용'을 앞세우며 그와 맞선다. '돌멩이'의 김대명을 두고 대립하는 송윤아와 김의성의 이야기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돌멩이'(감독 김정식)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8살 마음을 가진 어른아이 석구(김대명)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그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8살 지능을 가진 석구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하루의 루틴을 지키며 사는 성실한 일꾼이다. 아침에 일어나 모자를 쓰고 달걀을 챙겨 배달하고,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정미소를 운영하고, 강가에서 물 수제비를 던진다. 마을 사람 모두 석구를 아끼고 배려하는 여유로운 일상이다.

이 생활은 서울에서 내려온 가출소녀 은지(전채은)가 등장하면서 깨진다. 두 사람은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감성으로 교감하면서 급격히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은지는 비오는 날 석구의 정미소에서 감전 사고를 당하고 석구는 당황한 나머지 은지를 방으로 옮겨 옷을 강제로 벗기려 한다. 마침 쉼터로 돌아오지 않는 은지를 걱정한 김선생이 이 모습을 목격하면서 석구는 순식간에 아동성범죄자가 되고 만다.

언어 표현을 거의 하지 못하는 석구로서는 자신이 왜 구치소에 갇히는지, 왜 하루 아침에 달라진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성범죄가 아닌 응급처치를 하려던 것이지만, 스스로 해명을 하지 못해 상황은 극으로 치닫는다.

이 가운데 김선생과 노신부는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 은지와 석구를 대신해 법적 공방을 벌인다. 자신이 본 것만을 믿고 정의 구현을 위해 석구의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 김선생이 어긋난 신념을 보여준다면, 노신부는 석구를 믿지 않고 그가 잘못한 것을 전제로 최대한 합의를 해서 그를 구명하기 위해 나선다. 그것이 약자를 돕는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믿는다. 이 과정에서 석구는 그나마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엔딩은 결정적인 순간에 멈춰 관객들에게 넘겨진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보다는 두 사람의 극과 극의 태도가 보여주는 불완전한 믿음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인 작품이다. 두 사람 중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문제인만큼 관객들 역시 양 쪽의 입장을 오가며 치열한 내적 갈등을 하게 되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지만, 미성년자 성폭행 미수라는 예민한 소재를 다룬 만큼 상황 설정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속 석구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성인 남성이 미성년자의 옷을 강제로 벗기는 장면이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완전무결하다'고는 볼 수 없는 여지가 있다. 특히 편견으로 변질된 믿음과 신념이 주제라면, 실제 유사 사례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는 사건 대신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석구가 누명을 쓰게 되는 다른 설정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는 별개로 각각의 신념이 치우치지 않는 설득력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열연은 완성도에 큰 몫을 차지한다. 특히 대사도 거의 없이 극의 중심을 이끄는 주연 김대명이 돋보인다. 가을을 아름답게 담아낸 시골 마을의 자연 풍광들도 관객들에게 뜻밖의 힐링 포인트가 될 듯 하다.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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