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키움팬(오른쪽)이 1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수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다시 관중으로 채워진 야구장은 한 구단 팬들의 성토장이 되고 말았다. 사령탑이 돌연 지휘봉을 내려놓고, 경영 수뇌부의 사유화 우려까지 제기되는 키움 히어로즈 이야기다.

키움의 kt 위즈 원정경기가 예정된 1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 이날은 KBO리그의 유관중 재전환으로 팬들이 다시 야구장을 찾는 날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 주춤해지면서 KBO는 13일 경기부터 20% 정도의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경기를 앞둔 수원케이티위즈파크는 모처럼 야구장을 찾은 팬들로 활기가 되살아났다. 날씨는 다소 쌀쌀했지만, 팬들은 각자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걸치며 ‘직관’의 설렘을 만끽했다.

그러나 경기 도중 만난 몇몇 키움팬들은 응원의 함성 대신 그간 참아왔던 볼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내뱉었다. 손혁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사임과 허민 의장 등의 구단 사유화 의혹 등 최근 비난의 대상으로 떠오른 비상식적인 구단 운영과 관련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키움팬들은 혹여 자신에게 닥칠 수도 있는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모두 감수한 채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기꺼이 밝혔다.

▲ 키움팬 이덕교 씨가 13일 수원 kt전을 지켜보고 있다. ⓒ수원, 고봉준 기자
수원을 안방으로 뒀던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넥센 히어로즈 그리고 현재는 키움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한 김현수(30) 씨는 인터뷰 요청을 받자 헛웃음부터 지었다.

김 씨는 “어디서부터 문제가 꼬였는지 모르겠다. 일단 손혁 감독 경질 시점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가을야구가 코앞 아닌가. 가을야구를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지금 시점에서 감독을 내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러한 상태라면 차라리 포스트시즌을 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무슨 의미가 있나. 사실 오늘과 내일, 모레까지 3연전을 다 오려고 했는데, 오늘 경기력을 보니 다시 야구장을 찾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씨는 “지금까지 쌓인 문제들이 해결이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매번 고통받는 쪽은 팬들이다. 지금은 내가 키움팬이라는 사실 자체가 우스운 꼴이 돼버렸다. 제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방식으로 구단이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역시 현대 시절부터 지금의 키움까지 응원을 해오고 있다는 이덕교(31) 씨의 목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씨는 “엎친 데 덮친 격 아니겠는가. 손혁 감독 사퇴도 이해할 수 없는데 최근에는 허민 의장이 선수들을 시켜 자신과 캐치볼을 하게 하는 등 비상식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혀를 찼다. 이어 “구단 운영이 이러한데 성적이 잘 나올 리가 있겠는가. 요새는 선수단에게서 이기려는 의지조차 찾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또, 이 씨는 “일단 손혁 감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갔지만, 어찌 됐든 가을야구가 눈앞 아닌가. 구단에서 빨리 교통정리를 해서 남은 일정을 잘 마치길 바랄 뿐이다. 또, 일부 경영진의 구단 사유화 우려도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팬들의 이러한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키움 선수들이 13일 수원 kt전 3-7 패배 직후 원정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수원, 곽혜미 기자
일련의 상황들을 이해할 수 없는 이는 성인팬들만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한권희(17) 씨는 “어린 내가 봐도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일들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언제쯤이면 내가 응원하는 팀이 조용해질까 생각하지만, 바뀌는 건 없더라. 오히려 선수단이 모든 잘못을 안고 가는 느낌이라 기분이 착잡하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물론 키움팬들이라고 모두가 같은 의견을 낸 것은 아니었다. 친구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황록연(28) 씨는 “감독 경질은 오히려 가능하다고도 본다. 최근 경기력만을 놓고 봤을 때 구단에선 고유의 인사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허민 의장과 관련된 뉴스도 과거 나온 적이 있어서 내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씨 역시 “이후 과정이 문제다. 손혁 감독이 나간 뒤 이렇게 큰 파장이 일고, 또 구단 수뇌부와 관련해서 많은 뉴스들이 나오고 있는데 구단으로부터 들은 해명이 없다. 팬 입장에선 속 시원히 이야기를 듣고 싶다. 물론 더 이상의 잡음은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치러진 원정경기였지만, 적지 않은 키움팬들은 이날 수원케이티위즈파크를 찾았다. 그러나 키움은 이날 경기 중반 들어 주도권을 내주면서 3-7로 패하고 5위로 내려앉았다.

진심 어린 비판과 응원의 목소리를 함께 보낸 키움팬들 중 일부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