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재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누구 한 명은 바보가 되잖아요."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5)가 가을야구를 이야기하며 한 말이다. 시리즈 승패를 좌우하는 실책을 저지르거나 부진해 팀에 기여하지 못한 선수는 팬들에게 흔히 '바보' 취급을 받는다. 바보가 된 선수는 시리즈 패배 후 팬들의 비난을 오롯이 견뎌야 한다. 

김재호는 심각한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가 복귀한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이 경험을 했다. 몸을 완전히 다 회복하지 못해 배트를 제대로 돌리기도 힘든 상황에서 타석에 섰고, 5경기 10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실책을 저지르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해 두산은 3년 연속 우승에 실패하며 KIA 타이거즈에 한국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넘겨줬다. 

다시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지만, 김재호가 더 단단해지는 계기는 됐다. 2017년과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부진했다는 이유로 팬들의 비난을 받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유독 여러 선수들이 많은 눈물을 흘린 이유이기도 했다.

김재호는 "(가을야구는) 처음 들어갈 때 부담감이 크다. 누구 한 명은 바보가 되기 때문에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부담감을 갖고 경기를 한다. 우리 팀은 5년 동안 (가을야구를) 해오면서 누가 바보가 돼도 이제는 다들 부담 없이 한다. 솔직히 실력은 다 똑같다고 본다. 누가 긴장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라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2015년, 2016년, 2019년)을 차지했다. 2015년 막내급이었던 선수들이 어느덧 벤치 리더가 됐고, 전성기를 보낸 선수들은 이제 30대 중, 후반이 됐다. 

김재호는 주전 선수들에게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른 여파가 있는지 묻자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5년이면 50경기 정도는 더 뛴 거니까. 우리 팀 선수들도 다 이제 30대 중반이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 팀 선수들도 다 이제 30대 중반이고 데미지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 것 같다. 아픈데 많이들 참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래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경험은 두산의 자산이자 강력한 무기다. 올해는 선발 붕괴의 여파로 4, 5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가을야구가 시작되면 가장 무서울 팀으로 두산이 꼽히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단기전일수록 더 매섭게 몰아붙이는 선수 기용을 하는데, 선수들도 분위기를 타면 기세가 대단했다.  

두산은 일단 5강을 확정하고 가능한 높은 순위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부담은 없다. 

김재호는 "우리는 밑에서 올라가니까 크게 부담을 느끼면서 순위를 생각하진 않는다.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처럼 너무 1승에 목말라하지 않고 편안하게 하다 보면 순위는 정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좋아진 계기가 그런 부담을 내려놓아서 아닐까 생각한다"며 정규시즌 끝까지, 또 가을야구까지 이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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