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파금파. 제공ㅣ매니지먼트누리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22년 베테랑 무속인 금파가 지난달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올해 나이 55세. 인생의 절반에서 도전장을 낸 것이다. 50대 중반에서야 잊었던 꿈을 꺼내게 됐다는 그는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금파라는 이름 앞에 파파를 달았다. 무속인에서 신인 트로트 가수로 인생 후반기를 시작한 파파금파. 그를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파파금파는 자신의 인생이 굴곡지고 파란만장했다며 돌이켜봤다. 실제로 파파금파는 서울예대 연기전공, 포장마차 운영, 미국 뉴욕에서 굿 공연 등 다양한 사연을 지녔다. 파파금파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의 다채로운 사연을 일일이 캐낼 수밖에 없었다.

#평범했던 인간 이효남, 도전만큼은 남달랐다!

무속인의 길을 걷기 전 인간 이효남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다만, 정면으로 맞서는 도전 정신은 그때부터 남달랐다. 군 복무를 끝낸 그는 경험 삼아 리어카 하나 끌고 포장마차를 열었다. 정성 들여 안주를 만드니 입소문이 타기 시작했고, 그의 포장마차는 소위 '대박'이 났단다.

"군대 다녀오면 복학 전에 시간이 좀 있다. 아르바이트를 할까 하다가 포장마차를 해보자는 생각에 리어카 하나 끌고 서울 둔촌동 한국체대 앞에 포장마차를 열었다. 김밥, 우동, 국수 등에 당시 유행하던 레몬소주를 팔았다. 체대학생들이 기숙사 담 넘어와서 먹다 보니 아무래도 정성을 들이게 되더라. 그때 하루 20만 원을 넘게 벌었으니 소위 '대박'이었다."

'대박'난 길을 안전하게 갈 수도 있었던 그는 포장마차 운영을 경험으로만 만족하고 접었다. 하지만 열의 하나는 대단했던 터. 그는 그때부터 가수라는 꿈을 품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연기를 전공했다. 그런데 연기하는데 두려움이 있었다. 학교 다니면서 연기는 내 길이 아니더라. 다만 노래하는 것이 좋았다. 그때부터 가수라는 꿈을 가지게 됐다. 운이 좋게도 1988년 2월에 음반을 내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음반을 내자마자 3개월 만에 입대 영장이 나왔다. 그렇게 군대에 가게 됐고 꿈과는 조금 먼 길을 걷게 됐다."

▲ 파파금파. 제공ㅣ매니지먼트누리

#미국 뉴욕에서 굿을 선보인 무속인 금파 

뜻하지 않게 무속인이 됐다는 그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고.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하지만 무속인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그는 서서히 자신의 일을 자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무속인 길을 걸으면서 굴곡이 많았다. 아무래도 시선 때문에 마음의 상처도 많았다. 누구나 인생에 고비가 있지 않으냐. 그때가 저에게는 고비였다. 내가 이 길을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인데 22년 전에는 지금과는 시선 차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 길이 정말 맞는지 100군데서 확인했다. 다 무속인 길을 걸어야 된다고 했을 때 '정말 인생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서서히 제가 무속인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하니 일에 대한 자신과 자부심이 생겼다."

굿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던 그는 지난해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황해도 굿을 선보여 호평을 얻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무속 문화를 알린 그는 대한민국 예술문화인 대상 시상식에서 전통예술인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항상 남을 위해 인생을 살아왔다는 생각에 원인 모를 결핍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가슴 한 켠에 있는 꿈, 가수였다고.

▲ 파파금파. 제공ㅣ매니지먼트누리

#트로트가수 파파금파로 인생 후반기 시작

"인생의 반을 남을 위해 살았다. 신을 위해, 신도들을 위해서 말이다. 종속적인 관계로 내 삶은 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신적 대상과 신도들을 잇는 중간 삶이 아닌 내 삶을 살고 싶어 과감하게 노래를 시작하게 됐다. 입대 전 음반을 내기는 했지만, 고작 3개월 만에 꿈을 접어 미련이 많았다. 올해 들어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돌아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중에 하지 못한 것이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할 바에는 시작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는 파파금파라는 이름으로 지난 9월 데뷔곡 '인생은 회전목마'를 발표, 트로트 가수로 꿈을 이뤘다. 무속인 금파로서 걱정은 없었냐는 질문에 오히려 신도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이처럼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 간다는 그는 최근 배우 김보연과 듀엣곡 '작은 연인들'을 발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한 방송에서 처음 만났다는 두 사람은 서로 성향이 잘 맞아 친분을 유지해오다, 듀엣곡까지 내게 된 것이다.

"막상 노래한다니 신도들도 좋아하시더라. 저 또한 도전 정신으로 희망을 주고 싶다. 또 무속인하면 양지보다는 음지라는 시선이 있는데, 무속인도 노래할 수 있다는 시선을 심어주고 싶다. 또 이번에 듀엣곡을 발표한 김보연과는 지난해 MBC '낭만클럽'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성향이 잘 맞아 오랜 시간 대화한 김보연과 지금은 누나, 동생 사이가 됐다. 그런데 김보연 목소리가 저와 정반대라 잘 어울리더라. 작업 결과물에 만족한다."

▲ 파파금파. 제공ㅣ매니지먼트누리

파파금파는 신인 트로트 가수로 눈부신 성적은 바라지도 않는단다. 다만 자신의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희망을 품었으면 한다고. 자신은 미혼인 싱글이지만, 아버지들이 특히 더 꿈을 펼쳤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무속인과 가수의 비슷한 점은 남들 앞에 선다는 점이다. 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무속인으로는 제가 프로지만, 가수로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상당히 다르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것 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즐겁게 들었으면 좋겠다. 우울한 마음을 풀고 제 노래를 듣고 내일을 위해 뛰었으면 한다. 더군다나 올해는 코로나19때문에 다들 힘들어한다. 모두가, 특히 내 나이 또래들이, 이 시대 아버지가, 파파금파를 보고 희망과 꿈을 가졌으면 한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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