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서현우.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서현우는 2020년 안방과 스크린이 거둔 최고의 결실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는 보안사령관 전두혁으로 실존 인물을 스크린에 불러온 듯한 충격을 선사했고, 드라마 '악의 꽃'으로는 첫 주연을 맡아 10년 연기의 결실을 꽃처럼 화려하게 피워냈다. 

tvN 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 연출 김철규)에서 서현우는 한주간 기자 김무진을 연기했다. 김무진은 자유분방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교활한 구석이 있는 능청스러운 인물. 자극적인 사건을 찾아 헤매다 도현수(이준기), 도해수(장희진)의 조력자가 되면서 시청자들을 '무며들게' 만들었다.

서현우는 그간 많은 작품에서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화 '죄 많은 소녀', '1급기밀', '7년의 밤', '사라진 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독전', '백두산', '보희와 녹양', 드라마 '나의 아저씨', '시간', '모두의 거짓말' 등 굵직한 작품에서 작품에 녹아든 연기를 펼쳤다. 

'악의 꽃'은 그가 데뷔 10년 만에 만난 첫 주연이다. 서현우는 "기뻤지만 기쁨도 잠시, 걱정이 더 컸다"는 서현우는 "10년차에 마침내 이런 순간이 왔는데 아낌없이 다 쏟아 부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혼자서 지난 10년을 돌아보게 되더라"고 처음 주연으로 캐스팅 된 감격을 회상했다.

▲ 배우 서현우.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다시금 감격에 젖어든 서현우의 눈은 빛났다. 수많은 작품에서 이름도 없는 단역, 직업으로 설명되는 조연에서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주연 자리까지 힘들게 올라온 지난 10년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듯 했다. '남산의 부장들'로 도움닫기를 하고, '악의 꽃'으로 점프할 수 있었던 2020년은 그에게는 연기 인생을 중간 결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배우로서 이후 방향성을 짚어보게 됐어요. 사실 좀 쉴 새 없이 달려왔거든요. 이제 잠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죠. 여유를 찾았어요. 김무진이라는 역할에 9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는데, 다른 작품과 겹치지 않고 딱 한 작품만 이렇게 길게 한 게 연기한 후 처음이에요. '악의 꽃'에만 집중하면서 여유도 찾고, 작품을 보는 시야도 넓혔죠. 에전에는 제 연기만 생각했는데 이제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도 배려할 수 있게 됐고, 스태프들의 컨디션도 돌아볼 수 있게 됐죠. 또 좋은 작품을 하게 된다면 작품 제작 전반으로 시야가 더 넓어져 있지 않을까요." 

'악의 꽃' 인기의 한 축은 도해수와 김무진의 러브라인이었다. 누구보다 서로에게 절절했지만, 스킨십 한 번도 없었던 건조한 멜로라 그래서 더 시청자들의 애를 태웠다. 서현우 역시 "손 한 번 안 잡고, 밥 한 번 안 먹고, 데이트 한 번 못 해보고, 무슨 이런 멜로가 있나 싶다"고 웃었다.

"두 사람이 더 절절할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전사 때문이다"라고 분석한 서현우는 "도해수라는 인물은 연쇄살인마의 딸이고,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어두운 인물이다. 그런데 현장에서의 장희진은 굉장히 밝고 잘 웃는 친구였다"며 "슛만 들어가면 깨방정을 벗고 그대로 어두워졌다. 저희끼리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있었다. 그 중심을 (장)희진이가 잘 잡아줬다. 정말 노련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서현우는 시청자들이 빠져들 수 있는,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멜로를 위해 체중 감량 등 노력을 기울였다. 김철규 PD는 서현우를 김무진으로 캐스팅하면서 "조금 더 살을 빼 보는 게 어떻냐"고 물으면서 멜로에 대한 기대를 불어 넣었다. 서현우는 피나는 다이어트로 PD의 기대에 부응했다. 다만 설레는 멜로의 느낌을 위해 체중을 감량했지만, 멜로를 위해 구태여 '멋있는 척'을 하지 않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망이다.

▲ 배우 서현우.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그는 "백마탄 왕자의 느낌은 절대 아니었다. 덤덤하고 담백하지만, 김무진의 위트는 가져가려고 했다. 데이트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누구보다 저희 둘은 절절했다. 무진이는 어쩌면 일방통행적인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아마 과거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야 해수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었을 것 같다. 해수의 유학에도 마음이야 따라 갈 수 있었겠지만, 말 그대로 해수를 배려했다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눈물은 났지만 '나는 널 응원해'라고 보냈던 것 같다. 무진이도, 해수도 어린 나이고 아마 두 사람은 잘 성사됐을 거라고 본다. 해수가 말한 것처럼 현수, 지원이와 함께 따뜻한 밥을 지어서 옥상 테라스에서 같이 식사하는 사이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뒷이야기를 김무진으로서 전했다.

서현우는 지난 10년을 자양분 삼아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 '악의 꽃'까지 왔던 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서현우는 고되지만 행복한 연기의 길을 나설 것이다. 멜로부터 스릴러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었던 '악의 꽃'은 배우 서현우가 자신을 실험하고 경험한 '연기의 장'이었다. 

그는 "제가 나름 구축해 온 노하우를 '악의 꽃'에서 아낌없이 투여했다. 시청자 분들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 제가 내린 연기적인 선택을 보고 너무 좋아해 주시고, 재밌어 해주시고, 즐겨 주셨다. 사실 10년간 조급함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내 연기에 믿음을 더 가져도 되겠구나, 더 자신있게 분석하고 탐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신이 만든 김무진에 열광해 준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더 자신감을 가지고 표현해보자, 더 과감하게 해보자는 생각을 한다. 카메라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많은 피드백을 얻기는 처음이다. 너무 값진 순간들이다. 배우로서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며 "기고만장할 수 없는 그동안의 아픔이 있었기에, 절대 기고만장해지지 않는다. 잠시 들뜰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더 큰 책임감이 생긴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고, '작품에서 놀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더 두근거리고, 진짜 설렌다"고 배우 서현우로서 걸을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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