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허경민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 멤버들과 한 경기라도 더 같이하고 싶어요."

두산 베어스 3루수 허경민(30)이 가을야구를 앞두고 조금은 특별한 각오를 다졌다. 허경민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한국시리즈까지 다 마무리한 뒤에는 늘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해마다 나오는 FA 선수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끈끈한 동료애를 자랑했던 선수들과 결별을 할 때 가장 눈물을 많이 훔친 선수도 허경민이었다. 

이제는 허경민이 그 중심에 섰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벌써 영입전이 펼쳐졌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이번 FA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올해는 허경민 외에도 오재일과 김재호, 최주환, 정수빈, 유희관 등 두산에 예비 FA들이 유독 많다.  

그러나 지금 허경민에게 중요한 것은 두산 동료들과 함께하는 이번 가을이다. 그는 "올해는 진짜 마지막이다. 누가 나갈지 모르니까. 마음은 다 같이 하면 좋겠지만, 다 같이 하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 경기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재일이 형도 이야기한 게 '이렇게 끝나면 아쉽지 않겠냐'고 한 경기라도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야기했다. 다른 선수들도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1990년생 친구인 박건우는 최근 허경민과 정수빈이 있는 SNS 단체 대화방에 예전에 같이 찍은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허경민은 "(박)건우가 몇 년 전에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그래도 끝까지 좋은 추억을 남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이제는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이야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 마음이 뭉클했다. 보통 내가 먼저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편인데, 이번에는 건우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더라.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이 팀에서 정말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허경민은 가을이면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51경기에서 타율 0.353(150타수 53안타), 1홈런, 24타점을 기록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2015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14경기에서 23안타를 치며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허경민은 5년 전을 되돌아보며 "그때는 많이 젊었다. 나랑 그때 당시 건우, (정)수빈이가 20대 중반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나이가 많이 들었다. 포스트시즌이 처음인 선수들에게는 포스트시즌이 이런 것이라고 알려주는 게 지금 내 자리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가을야구는 누구한테 기대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면 그 선수는 압박감을 느낀다. 가을 야구는 축제라고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지금 정말 즐기려고 하고 있다. 밑에서 올라가는 게 부담은 없다. 정규시즌보다 가을야구는 기록의 압박이나 부담이 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5년 한국시리즈 MVP이자 '정가영(정수빈 가을 영웅)'으로 불리는 정수빈은 이미 즐길 준비를 마친 것 같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허경민은 "(정)수빈이는 지금 기분이 정말 좋다고 한다. 신이 나 있다. 정신세계가 좀 특이한 것 같긴 한데, 스트레스도 안 받고 강심장이라 오래 살 것 같다"고 답하며 웃었다. 

두산 야구를 향한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다. 허경민은 "프로 야구 역사가 거의 40년이 다 됐는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간 팀이 많지 않다. 어떤 표현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단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가면 정말 좋겠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한 단계, 한 단계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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