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코미디언 박지선(36)의 비보에 그의 부친의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딸을 향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글로, 가슴을 더욱 사무치게 하고 있다.

박지선은 2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36세. 박지선을 향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지선 사망 관련해 경찰에 첫 신고힌 사람이 그의 부친이라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박지선 부친은 박지선과 그의 모친이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부친과 출동한 경찰이 함께 집에 들어갔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숨진 상태였다. 두 사람에게 외상이나,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신을 부검하기로 하고, 주변인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날한시에 사랑하는 가족을 두 명이나 하늘로 보내게 된 박지선 부친에게도 위로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부친이 과거 인터넷에 올린 박지선 소개글도 덩달아 주목받는 중이다. 2008년 9월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글로, 부친은 박지선의 성별을 묻는 질문에 박지선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직접 작성한 것이다.

박지선이 언제, 어디서, 체중 몇kg으로 태어났는지 자세하게 설명한 부친은 박지선의 일대기를 전했다. 이어 박지선의 출신 학교들을 나열하며 "초, 중, 고 줄곧 우등생과 학고 반장을 도맡아 했고 아주 성실하고 착한 학생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기다 유머까지 가지고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늘 인기가 많았다"며 "흔한 학원 한번 과외 한번 받지 않고도 늘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철두철미한 예습, 복습과 성실한 학교 생활이었다"고 했다.

이어 "고려대학교 대표로 출연한 KBS '서바이벌 정글특급'에서 게임에는 초반에 떨어졌지만 프로를 즐길 줄 알았다. 그때부터 개그맨의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고연전 마지막날 때는 안암동 거리를 또는 신촌거리를 늘 앞장서서 휘젓고 다니곤 했다"고 글을 적었다. "지선이는 남 안가진 끼를 가지고 있다고 교수님께서 은근히 개그맨 길을 부추기신건 아닌가 싶다"는 부친은 박지선이 좋은 학점으로 장학금도 받았다고 했다.

또한 "KBS 22기 공채개그맨 박지선은 사인도 없다"며 "누구누구씨에게 박지선 KBS 22기 신인개그맨, 고맙습니다"라며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전부라고 전했다. 박지선이 사인을 연습할 만큼 자신을 내세울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부친은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된다 하더라도 절대 자신을 내세우는 박지선이 아니다"며 "처음으로 사인을 이렇게 해준 사람에게 미안해서라도 바꾸질 못 하겠단다"라고 전했다.

"버스 기사님께 인사하는 개그맨, 건물 경비아저씨께 인사 잘하는 개그맨. 박지선은 개그맨 선후배 사이에서도 좋게 평가받고 있을 것"이라며 "내가 아는 박지선은 속이 깊고 겸손하고 남을 많이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고 딸을 향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내 딸 박지선의 건강과 무궁한 발전이 함께 하길 바란다"며 "그렇게 아픔을 겪고도 좋은 대학교를 갔던 것처럼 어떤 역경이 닥쳐온다고 해도 박지선은 헤쳐나가리라 본다"고 짚었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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