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기록으로 선수를 모두 평가할 수는 없다. 시대마다 리그 수준과 환경 차이가 있고 기록 뒤 선수의 엄청난 노력까지 모두 계산에 넣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으로 그 선수가 얼마나 공헌했는지 알 수 있다. 같은 시대를 뛰었던 선수는 물론 역사 속 다른 선수와도 단순 비교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시즌 MVP이자 KBO 리그 40(홈런)-40(도루) 클럽 창립자인 에릭 테임즈(29, NC 다이노스)는 다시 봐도 위대하다.

테임즈는 2015년 페넌트레이스에서 142경기 타율 0.381(1위) 47홈런(3위) 180안타(4위) 140타점(2위) 40도루(5위) 장타율 0.790(1위) 출루율 0.497(1위) 130득점(1위)을 기록했다. KBO 리그 공격 8개 부문에서 한 시즌 5위 안에 모두 이름을 올린 선수는 1994년 '야구 천재' 해태 이종범 이후 테임즈가 처음이다. 2015년 1루수 골든글러브도 테임즈에게 돌아갔다.

세부 기록으로 보면 테임즈가 2015년 페넌트레이스에서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KBO 리그 기록을 세분화한 STATIZ(www.statiz.co.kr)에 따르면 테임즈의 올 시즌 WAR(Wins Above Replacement-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은 12.17이다. 일반적인 1군 백업 선수가 테임즈 대신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고 생각하고 비교했을 때 테임즈가 12승 가량을 더 선물했다는 뜻이다.

올해 10개 구단 모든 선수 가운데 WAR이 10을 넘는 선수는 테임즈 뿐이다. WAR 2위 박병호(넥센->미네소타)의 기록이 8.21로 테임즈와는 4승 가까이 차이가 난다. 투수 전체 1위이자 테임즈의 동료 에릭 해커의 WAR은 6.55(전체 6위)다. 해커의 기록도 뛰어나지만 테임즈와 차이는 무려 5.62다. WAR은 포지션에 따라 점수를 더하고 빼는 차이가 있어 기록 산출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테임즈는 1루수라 1.03점이 깎이는 불이익을 당했는데도 12.17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1982년 한국 프로 야구 원년부터 지금까지 한 시즌 WAR 기록을 찾아보면 재미있다. 1980년대~1990년대 KBO 리그는 야구를 통계, 분석화한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개념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의 활약상을 오롯이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볼 수 없다. 그래도 해마다 리그를 주름잡았던 선수들의 기록은 매우 뛰어나다. 역대 한 시즌 최고 WAR 주인공은 선동열 전 KIA 감독이다.

선 감독은 1986년 해태(KIA의 전신) 소속으로 39경기(19완투, 8완봉) 262⅔이닝 24승 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0.99를 기록했다. 세이버메트릭스는커녕 투수 분업화 개념조차 없던 시대에 거둔 성적이다. 선 감독은 그해 WAR 15.31을 기록했고 이는 KBO 리그 역대 한 시즌 최고 WAR 점수다. 역대 2위 주인공은 '너구리' 고 장명부(전 삼미)다. 일본 통산 91승을 올린 뒤 1983년 삼미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에 데뷔한 장명부는 첫해 60경기(36완투, 5완봉) 427⅓이닝 30승 1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했다.

앞으로 나올 수 없는 기록을 남긴, 선수가 1억 원 보너스를 노리고 등판을 자청했다고 해도 살인적인 혹사로 가득했던 장명부의 1983년 WAR은 13.78으로 역대 2위다. 역대 3위 기록도 선 감독이 차지했는데 1988년 31경기(9완투, 1완봉) 178⅓이닝 16승 5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21을 기록하며 WAR 12.41로 '응답'했다. 그리고 그 다음 기록이 테임즈의 2015년 WAR 12.17이다.

'불세출의 에이스' 고 최동원(롯데->삼성)이 1984년 51경기(14완투, 1완봉) 284⅔이닝 27승 1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의 뛰어난 성적으로 WAR 12.04를 기록한 것보다 테임즈의 WAR이 0.13 가량 높다. 리그 최고 투수들이 마구잡이로 등판하던 시절의 공헌도 수치와 비슷했던 2015년 테임즈다.

물론 이 기록으로 '테임즈가 최동원보다 뛰어났다'고 평가할 수 없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거 KBO 리그는 선수들의 몸 관리, 리그 수준과 환경 등에서 지금과 많이 다르다. 지금은 선수의 몸에 대한 보호가 많이 나아졌고 프로 야구 시장도 커졌다. 그래서 단순 WAR 비교로 선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 테임즈의 2015년 활약상은 '탈 KBO 리그급'이었다.

[사진1] 에릭 테임즈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2] 선동열 전 KIA 감독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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