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식의 양식' 저자 JTBC 송원섭 CP. 제공ㅣJTBC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한식의 진정한 본 모습을 찾아 떠나는 JTBC 교양 프로그램 '양식의 양식'이 368페이지의 책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영상에는 미처 담지 못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농밀하게 녹아있는 '양식의 양식'의 결정체다.

올해 초 방송된 JTBC '양식의 양식'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문학평론가 정재찬 교수, 건축가 유현준 교수, 인문학 저술가 채사장, 동방신기 멤버 최강창민이 함께 세계를 누비며 촬영한 음식인문학 프로그램이다. 최근 출간된 책 '양식의 양식'은 현 JTBC 보도제작국 교양담당 부국장이자 '양식의 양식'의 기획자인 송원섭 CP가 제작진을 대표해 집필했다. 보통 영상물을 책으로 집필할 때는 방송 내용을 문장으로 정리하는데 그치기 마련이지만 책으로 탄생한 '양식의 양식'은 기획자인 송원섭 CP가 직접 저술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발간 3주만에 2쇄에 들어갔다.

최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난 송원섭 CP는 "프로그램 시작부터 책은 나오는 기획이었다. 웬만하면 영상으로 나온 것 중 책으로 정리할 수 있는 건 만들어서 활용하자는 생각이었다"고 기획 의도를 소개했다.

"진짜 중요한 건 누가 쓰느냐다. 대부분 방송을 책으로 만들면 전문 작가들이 방송 내용을 문장으로 정리하고 제작진은 서문이나 후기 정도를 덧붙이곤 한다. 처음엔 그렇게 끝내려고 해서 후기를 먼저 썼는데, 출판사에서 직접 저술을 제안했다. '내용도 제일 잘 알지 않느냐'고 해서 생각해보니 욕심이 났다. 그래서 하는 김에 조금만 더 쓰자 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너무 많이 써서 20% 정도는 내용을 덜어냈다."

영상물을 책으로 만들 때의 장점은 정보 전달에 있다. 영상으로 전하기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책에서는 담백하고 일목요연한 글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양식의 양식'을 통해 전하고픈 이야기가 많았던 만큼, 책은 방송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의 아쉬움을 보완해줄 수 있는 또 다른 든든한 양식이 됐다.

"안타까움이기도 한데 '프로그램이 음식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으로는 신선했다', '좋은 프로그램이다'라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어떤 분들은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하셨다. 사실 제작진으로서는 반성을 했다. 1년을 하면서 정보와 내용에 너무 익숙해지다보니 '사람들이 이런 건 다 알아'라고 생각하게 된 거다. 제작진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우리는 처음 보는 건데'라는 격차가 생긴 것 같다. 자기 분야에서 모두 최고인 우리 출연자들께도 참 송구했다. 정보가 너무 많고 빽빽해서 혼란스러우니, 그런 부분을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책으로 쓰면 쉽지 않을까'하는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양식의 양식'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게 뭐야'라고 느낀 분들이 혹시 책을 다시 접하신다면 훨씬 더 이해가 쉽고 '그래서 이렇게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싶다. 분명 책을 보고나면 '어떻게 찍었나' 하고 방송을 다시 보고싶어지실 거다. 그리고 훨씬 더 재밌으실거다."

▲ 양식의 양식 표지. 출처ㅣ예스24

'양식의 양식'이 다루는 우리나라 대표 음식은 삼겹살, 냉면, 치킨, 백반, 국밥, 불+고기, 짜장면, 삭힌 맛까지 총 8가지다. 호불호가 너무 엇갈리거나,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 얘깃거리가 있는 메뉴를 고심해서 선정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뭐냐고 한다면 지금 생각해봐도 20~30개가 떠오른다. 예를 들어 '도다리 쑥국'이라면 '그런 음식 처음 들어봤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거야말로 한국의 자랑이지'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오늘날의 한식을 얘기할 때 그런 메뉴가 대표가 되긴 힘들 것 같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먹는 그런 음식이 맞지 않나 싶었다. 그렇다고 김치, 된장을 고르기엔 너무 친숙해서 진부할 수 있기에 이렇게 선택했다. 그러다보니 너무 넓게 잡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불+고기는 구워먹는 소고기 전반에 대한 얘기를 다뤘다. 같은 소고기라도 내장이라든지 이런 건 따로 떼어서 충분히 할 얘기가 있을 것 같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내장 사랑이 어마어마하다. '양식의 양식'의 후속편에서는 내장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갈 것 같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음식의 유래까지 깊이있게 다루는 '양식의 양식'의 기획 의도는 바로 '세상의 모든 음식은 알수록 더 맛있다'는 것이다. 밥상머리의 수다를 TV로 옮겨 '양식의 양식'이 탄생했고, 그걸 글자로 정리해 책으로 만들었다. 송 CP는 "'대학 다닐 때 밥 먹으러 가면 입심 좋은 선배가 먹는 것에 대해 주절주절 수다를 떠는데, 이 책이 그런 선배의 수다를 들으며 밥 먹는 기분이었다'는 서평이 가장 인상 깊다"고 밝혔다. 저자로서 의도한 바를 오롯이 느낀 독자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 '양식의 양식' 저자 JTBC 송원섭 CP. 제공ㅣJTBC

'양식의 양식'에서는 '사람들은 언제부터 삼겹살을 구워먹기 시작했을까?'라는 질문부터 각국의 '삭힌 맛'을 대하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관점까지 차례로 풀어나가며 문화가 음식에 다각도로 미친 영향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별 생각 없이 수백년 전부터 구워먹었을 것만 같은 삼겹살은 알고 보면 돼지 품종의 계량과 방송에서 백종원 대표가 설명했듯 가스레인지의 등장, IMF 등 여러 문화적 요소가 결합되면서 한국인들의 솔 푸드로 등극했다. 우리네 밥상엔 필수 요소인 젓갈 역시 그렇다. '끔찍한 악취'로 유명한 다른 나라의 발효 식품들과 문화적 차이만 있을 뿐인데, 우리 음식은 '훌륭한 조상의 지혜가 담긴 발효 식품'이고, 다른 나라는 '미개한 식문화'로 여겨선 안된다는 깨달음을 준다. '알고 먹어야 맛있다'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삭은 맛' 편의 주제는 세계 모든 문명권에 발효 음식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문명이 '우리의 발효 음식은 고향의 맛이고, 너희들 것은 썩은 음식이다'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안에서도 홍어를 먹는 것이 공감으로 직결된다. 공감이 인류 문명을 낳은 위대한 감정이기도 하지만, 덜 친하고 더 친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기도 하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공격적으로 변하는데 그런 기준에서 음식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발효 음식이 나와 남을 가르는 정서의 벽을 만드는 음식이기도 하다는 거다."

"알고 먹을 수록 맛있고, 알수록 더 맛있어진다. 특히 한식에 대해서는 구성상 '한국에선 이런 음식을 먹었는데, 비슷한 음식을 가지고 다른 문명에선 어떻게 먹지?'라는 내용이 계속 있다. 옛날부터 한식이 국위선양을 해야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그냥 맛있으면 먹는 거다. 한식도 계급장 떼고 다른 문명과 같은 선상에서 보자는 게 한식 편의 주제다. '우리 한식이 왜 위대한가'를 다루는 시각이 많았다면, 그걸 내려놓고 '우리 한식은 다른 나라와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떻게 달랐나. 그럼 오늘의 우리가 먹는 한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바깥의 영향은 어떻게 미쳤나'를 보자는 의도다."

▲ '양식의 양식'. 출처ㅣJTBC 방송화면 캡처

이렇게 한식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양식의 양식'은 첫 시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후속편에서는 글로벌하게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다만, 송 CP는 '양식의 양식' 시리즈가 식재료에 대한 관심을 대중으로부터 끌어내려는 의도일 뿐 전문가의 영역을 다루려는 목적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책과 프로그램 감수를 맡아주신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님이 계신다. 한국 음식 인문학의 1인자다. 이런 분들을 비롯해 굉장히 많은 음식 인문학자들이 이런 연구를 계속 하고 계신다. 저는 사실 전문 학자도 아니고 일개 방송인으로서 그냥 여태까지 연구됐던 걸 정리해서 시청자, 독자 분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많은 분들이 이런 쪽에 관심 가지면 좋겠다는게 취지다. 절대 전문 연구자들의 영역을 침범하려 한 것은 아니다."

송 CP는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해 음식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해 대중에게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를 위해 '양식의 양식' 후속편 이외에도 '도민의 승부'라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농산물 지리적 표시제를 활용해 한국 농산물 브랜드를 강화하자는 의도에서 각 지역의 대표 식재료를 다룰 예정이다.

"지금은 '도민의 승부'라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에 농산물 지리적 표시제라는 좋은 제도가 있는데 다들 잘 모른다. 이런 브랜드를 고려해서 국민 여러분도 소비해달라는 취지다. 이것도 넓게 보면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다.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프로그램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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