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형 두산 베어스 투수 코치는 6일 SK 와이번스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다 겪어봤잖아요."

두산 베어스가 포스트시즌 도중 코치 개편을 하는 파격 결정을 내렸다. 김원형 투수 코치가 6일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선임된 것이 시작이다. 김원형 신임 감독은 SK와 계약 기간 2년,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5000만 원, 총액 7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SK는 올해 9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팀 개편을 준비하고 있었다. 염경엽 전 감독이 건강 문제로 사임하면서 빈자리에 여러 후보들이 이름을 올렸는데, SK 출신인 김원형 감독도 그중 하나였다. 

문제는 발표 시기였다. 두산은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4일부터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김원형 감독의 SK행이 확정된 것은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일단 두산에 집중하는 게 도리라고 판단했고 SK도 포스트시즌 이후로 발표 시기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두산이 이 시기를 앞당겼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5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마치고 김원형 코치에게 직접 SK 감독 선임 소식을 들은 뒤 코치를 개편하는 쪽으로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이미 다음 행선지가 결정된 만큼 서로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자는 뜻이 담긴 결정이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2전 전승으로 9일부터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달려야 하는 상황. 그사이 나올 수 있는 잡음을 아예 없애자는 쪽으로 김태형 감독과 프런트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이미 2차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것이 결단에 도움이 됐다. 두산은 2017년 한용덕 수석 코치, 2018년 이강철 수석 코치가 각각 포스트시즌 도중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 감독으로 선임되는 일을 겪었다. 포스트시즌이 다 끝날 때까지 쉬쉬하기도 했고, 포스트시즌이 끝나기 전에 발표해 잡음을 차단해보기도 했지만 공교롭게도 2시즌 모두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다. 

김원형 감독의 보직이 투수 코치로 한정된 것도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배경이었다. 한용덕 전 한화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의 경우 두산에서 수석 코치 겸 투수 코치를 맡고 있어 당장 대체할 코치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김원형 감독의 빈자리는 2시즌 동안 1군 불펜 코치로 함께한 정재훈 코치가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미 겪어본 일이라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떠날 곳이 정해진 사람을 데리고 같이 가는 것보다는, 가서 새로운 구상을 짤 수 있도록 보내주자는 쪽으로 감독과 구단의 뜻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6일 하루 휴식을 취하기로 한 상황에서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구단 프런트까지 바쁜 하루를 보냈다. 회의 끝에 7일부터 정재훈 1군 메인 코치, 배영수 1군 불펜 코치 체제로 가기로 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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