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비규환. 출처ㅣ리틀빅픽처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 '애비규환'은 90년생 젊은 감독 최하나와 94년생 젊은 배우 정수정이 함께 만든 각자의 첫 장편 영화다. 배우의 가능성을 믿은 감독과 감독의 대본을 믿은 배우가 의기투합한 결과 훗날 데뷔작으로 자랑하기에 손색없는 아기자기한 가족극이 탄생했다.

'애비규환'(감독 최하나)은 연하 남친 호훈(신재휘)과의 불꽃 같은 사랑으로 임신하게 된 대학생 토일(정수정)이 결혼 선언을 한 뒤 친아버지를 찾으러 떠난 사이 예비 아빠 호훈이 사라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가족소동극이다.

다소 제멋대로지만 거침없고 당당한 주인공 토일은 확실한 자기주관을 바탕으로 인생 계획을 밀어 붙이고 임신 5개월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극을 전개해나간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토일이 어릴 적 이혼으로 헤어진 뒤 기억이 가물가물한 친아빠를 찾아나서면서 펼쳐진다. 여정 끝에 가까스로 찾은 아빠와의 재회는 꽤나 실망스럽고, 설상가상으로 예비 남편 호훈마저 실종되면서 토일의 완벽했던 인생 계획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내가 제일 똑똑하고 잘났어'라는 토일이지만 어느 순간 '내 인생 망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닥친 고민과 갈등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소하기까지의 과정이 영화에 무겁지 않게 녹아 있다.

주제 요소만 따지자면 이혼 가정에 대한 편견, 혼전 임신, 부모 자식 관계, 가족의 의미, 청춘들의 고민 등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이 모든 내용을 가볍고 유쾌한 톤으로 아기자기하게 표현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선명한 캐릭터들과 구구절절하거나 구태의연하지 않은 깔끔하고 세련된 대사들, 신 구석구석에 녹여낸 재기발랄한 농담들이 어우러지면서 보는 이들에게 무해한 웃음을 안긴다. 내용만 보면 심각한 갈등이지만 '아옹다옹' 맞붙는 토일과 가족들의 모습에서 귀여움마저 느껴진다. 관람 후 토일이네 가족의 유쾌한 미래를 상상하며 영화관을 '훈훈'한 기분으로 나설 수 있는 작품이다. 임산부 역할이지만 대본을 보자마자 '재밌어서 OK'했다는 정수정의 선택에 관객들 역시 공감할 것 같다.

11월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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