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현역 연장에 도전하는 박희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박희수(37)가 고민 끝에 현역 연장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친정팀 SK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은 현역의 마침표를 찍을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SK는 6일 구단 공식 발표를 통해 선수 11명의 방출 소식을 알렸다. 명단에는 좌완 박희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2006년 SK 유니폼을 입고 1군에 데뷔한 박희수는 한때 리그 최고의 좌완 불펜 요원으로 이름을 날리는 등 1군 통산 397경기에서 21승22패79세이브60홀드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의 무게는 분명했고, 올 시즌을 끝으로 방출 명단에 포함됐다. 그간 특별히 방출에 대한 뉘앙스가 없었던 상황에서 통보는 6일 오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6일 방출 통보 후 직접 만나 코치 연수 제안을 했다. 박희수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일단 현역 연장에 도전해보기로 결정했다. 

박희수도 SK에 대한 애정이 크다. 구단 및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데뷔 이후 다른 유니폼을 입어본 것은 상무와 국가대표팀 뿐이다. SK에서 현역의 마침표를 찍고, 지도자로 경력을 이어 가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SK가 방출을 결정함에 따라 박희수의 이런 꿈은 사실상 무산됐다. 타 팀의 손을 잡으면 코치 연수 제안은 물거품이 된다. 그렇다고 코치 연수 제안을 받자니 현역에서는 은퇴해야 한다. 고민했던 이유다.

현역 연장을 결정하고 타 팀의 제안을 기다려보기로 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일단 현재 몸 상태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 한때 부상 이슈가 컸던 선수고, 전성기 기량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상에서 재기한 2016년 이후로는 큰 문제없이 1·2군 경기를 꾸준하게 소화했다. 올해도 1군에서는 28경기(24⅔이닝)에 나갔지만, 2군까지 합치면 42⅔이닝을 던졌다. 부상이나 몸 상태에 문제는 전혀 없었다.

기량도 나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2018년 3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27, 2019년 3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했다. 올해는 평균자책점이 오르기는 했으나 1군에서 뛸 만한 기량 정도는 충분히 과시했다. 예전만한 필승조 몫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도, 경기 중간 흐름을 끊는 좌완 불펜으로는 가치가 있다. 예전만큼 정면승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령도 터득했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1군 24⅔이닝에서 탈삼진 개수도 26개였다.

코치 연수 제안도 사실 불투명한 요소가 많다. 예전의 코치 연수 제안은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무대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있었다. 구단도 100%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다. 만약 이런 제안이었다면 박희수도 현역을 접고 빨리 지도자로 새 출발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선수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연수 기회가 사실상 사라졌고, 비용도 상당 부분을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 SK의 제안은 올해 1년간 국내에서 그런 과정을 밟은 채병용 케이스로 풀이된다. ‘가장’으로서 쉽게 택할 길은 아니다. 코치 자리가 무한정으로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연수를 끝낸 다음의 절차도 사실 불확실하다. 박희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일단 현역 연장 도전을 결정한 이유다.

아직 포스트시즌이 끝난 상황이 아닌데다 한화·키움·LG는 내년 시즌을 이끌 새 감독을 결정하지 못했다. 새로운 기회를 찾기까지 다소간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어쩌면 테스트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박희수도 상황을 마냥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일단 계속 몸을 만들면서 연락을 기다린다는 생각이다. SK도 선수의 뜻을 존중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팬들은 불가피한 상황에 박희수의 앞길을 응원하면서도, 언젠가는 SK와 다시 끈이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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