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오재원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정가영이라고 불러요. 정수빈 가을 영웅이라고."

두산 베어스 베테랑 2루수 오재원(35)은 가을이면 누구보다 대범하게 그라운드를 휘젓는 중견수 정수빈(30)에게 '정가영'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런데 올해는 오재원이 가을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넘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8타수 4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팀의 플레이오프행을 이끌었다. 올해만큼은 '오가영'이라고 불러도 되는 흐름이다. 

오재원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 모두 추가점이 필요할 때나 선취점이 필요할 때 적시타를 때리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큰 경기에 강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오재원은 포스트시즌 통산 86안타로 역대 2위, 현역 1위에 올라 있다. 역대 1위는 홍성흔으로 안타 101개를 생산했다. 

'정가영' 정수빈이 본 올가을 오재원의 활약은 어땠을까. 정수빈은 "(오)재원이 형은 포스트시즌 경험도 많고,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는지 알아서 큰 경기에 잘하는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잘하고 싶다. 우리 팀 자체가 큰 경기에 조금 더 강해지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규시즌 주전 2루수로 활약한 최주환이 시즌 막바지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한 게 오재원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오재원은 "시즌 막바지에 몇 경기를 선발로 나가면서 경기 감각이 돌아온 것 같다. 사실 경기를 자주 나가지 못해 감을 잡기 힘들었다. (최)주환이가 아파서 빠지면서 연속해서 경기에 나갈 수 있었고 그러면서 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 두산 베어스 오재원 ⓒ 곽혜미 기자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재원을 준플레이오프 선발로 내보내면서 방망이까진 기대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수비 쪽으로는 기대를 했다. 아무래도 투수는 단기전에 수비 하나로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서. 플렉센이 어리고 경험도 없으니 수비로 도와주길 바랐는데 공격까지 잘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잘 맞아떨어져 가는 것 같다. 시즌 내내 최주환이 선발로 뛰면서 (오)재원이에게 기회가 없었다. 어쩌다 나가서 타격감을 잡기가 쉽나. 지금까지 해왔던 게 있으니까 오재원이 집중력을 발휘했고, 고참으로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 공격까지 그렇게 해줄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9일부터 kt 위즈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최주환은 이제 몸에 이상이 없는데, 지금으로선 이미 흐름을 탄 오재원을 뺄 이유가 없다. 

김 감독은 "주환이가 지금은 몸 상태가 괜찮다. 그런데 오재원이 워낙 좋으니까. 중요할 때 대타 카드도 중요하다. 주환이가 나가면 대타 카드가 김인태 정도만 남고, 대타 카드가 없다. 재원이가 수비만 하고 방망이가 안 되면 몰라도 방망이도 되니까. 그래도 선발로는 재원이를 내보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오재원을 향해 비추기 시작한 스포트라이트는 포스트시즌 끝까지 꺼지지 않고 밝게 빛날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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