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승리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고척,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붙이라고 해요."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9일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이강철 kt 감독의 총력 선언을 전해 들은 뒤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상대 팀의 계획을 내가 어떻게 막겠냐는 솔직한 반응이었고, 상대가 어떤 작전을 펼치든 개의치 않는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6년째 포스트시즌에 개근한 사령탑의 여유가 엿보이기도 했다. 

첫 가을을 맞이한 이 감독은 진중했다. 선발투수 소형준이 잘 던지고, 대등한 흐름이 이어지면 윌리엄 쿠에바스를 올리는 강수를 두겠다고 예고했다. 이 감독은 "우리 불펜이 자꾸 안 좋다고들 이야기해서 이런 전략을 짜봤다. 일단 1차전을 이기면 4차전 안에서 끝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면 쿠에바스를 오늘(9일) 아끼고 4차전에서 내보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이 전략을 전해 들은 뒤 "붙이라고 해야죠. 붙이는 것을 내가 뗄 수도 없고"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붙이는 것은 붙이는 거지 어떻게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이런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규시즌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질 때 키움 히어로즈는 두산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김창현 키움 감독 대행은 필요하면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를 1+1으로 쓰는 방법도 고려하겠다고 했는데, 김 감독은 이때도 "(브리검과 요키시를 1+1으로) 쓰라고 해요"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의도가 있든 없든 묘한 심리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언을 김 감독은 거침없이 한다.

키움은 계획을 실현하지 않았지만, kt는 계획대로 움직였다. 선발투수 소형준이 6⅔이닝 무실점으로 최고의 호투를 펼쳤고, 7회 위기에 등판한 주권이 ⅓이닝 무실점으로 버티며 0-0 팽팽한 균형이 이어졌다. 그러자 8회초 쿠에바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쿠에바스는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선두타자 최주환을 사구로 내보내면서 꼬였다. 2사 2루에서 오재일에게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허용해 2사 1, 3루가 됐다. 마운드는 김재윤으로 바뀌었고, 김재환과 허경민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얻어맞으면서 0-2로 끌려갔다. 8회말 2점을 따라붙긴 했지만, 선취점을 뺏기면서 내준 흐름을 끝내 바꾸지 못했다. kt는 9회초 조현우가 김인태에게 결승타를 내줘 2-3으로 석패했다. 

이 감독은 경기 뒤 "조현우가 긴장하는 감이 있어서 쿠에바스를 먼저 냈다. 후회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kt가 소형준에 쿠에바스까지 소모하게 했고,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 승리까지 챙겼다. 여러모로 가을 베테랑 두산이 기선을 제압한 한 판이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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