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황재균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신고 나온 신발. ⓒ고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린 9일 고척스카이돔. 이날 경기 도중 한 선수의 독특한 신발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인공은 kt 3루수 황재균(33)이었다. 이날 황재균은 자신의 신발 윗등으로 문구 하나를 적어넣었다. “저와 함께 뛰어요.” 구단 사상 첫 가을야구를 함께하는 팬들을 향한 메시지였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황재균은 우리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거쳐 2018년 FA 신분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2년간 2할대 후반의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kt의 최우선 과제인 가을야구 진출까지는 이끌지 못한 황재균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황재균은 134경기에서 타율 0.312 21홈런 97타점 108득점으로 활약하면서 kt의 2위 도약을 견인했다. 무엇보다 2번 타순에서 연결고리 노릇을 충실히 소화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롯데 시절이던 2012년 이후 모처럼 가을야구를 맞이한 황재균은 9일 PO 1차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그간의 갈증을 풀어냈다. 두산 타자들이 3루 방면으로 플라이 타구를 때려낼 때면, 덕아웃 근처 펜스를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가는 허슬 플레이를 선보였다.

▲ kt 황재균. ⓒ고척, 곽혜미 기자
타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회와 3회, 6회까지 결과는 모두 삼진. 계속된 아웃으로 잠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던 황재균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좌중간 2루타를 때려내고 2-2 동점의 발판을 놓았다. 비록 kt는 이날 2-3으로 패했지만, 황재균의 허슬 플레이는 동료들 그리고 오랫동안 가을야구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황재균은 “가을야구가 너무 오랜만이라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일단 어떤 분위기인지 직접 가서 몸으로 느껴야겠다”며 베테랑답지 않은 겸손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일단 우리 분위기는 정말 좋다. 선후배 사이의 간격이 없는 상황에서 성적까지 잘 나오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이제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저와 함께 뛰어요.”

황재균의 가을밤 뜀박질은 이제 시작이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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