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 도중 포효하고 있다. ⓒ고척, 곽혜미 기자
-‘벼랑 끝’ kt 되살린 외국인투수 쿠에바스
-8회 교체 사인 내려지자 손 저으며 저지
-“덕아웃 돌아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이제 kt 위즈의 역사를 논할 때, 윌리엄 쿠에바스라는 이름은 사라지지 않게 됐다. 창단 후 가을야구 첫 번째 승리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쿠에바스는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8이닝 3안타 1홈런 무4사구 2삼진 1실점 역투하고 5-2 승리를 이끌었다. 또, kt의 창단 후 첫 가을야구 승리투수로도 우뚝 섰다.

벼랑 끝으로 몰린 kt를 되살린 역투였다. 이날 쿠에바스는 최고구속 148㎞의 투심 패스트볼과 140㎞대 커터, 130㎞ 안팎의 체인지업과 커브를 고루 섞어 던지며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특히 주무기 커터가 타자의 좌우 낮은 곳으로 꽂히면서 효과를 봤다.

경기 후 만난 쿠에바스는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또, 오늘부터는 새로운 경기라고 생각하며 임했다. 무엇보다 구위가 살아나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사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벤치 사인을 따르지 않아 몇 차례 잡음을 일으켰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가다가 무너진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포수 장성우의 사인대로 투구를 이어갔고, 최상의 결과를 끌어냈다.

쿠에바스는 “장성우와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장성우의 리드를 높게 평가한다”면서 “사실 (올 시즌) 몇몇 상황마다 서로 생각하는 공이 다를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우리의 생각이 일치했다. 매 순간 같은 구종을 생각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 kt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고척, 곽혜미 기자
이날 경기에선 눈길을 끄는 장면도 있었다. 5-1로 앞선 8회 2사 후 정수빈의 타석. 여기에서 kt 벤치가 움직였다. 99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쿠에바스를 교체하기 위해 박승민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갈 채비를 했다.

그런데 마운드를 지키던 쿠에바스가 뜻밖의 제스처를 취했다. 손을 내저으며 박승민 투수코치의 마운드 방문을 저지한 것이다.

이 상황을 놓고 쿠에바스는 “내가 경기를 잘 이끌고 왔던 터라 조금 흥분했다. 그래서 이번 이닝까지는 책임지겠다는 의사표현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덕아웃으로 돌아와선 투수코치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투수코치님께선 ‘네가 못해서가 아니라 투구수를 고려해 내린 판단이었다’고 설명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종종 벤치와 각을 세웠던 쿠에바스였지만, 이날만큼은 이야기가 달랐다. 마운드를 굳게 지켰고, 자신감 역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같으면 원칙대로 교체를 감행했을 kt 코칭스태프였지만, 이날만큼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 책임지겠다는 외국인투수의 의사를 존중했다. 경기 후 으레 있을 꾸중 역시 당연히 없었다.

이제 덕아웃 응원단의 입장으로 남은 PO를 지켜보게 된 쿠에바스는 끝으로 “나는 분위기를 띄우는 제스처를 종종 취하곤 한다.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선수들에게 전해지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최상의 경기력이 나올 수 있도록 힘주어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