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감과 별개로 포스트시즌 타율이 저조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장기 레이스는 결국 선수의 실력대로 성적이 나온다. 그러나 단기전은 다르다. 실력 있는 선수, 감이 좋은 선수가 그만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나온다. 부진을 만회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두산)도 지금 그런 위치에 있을지 모른다. 사실 페르난데스의 타격감이 아주 나쁘다고 폄하하기는 어렵다. 2차전에서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연결 고리 몫을 제대로 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플레이오프 3경기 타율은 타격감과 관계없이 어찌됐건 0.143이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전체 타율은 0.200이다. 기대에는 못 미친다.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데 3차전은 그렇지 못했다. 상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역투에 밀렸다. 땅볼이 많았다. 4회에는 1루수 땅볼, 6회에는 유격수 땅볼, 9회에는 투수 땅볼이었다. 땅볼의 질을 따지면 다른 선수들보다 나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어쨌든 단기전은 누차 강조하듯 결과다. 2번 타순에 위치한 페르난데스가 밥상을 차리지 못한 두산은 상위타선에서 뭔가 상대를 압박하지 못했다. 6회 선취점 기회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것도 아쉬웠다. 다른 주축 타자들의 부진까지 겹쳐 결국 2-5로 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팀은 우승을 차지했으나 페르난데스의 개인 성적은 좋지 않았다. 4경기에서 타율은 0.077이었다. 13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계속 부진하면 가을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4차전이 중요할지 모른다. 팀 주축 타자들이 부진한 가운데 영웅이 될 좋은 기회다. 팀 내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3차전 종료 후 타순 변동을 시사했다. 전체적으로 안 맞는 타자들이 너무 많아서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상위타선에 위치할 것이 유력하다. 정규시즌에서 199안타를 친 선수다. 몰아치기 능력은 검증이 됐다. 전체 144경기 중 멀티히트를 기록한 경기가 62경기(43.1%)나 됐다. 한 번 계기만 있으면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는 타자다. 두산은 그 시기가 빨리 오길 기다리고 있다.

4차전 kt의 선발로 예고된 배제성은 우타자에 비해 좌타자에 약하다. 두산도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뭔가 좌타자로 배제성을 압박할 최고의 라인업을 구상할 것이다. 페르난데스와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재환이 핵심이다. 상대 전적도 나쁘지 않다. 최근 2년간 배제성을 상대로 타율 0.357(14타수 5안타)을 기록했다. 장타는 적었지만 삼진도 하나밖에 없었다. 올해는 2루타 한 개를 기록했다. 

페르난데스가 활발하게 살아 나가야 김재환을 중심으로 개편될 타선도 일거에 kt 마운드를 무너뜨릴 수 있다. 어차피 4차전은 지난 1~3차전보다는 상대적인 타격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 합리적이다. 1~2점 가지고는 이기기 어려운 경기다. 위기를 뒤집으면 기회다. 페르난데스는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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