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의 가을야구 첫 승 기념구. kt는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2 승리를 거두면서 뜻깊은 전리품을 챙길 수 있었다. ⓒkt 위즈
-감격스러운 가을야구 첫 승 거둔 kt
-“평소처럼 하자”며 선수들끼리 의기투합
-첫 승 기념구는 안방 전시관으로 이동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선수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원정처럼 하자고.”

이 순간을 위해 짧게는 5년, 길게는 7년을 기다려온 이들은 하나같이 같은 표정이었다. 2015년 1군 진입 후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던 막내 구단. 그러면서 ‘만년 꼴찌’라는 오명을 썼던 kt 위즈가 마침내 신선한 반란을 일으켰다.

kt는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5-2로 이겼다. 창단 후 처음으로 누린 포스트시즌 첫 승의 순간이었다.

벼랑 끝에서 맛본 승리라 더욱 짜릿했다. kt는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내주면서 탈락 위기로 몰렸다. 소형준과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로 이어지는 원투펀치를 연달아 투입하고도 패배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결국 kt로선 선수단의 기(氣)를 되살리는 일이 급선무였다. 먼저 나선 이는 주장 유한준. 1981년생 맏형 유한준은 2차전 직후 잠시 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긴 이야기는 필요치 않았다. 단지 “고맙다”는 말만 전했을 뿐이다. 그리고 “아직 3경기가 남았으니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자”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하루를 푹 쉬고 다시 고척으로 온 선수들은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1~2차전에선 키움 히어로즈가 쓰던 1루 덕아웃을 썼지만, 이날부터는 기존처럼 3루 덕아웃을 사용하게 된 kt. 선수들 사이에선 “평소 고척 원정 때처럼 3루 클럽하우스와 덕아웃을 쓰니까 편하게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상황을 잊고 평소 페넌레이스 경기처럼 임하자는 뜻이 담겨있었다.

물론 첫 승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7회까지 이어진 팽팽한 0-0 승부. 그러나 kt는 2사 후 황재균의 볼넷과 멜 로하스 주니어의 중전안타로 만든 1·3루 찬스에서 유한준이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1-0으로 앞서갔다. 덕아웃에선 “혈이 뚫렸다. 이제 마음껏 해보자”는 응원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번 PO에서 처음으로 선취점을 뽑은 kt는 덕아웃에서의 외침처럼 거세게 두산을 몰아붙였다. 볼넷과 상대 수비 실책 그리고 연속 안타를 앞세워 5-0으로 달아나며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상대의 추격을 2점으로 저지하며 마침내 감격적인 가을야구 첫 승을 맛봤다.

▲ kt 선수들이 12일 가을야구 첫 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고척, 곽혜미 기자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kt는 선수들은 의미 있는 전리품을 챙기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9회 2사에서 최주환의 땅볼을 잡은 1루수 강백호가 베이스를 찍은 뒤 잊지 않고 첫 승을 기념하는 공을 챙겼다.

kt 이강철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정신이 없어서 승리 기념구도 챙기지 못했다”고 했지만,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하는 강백호의 센스로 kt는 뜻깊은 공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여기에서 드는 마지막 궁금증. 그렇다면 이 기념구는 어느 곳으로 가게 될까. kt 관계자는 “현재 가을야구 첫 승 기념구는 운영팀이 갖고 있다. 의미 있는 문구를 적어놓기 위해서다. 이제 이 공은 곧 수원케이티위즈파크의 전시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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