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회 치명적인 패스트볼로 고개를 숙인 박세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두산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5로 졌다. 7회까지 상대의 숱한 기회를 끈끈하게 막아냈지만, 결국 8회 2사 후 일순간에 5실점하고 무너졌다.

2승1패로 여전히 유리한 위치다. 2경기 중 한 경기만 잡아도 한국시리즈에 간다. 굳이 위기론을 꺼내들 필요까지는 없는 이유다. 하지만 주축 타자들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3차전 이후 이 고민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타선은 사이클이 있다. 하루 사이에 뭔가 확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면 그건 보수적인 관점이 아니다. 일단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두산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정비하며 그 시기를 맞이해야 한다. 역시 수비다.

3차전 8회는 수비의 문제였다. 2사 후 황재균에게 볼넷을 내준 건 흐름에서 분명 이상 징후였다. 로하스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3루가 됐다. 하지만 결정적인 패착까지는 아니었다. 그 다음에 문제가 나왔다. 유한준의 타구를 김재호가 끝내 잡아내지 못하면서 선취점을 줬다. 그리고 강백호 타석 때 포수 패스트볼이 나오며 추가점을 헌납했다. 

김재호는 최고 수준의 수비력과 야구 IQ를 가진 선수다. 그러나 현장에서 지켜본 관계자들은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예전보다 다리가 무겁다는 인상은 준다”고 말한다. 사실 타구 속도가 빠르고 코스가 어려워 아웃카운트로 연결할 확률 자체는 낮았다. 잡아서 2루에 던져 아웃시켰다면 그 자체가 호수비였다. 다만 막아내기만 했다면 로하스의 3루 질주는 막을 수 있었다.

이 로하스의 3루행은 다음 타자인 강백호 타석 때 문제로 불거졌다. 홍건희의 초구를 포수 박세혁이 포구하지 못해 3루 주자 로하스가 그대로 홈에 들어왔다. ‘공짜 점수’는 양팀 더그아웃 판도를 완전히 바꾼다. 게다가 kt의 산술적인 승리 확률이 치솟은 것도 이 점수였다. 높은 코스를 요구한 박세혁의 리드와 달리 홍건희의 공은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다만 ‘박세혁이라면’ 잡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두산은 8회 오재원, 9회 김재환의 솔로포로 2점은 얻었다. ‘8회 2사 후 실점을 최소화했다면’이라는 가정은 그래서 나온다. 두 선수도 경기 후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안은 없다. 김태형 감독은 단기전은 수비라고 말한다. 주전 포수 박세혁이나,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의 대안을 찾기는 어렵다. 부상이 아니라면 4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지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자격을 증명했다. 아직 시리즈는 최소 2경기에서 최대 9경기까지 남았다. 센터라인의 핵심인 두 선수가 든든하게 무게를 잡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5년의 포스트시즌에서 빛을 발한 건 결국 상대 팀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했기 때문이다. 1경기 결과가 향후 시리즈에 좋은 약이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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